주간동아 1104

2017.09.06

인터뷰 | 천영우 전 대통령실 외교안보수석

“대북 대화 제의는 김정은에게 꽃놀이패 쥐어주는 것”

“코리아 패싱 막으려면 힘과 의지 갖추고, 군사옵션 배제 말아야”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7-09-01 17: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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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도발이 거침없다. ‘군사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고도 아무 소용이 없다. 8월 27일 사거리 250km의 단거리미사일을 쏘더니, 이틀 뒤에는 2700km를 날아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중거리미사일을 발사했다. 누가 뭐라 하든 ‘내 갈 길 가겠다’는 듯 무력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김정은의 막무가내식 태도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미사일을 제멋대로 쏴대는 북한을 향해 ‘대화’를 촉구하고,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북한 핵·미사일의 사정권 밖에 있는 국제사회 대표들이 모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으로 대한민국 안보는 보장받을 수 있을까.



    북핵 위기 중국 책임론

    노무현 정부 시절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고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전 수석(사진)을 8월 29일 오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외교안보수석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그는 사단법인 한반도미래포럼을 이끌며 북핵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북한이 오늘(8월 29일) 새벽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북한은 모든 사거리에서 사용 가능한 핵무기 개발을 향해 예정된 길을 걷고 있는 겁니다. 더 정밀한 미사일, 더 고도화된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 협상장에서 적게 양보하고 더 많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때까지는 협상이든, 대화든 고려치 않고 그들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겁니다. 북한의 궁극적 목표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까지 공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전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셈인데요.
    “현재 대북제재는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 있는 것은 불법, 민간용은 합법으로 구분해 제재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북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지 못합니다. 김정은 처지에서 북한에 들어오는 돈이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현 제재는 북에 경제적 불편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생존을 위태롭게 할 수준은 아닙니다.”



    실효성도 없는 대북제재를 지속하는 이유가 뭘까요.
    “북한이 도발할 때 ‘아무것도 안한 것이 아니다’라고 면피하는 자기만족일 뿐입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가운데 8월 5일 발표한 것이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제재입니다. 북한의 수출을 3분의 1로 줄이는 내용이죠. 하지만 북한이 현 수출액의 3분의 1밖에 수출하지 못할 때도 핵개발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는데, 수출을 3분의 1로 줄인다고 어려움을 느끼겠습니까.”

    대북제재가 효과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체제 안정과 생존을 흔들 수 있는 수준의 제재가 아니라면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핵을 개발하다 망하게 생겼다. 차라리 핵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게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겠구나’라고 판단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제재여야 합니다.”

    대북제재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무엇보다 중국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한데요.
    “중국은 지금까지 북한 체제 안정을 비핵화보다 우선시하는 정책을 펴왔습니다. ‘북한 체제가 흔들려 난민 수백만 명이 중국으로 넘어오는 것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보다 더 골치 아프다’ ‘북 체제가 위태로워지면 중국 측 손실이 더 크다’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상 중국의 대북정책 덕에 북한이 안심하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북핵의 중국 책임론인 셈이군요.
    “중국의 자발적 협조를 요청한 지난 20년 동안 노력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중국으로 하여금 수백억, 수천억 달러의 대가를 치르도록 미국이 압력을 가한다면 중국의 태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겠죠. 최근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조사를 시작했듯이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한 많은 압박수단을 갖고 있습니다.”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도 있고요.
    “환율 문제는 법적 요건이 충족돼야 하지만, (미국) 대통령은 쓸 수 있는 카드가 적잖습니다. 대만 카드도 있고. 미국이 이런 카드를 집중적으로 써서 중국 측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중국은 자기가 살기 위해서라도 북한에게 핵을 포기하라고 하지 않겠어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중국을 움직이려고 시도한 것 같습니다만.
    “카드만 만지작거리고 있죠. 미국이 실제로 대중(對中)제재 이행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니까 중국도 움직이지 않는 겁니다. 미국이 북핵 문제를 풀고자 대중 압박에 나서면 미·중 관계는 파탄 나겠지만 북한의 비핵화를 이룰 수 있는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북한의 비핵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왜 못 하겠습니까. 미국의 의지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정책 우선순위의 문제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고,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 비핵화를 이룬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데요.
    “어렵지만 불가능한 문제도 아닙니다. 우호적인 미·중 관계가 우선이냐, 아니면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북핵 제거가 우선이냐는 정책 우선순위의 문제죠.”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우리 정부가 미국에게 대중 압박을 통한 북한 비핵화 해법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우리든, 미국이든 북한과 대화에 집착하면 북한의 정책을 바꿀 수단이 제한됩니다. 북한의 핵심 이익을 막을 힘, 북한의 운명을 바꿀 힘이 우리에게 얼마나 있느냐, 그 힘을 사용할 의지가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북한의 운명을 바꿀 힘 곱하기 능력, 그리고 북한이 하고 싶은 것을 해줄 수 있는 능력 곱하기 의지, 이게 우리의 대북 협상력입니다. 이게 있으면 우리가 대화 요구를 하지 않아도 북한이 비공식적으로 대화하자고 스토킹을 할 겁니다.”

    미국이 대화하자고 해도 응하지 않는 이유가….
    “미국이 8월 초부터 북한에 보낸 모든 신호, 군사적 위협은 김정은에게 통할 위협이 아닙니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김정은이 알기 때문에 아무리 떠들어봐야 겁을 안 먹습니다.”

    미국이 대화 문턱을 계속 낮추고 있죠.
    “지금까지 미국의 대화 조건은 ‘비핵화 공약을 하고, 공약을 믿을 수 있게 조치하면 대화할 수 있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근래 들어 대화 문턱을 낮추고 무조건 대화하자는 쪽으로 가고 있죠. 8월에는 핵·미사일 실험만 중단하면 대화할 수 있다고 했는데, 미국이 북한에 이렇게 저자세로 대화를 구걸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의 대북 대화 제의도 계속 묵살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유일한 대화상대로 여기는 미국도 ICBM을 쏘니까 저자세로 나오는데 남한이 안중에나 있겠습니까. ‘과거 부시 행정부가 악의축이라고 하더니 핵실험을 하니까 대화하자고 했고, 이번에는 ICBM을 쏘니까 대화하자고 나오는구나. 역시 미국에 통하는 것은 핵 무력밖에 없구나. 내친 김에 핵 실험, 미사일 실험 다 하고, 미국이든 괌이든 일본이든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과 핵탄두를 갖춘 뒤 그때 대화하면 되겠구나’라고 김정은이 판단하지 않겠습니까.”

    북에 대한 대화 제의가 잘못된 시그널을 준 셈이네요.
    “미국과 한국이 김정은과 북한에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은 김정은에게 꽃놀이패입니다. 김정은이 대화 조건과 시기를 결정하게 될 공산이 큽니다.”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군사옵션을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얘기를 김정은은 ‘남조선이 목숨 걸고 미국의 공격을 막아주겠구나’라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문 대통령이 그런 뜻으로 한 얘기는 아니겠지만.”

    북한이 잇달아 미사일 도발을 하는 사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롤러코스터를 탔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제재 없이는 북이 대화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원리와 이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그런 거죠.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오판한 것입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북한 셈법을 바꿀 수 있는 수준이라고 착각했던지….”



    김정은 과소평가가 대북정책의 실수

    김정은이 국제사회에 큰소리를 칠 만큼 북한 내부를 장악하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태영호 공사 등) 몇 사람이 망명해왔다고 북한 정권이 취약해지지는 않습니다. 북한 정권이 위태롭다는 얘기는 우리가 보고 싶은 북한 모습만 보고 엉뚱하게 진단을 내린 것입니다.”

    천 전 수석은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 때는 한 번도 열지 않았던 당대회까지 개최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대회는 김정일 아들이라 집권한 것이 아니라 인민이 제1서기로 추대했다는 북한식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이라고 봐야 합니다.”

    김정은이 핵무기에 집착하는 이유가 뭘까요.
    “김정은이 집권한 뒤 표방한 것이 핵-경제 병진 정책 아닙니까. 그 가운데 핵은 상당한 성과를 거둬 거의 완성 단계에 와 있습니다. 핵무기가 완성 단계에 이르면 그다음에는 협상장에 나와 경제제재를 해제시키고 경제발전까지 이룰 재원을 확보하려 할 겁니다. 그래야 핵-경제 병진 정책이 성공할 수 있는 거죠. 할아버지, 아버지도 못한 것을 해내는 건데, 김정은의 정치적 입지가 불안하다고 하는 사람은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어요.”

    김정은이 핵-경제 병진 목표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우리가 김정은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 대북정책의 큰 실수입니다. 제가 보기에 김정은은 당대 최고 전략가입니다. 김정은을 찬양하려고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북한의 목을 쥐고 있는 중국이 하지 말란 짓을 하면서도 큰 벌 안 받고 이겨내고, 미국이 예방타격을 협박하는 생존게임에서도 기 안 죽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데 그런 사람을 어떻게 미치광이 취급합니까.”

    김정은이 연구대상이긴 하죠. 하지만 북핵은 우리에게는 실존적 위협 아닙니까.
    “우리나 미국이 김정은의 전략을 당해내지 못하는 것이 문제죠. 우리가 힘이 없는 게 아닙니다. 막강한 힘을 갖고도 김정은의 뜻을 꺾지 못하고 끌려 다니는 것이지.”

    우리 정부는 현 시점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북한이 핵 포기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도록 북의 전략적 셈법을 바꾸는 데 한미일과 중국이 가진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아무리 역량이 많아도 분산되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법입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도 힘의 집중을 막는 원인 아닙니까.
    “사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우왕좌왕하는 태도가 힘을 흐트러지게 하는 데 기여한 거죠. 사드 자체는 힘을 집중시키는 강력한 수단인데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전략의 실패입니다.”

    사드 배치에 중국이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사드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수단인데 중국 측 동의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까. 중국이 시비를 걸더라도 대꾸하지 말아야죠. 사드 배치 전에도 중국은 북한 비핵화에 협조하지 않았습니다. 북한 비핵화가 싫으니까 우리에게 사드를 핑계로 불평하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 차원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독자적으로 북한을 제재해야죠. 예를 들어 북한에 입출항하는 선박을 소유한 해운사의 배들을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그렇게 하면 북한과 대화하는 데 지장을 줄까 봐 아무것도 안 하니까 코리아 패싱이 일어나는 겁니다. 우리가 북한을 압박하면 할수록 북한이 대화장에 나올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단기적으로는 대화에 방해가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우리와 풀어야 할 문제를 많이 만들수록 북한이 대화에 나설 공산이 큽니다.

    그저 잘해주고 잘 보이면 우리와 대화하겠거니 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죠. 또 한 가지는 군사옵션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면 안 됩니다. 아무리 제재가 강해도 군사옵션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면 북한이 계속 버티려고 할 개연성이 큽니다. 경제봉쇄로 해결이 안 되면 군사적으로라도 해결하려 한다는 것을 김정은이 알면 북한이 외교적으로 나올 확률이 높죠. 반면 군사옵션이 없다고 생각하면 김정은은 끝까지 버틸 겁니다.”

    경제봉쇄로 북핵 문제가 안 풀리면 결국 군사적 해법을 쓸 것이다?
    “‘전쟁은 안 된다’는 얘기는 군사옵션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절대로 ‘전쟁은 안 된다’고 얘기해서는 안 됩니다.”

    그럼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해야 할까요?
    “예컨대 ‘숨이 막힐 정도로 1~2년간 강도 높게 경제봉쇄를 했는데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때 군사적 해결을 논의해보자’ 그렇게만 얘기해도 되죠. 만약 지금 정부가 그런 얘기를 했다면 김정은이 ‘남조선 진보정부까지 이렇게 나오는 것을 보니 기댈 곳이 마땅치 않구나. 미국이 군사행동을 한다고 중국이 도와주지도 않을 것 같고. 그럼 핵을 내놓고 원하는 것을 많이 받자’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 수 있었겠죠. 우리가 ‘전쟁은 안 된다’고 얘기하면 ‘핵무장한 북한과 사는 게 군사적 해결보다 낫다’고 국제사회가 받아들일 여지가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군사적 해결 외에는 다른 수단의 효력이 없어지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생존 위협할 만큼 대북제재 강화해야

    전쟁을 피하려다 오히려 전시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는 건가요.
    “미국으로 향하는 ICBM이 없을 때는 북핵의 가장 큰 피해자인 우리가 ‘전쟁은 안 된다’고 얘기하면 미국이 북한을 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미국 본토를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다르죠. 미국이 우리와 의논은 하겠지만, 우리가 반대한다고 자국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을 막을 수는 없는 겁니다. 거기서 코리아 패싱이 나오게 되죠. 우리가 아무리 얘기해도 미국이 들어줄 의무도 없고요.”

    군사옵션을 선택하면 전쟁이 날 가능성이 높은데요.
    “북한을 공격하면 당연히 전쟁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데, 다시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선제공격이 오히려 우리를 지키는 길이다?
    “북을 선제공격한다고 김정은이 과연 대들 수 있을까요? 영악한 김정은의 시각에서 생각해보면 다를 수 있다는 거죠.”

    어떤 점에서 그렇죠.
    “김정은이 지금까지 해온 일은 모두 살기 위해서입니다. 선제공격을 당했을 때 김정은의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반격하다 1~2주일 내 북한 체제의 종말을 가져오느냐, 아니면 수모를 참고 계속 생존하느냐. 이 가운데 김정은이 죽는 길을 선택한다고 왜 단정하느냐는 거죠. 북한이 선제공격을 당해도 반격할 가능성은 1%도 안 된다고 봅니다.”

    1%의 전쟁 가능성도 큰 것 아닙니까.
    “물론이죠. 1%라고 결코 낮은 게 아닙니다. 1%가 아니라 100%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만반의 대책을 강구하고 선제공격을 해야죠. 하지만 선제공격을 당한 김정은이 사는 길을 포기하고 창피스럽다고 자살을 선택할까요. 지금까지 하는 짓을 봐서는 자살을 택할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죽을 각오로 살길을 찾아온 사람인데…. ‘선제공격은 안 된다’는 얘기는 전쟁 공포증, 패배주의에서 나온 비현실적 가정입니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말도 있죠.
    “내 상상으로는 김정은은 공격당하는 순간 군과 당 지도부에게 ‘미국과 붙으면 필패다. 승산 없다. 미국 본토를 공격할 ICBM 몇백 개를 만들 때까지 와신상담하고 버티자’ 그렇게 얘기할 사람입니다.”

    김정은은 그럴 수 있다 쳐도, 당이나 군 지휘부는 ‘싸우자’고 나서지 않을까요.
    “자기가 용감하다는 것을 내보이려고 ‘내친 김에 미국을 불바다로 만들자’고 호언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속으로는 ‘큰일 날 뻔했는데, 최고사령관이 현명한 선택을 했구나’라고 생각할 겁니다.”

    결국 두 가지 옵션이 우리 앞에 있는 셈이군요. 경제봉쇄로 생존 문제를 압박해 대화장에 나오도록 하거나, 만반의 준비를 하고 군사적 해결에 나서거나.
    “양자택일 문제가 아닙니다. 전면 경제봉쇄 수준의 압박을 가하고, 만약 통하지 않으면 군사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을 김정은이 믿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화적 압박 수단으로서 군사옵션의 신뢰성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평화적 수단이 소진됐을 때 실제로 사용할 필요성에 대비해 군사적으로도 준비를 해야죠.”



    “키신저는 중국의 로비스트”

    북핵 해법 카드로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주한미군 철수론을 들고 나왔는데요.
    “헨리 키신저는 중국의 로비스트 아닙니까.”

    미국이 아니고요.
    “키신저는 수십 년 동안 중국 덕에 먹고살아온 사람입니다. 키신저가 중국 관련 글을 썼다면 중국 정부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총기도 이미 흐려진 상태고요. 6~7년 전에 만났을 때 엉뚱한 소리를 하기에 판단력이 흐려졌구나 느꼈죠.”

    북핵 폐기를 전제로 한 주한미군 철수 카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북에 핵이 없고 다시 안 만든다고 한다면, 어림도 없다고 차버릴 일은 아닙니다.”

    고려해볼 만한 카드다?
    “북한에 핵이 없고 주한미군이 없는 것이 좋은 건지, 북에 핵이 있고 주한미군이 있는 것이 안전한 건지는 따져볼 문제죠. 당장 결론을 내리고 협상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천 전 수석은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외교안보 최우선순위에 두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면 해결할 수 있다”며 “부시와 오바마 정부 때는 이란 핵문제에 매달려 북핵 문제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지만 이제는 북핵보다 중요한 안보 현안이 없기 때문에 해결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고 내다봤다.

    “한미일 3국이 가진 역량이 북핵 해결에 최대 효과를 내도록 우리가 코디네이터 구실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비핵화보다 남북정상회담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미국이 아무리 애쓰고 일본이 공을 들여도 그 모든 노력과 힘이 분산됩니다.”

    사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군사옵션으로 갔을 때 북한 미사일을 막아낼 3중 방어막을 갖춰야 합니다. 수도권까지 방어할 수 있으려면 최소 2~3개 포대는 더 들여와야죠.”

    다시 한 번 묻죠. 북핵 해결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우리보다 10분의 1의 위협도 받지 않는 나라들은 모두 대북제재에 나선다고 하는데, 정작 우리가 대북제재를 못 하겠다고 하는 것은 코리아 패싱을 자초하는 일입니다. 북한에 얼마만큼 고통을 주고 북한의 태도를 바꿔낼 힘이 있는지, 의지가 있는지. 북한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중국이 북핵 해결에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으니 발언권이 없는 것 아닙니까. 북한의 전략적 계산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대화해봐야 시간만 벌어주는 꼴입니다. 대화는 어떤 조건에서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우리가 원하는 조건의 대화가 아니면 대화를 위한 대화일 뿐입니다. 오히려 북한에게 실력을 다질 시간만 주는 대화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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