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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한 미러링이 혐오로 번졌나

워마드 게시물, 모욕 넘어 범죄로까지 치달아…혐오처럼 보이게 하려는 속내

과격한 미러링이 혐오로 번졌나

6월 9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2차 규탄시위’에 모인 사람들.

6월 9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2차 규탄시위’에 모인 사람들.

‘69년 전에 죽이고 묻은 애비시체 다시 파봤노.’ 

7월 17일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인터넷 사이트 ‘워마드’에 올라온 게시 글이다. 

게시 글과 함께 시체로 추정되는 사진이 한 장 올라왔다. 이 사진은 구글 검색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는 이미지였다. 같은 사진이 2012년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사용된 이력도 있다. 사진 아래에는 ‘살아서나 뒤져서나 여전히 한심한 모습이다’ ‘내일은 쇼린이(남자 어린이를 뜻하는 은어) 시체 묻은 거 파러 갈 거다. 기대된다’ 등의 글이 적혀 있었다. 

이들의 패륜적 표현과 자극적 게시 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여성우월, 남성혐오를 기치로 삼은 커뮤니티 사이트인 만큼 ‘한남충’ ‘재기해(자살해)’ 같은 혐오 표현이 난무한다. 한국 남자들을 대거 죽이겠다는 게시물도 종종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천주교에서 예수의 몸으로 취급하는 성체를 훼손한 사진과 더불어 낙태 태아 모형 사진을 올려두고 밥을 비벼 먹는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들의 전방위적 모욕은 필요악 취급을 받았다.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 및 차별을 돌려준다는 의미를 가진 ‘미러링’의 일환이라는 것. 그러나 최근 미러링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이들의 행위를 옹호하던 여성단체도 하나 둘 지지를 철회했다.


워마드가 만든 최대 규모 여성집회

워마드 사이트. [워마드 캡처]

워마드 사이트. [워마드 캡처]

단순히 여성혐오를 ‘미러링’하는 사이트였던 워마드가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5월 ‘홍대 누드모델 몰래카메라’ 사건 때문이다. 5월 1일 워마드에 나체의 남성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속 주인공은 홍익대 미술대학 회화과에서 진행한 인체 크로키 수업에 누드모델로 참여한 남성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료인 여성 모델이 쉬는 시간에 남성 모델을 몰래 사진 찍어 올린 것. 해당 게시 글은 높은 공감수를 기록했고, 사이트 외부까지 이 게시물이 퍼지면서 5월 4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범인은 엿새 만에 잡혔다. 이 기간이 문제가 됐다. 몰래카메라(몰카) 범죄의 희생자가 여성일 때는 제대로 수사조차 하지 않다 남성이 피해자가 되니 수사기관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한 것. 검거 다음 날인 11일에는 성별 차별 없는 불법촬영 수사를 요구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으로 게시 이틀 만에 20만 명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경찰도 해명에 나섰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 사건은 범행 장소나 참여한 사람이 특정됐던 사안”이라며 빨리 검거가 가능했던 이유를 밝혔다. 이 청장은 또 “성별에 따라 (수사) 속도를 늦추거나 빨리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청원에 대한 답변을 내놓았다. 답변자로 나선 이철성 전 경찰청장은 “이번 청원은 국민의 호된 꾸짖음이다. 상처받은 여성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동일범죄-동일처벌을 원칙으로 더 공정하게 수사하겠다”면서 “불법촬영범의 검거율은 96%로 높지만 지난 5년간 징역형을 받은 경우는 5.32%에 불과하고 대부분 벌금형을 받았다.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 개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높은 검거율과 향후 노력 의지 피력으로는 여성들의 분노를 잠재우지 못했다. 일부 여성은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를 조직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카페 ‘불편한 용기’를 만들어 5월 19일 서울 혜화역 일대에서 첫 시위를 가졌으며 1만2000명(경찰 추산 1만 명)이 모였다. 여성이라는 단일 의제로 국내에서 열린 사상 최대 집회였다. 이후 6월 9일(주최 측 추산 3만 명, 경찰 추산 1만5000명), 7월 7일(주최 측 추산 6만 명, 경찰 추산 1만7000명) 같은 장소에서 시위가 열렸고 시위가 진행될수록 참가자가 늘어났다. 8월 4일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워마드에서 일어난 범죄가 최대 규모 여성집회까지 만들어낸 것이다.


일베와 박사모는 워마드가 반갑다

시위의 시작이 된 홍대 누드모델 몰래카메라 게시물(왼쪽). 7월 10일 워마드 게시판에 올라온 천주교 성체 훼손 사진. [동아DB]

시위의 시작이 된 홍대 누드모델 몰래카메라 게시물(왼쪽). 7월 10일 워마드 게시판에 올라온 천주교 성체 훼손 사진. [동아DB]

‘불편한 용기’ 주최 측은 워마드와 관련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워마드가 만든 집회가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집회에 나온 유인물이나 구호가 워마드에서 자주 보이는 내용으로 이뤄졌기 때문. 

특히 7월 7일 시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성토가 주를 이뤘다. 3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편파수사라는 말은 맞지 않다. 남성에게는 엄벌이 가해지고 여성에게는 관대한 처분이 내려지는 현실을 보면 이 사건은 편파수사라 볼 수 없다”고 발언해 당초 수사기관에 집중되던 비판이 대통령을 향하게 됐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문재인 재기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기하시길 바랍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문재인 대통령의 성을 뒤집은 ‘곰’이라고 적힌 손팻말도 등장했다. 이는 일베에서 문 대통령을 비하할 때 쓰는 표현으로 알려졌다. 이에 여성이 느끼는 일상적 공포를 알리는 시위에서 현 정부를 비난하는 시위로 중심이 옮겨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위 이후 일베와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카페에는 시위 및 워마드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게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집회를 주도한 ‘불편한 용기’ 측은 성명을 통해 ‘재기’라는 단어가 사전적 의미대로 ‘다시 일어선다’는 뜻이지, 자살 등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워마드 게시판에는 ‘촛불집회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조롱하던 사람들이 남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만 다른 잣대를 댄다’는 식의 비판이 올라왔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워마드에서 ‘머모님(대모님)’ ‘킹근혜’ 등으로 불리고 있다. 최근에는 문 대통령의 사진을 포르노 사진과 합성한 게시물을 올리는 등 비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후에도 워마드의 기행은 계속됐다. 7월 10일에는 한 회원이 성체를 훼손한 사진을 올렸다. 성체는 가톨릭교회에서 예수의 몸 자체로 여기는 제병이다. 이 성체에 예수를 모욕하는 낙서를 한 뒤 불로 태운 것. 이에 가톨릭교회는 물론, 여성단체들도 워마드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사건 발생 다음 날 입장문을 발표했다. ‘성체 모독과 훼손 사건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믿음 유무를 떠나 종교인이 존귀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공개적 모독 행위는 절대 묵과할 수 없고 종교적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종교인에게 비난받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작가 은하선은 페이스북 계정에 ‘교회를 비판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비판은 의도가 분명할 때만 의미 있다. 뭐라도 욕하고 싶은 본인의 마음과 파괴 본능을 구겨진 포장지를 가져와서라도 포장하고 싶은 건 아닌가’라며 워마드의 성체 훼손 사건을 비판했다. 

물론 워마드의 이 같은 행동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7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나도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성체 훼손이 얼마나 중대한 문제인지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일이 페미니즘 전반에 대한 과도한 공격으로, 또 다른 증오나 차별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톨릭을 비롯한 종교계가 우리 사회의 무분별한 혐오에 대해 성찰하고 우리 사회와 국민 통합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12일 워마드에 성당을 불태우겠다는 등의 게시 글이 올라와 여론은 더욱 악화되기 시작했다.


갑자기 심해진 것 아니다

이후 워마드의 게시 글이 연일 보도되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자고 있는 중년 남성에게 과도를 들이대며 죽이겠다는 사진, 버스에 타고 있는 남성의 뒷목에 칼을 겨누는 사진은 예삿일이다. 7월 15일에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아파트 외부 사진과 함께 남자아이를 하나 납치하겠다는 게시물이 올라와 주변 주민들이 공포에 떨기도 했다. 

워마드의 이상행동이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워마드 사이트가 막 문을 연 2016년부터 패륜적, 범죄예고적 성향을 보였다. 2016년 6월에는 독극물인 에틸렌글리콜을 이용해 살인방법을 공유한 사건이 알려졌다. 게시 글은 이 성분이 차량 부동액에 들어간다는 점을 짚으며 회사 상사에게 부동액을 탄 음료수를 먹이겠다는 내용이었다. 7월에는 자신이 낳은 아기가 아들이라 아기 성기를 절단하고 싶다는 내용의 글도 올라왔다. 

아예 범죄를 일으켜 수사기관이 나선 경우도 있다. 2월에는 몰카 범죄의 미러링이라며 세 차례에 걸쳐 공중목욕탕으로 보이는 곳에서 목욕하는 남성들의 사진이 올라왔다. 두 번의 게시물은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사진을 올린 것으로 밝혀졌으나, 마지막 게시물은 게시자가 직접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작성자는 목욕탕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며, 범행에 사용된 몰카의 설치 장소 등도 자세히 설명했다. 현재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게시자를 추적 중이지만 아직 잡지 못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워마드 회원가입 양식이 신상정보를 요구하지 않아 용의자 특정이 어렵고, 해외서버를 이용하고 있어 압수수색도 제한된다. 

지난해 11월에는 자신이 호주 남자아이를 성폭행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이 게시물에서 ‘나는 오스트레일리아에 거주 중이며 서양 남자 어린이를 강간하겠다고 벼르다 시도하기로 했다’며 ‘수면제를 넣은 오렌지 주스를 먹여 아이를 일찍 재운 뒤 새벽에 가족 몰래 깨워 성폭행하고 영상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게시물에는 하얀 가루를 오렌지 주스에 넣는 모습, 잠자는 남자아이의 사진, 성폭행 장면으로 보이는 영상이 저장된 개인용 컴퓨터(PC) 바탕화면 스크린 샷도 함께 올라왔다. 이 사진은 대부분 인터넷에서 퍼온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사진은 아직 출처가 묘연하다. 

호주에서는 아동 착취물을 제작한 사람은 물론이고 소지만 해도 처벌을 받는다. 이에 해당 글을 올린 작성자는 아동 착취물 소지 및 제작 혐의로 11월 20일 호주 경찰에 구속됐다 올해 4월 1000호주달러(약 83만7000원) 보석금을 내는 조건으로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5월에는 한양대, 고려대, 서강대, 경희대 등 대학 남자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해 찍은 뒤 이를 워마드에 올려 경찰이 수사에 나선 일도 있었다. 

여성학자인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은 “지금 워마드는 여성주의라 볼 수 없다”고 평했다. “혐오를 미러링하다 보니 혐오 자체가 목적이 된 것처럼 보인다.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있는 듯하나 그 전달 방식이 너무 폭력적”이라고 말했다.


왜 남성혐오라는 단어는 없나요?
[shutterstock]

[shutterstock]

‘남성혐오는 성립하지 않는 단어다.’ 

인터넷 댓글창은 물론 여성주의를 표방하는 사람들의 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문구다. 이들은 남성혐오가 미러링을 설명하려고 만들어진 표현일 뿐, 성립할 수 없는 단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남성도 충분히 혐오 대상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페미니스트가 말하는 ‘남성혐오’ ‘여성혐오’는 단순히 사전적 의미와는 다르다. 여성혐오라는 단어 자체가 불완전한 번역어라는 것이다. 

한국 여성학계에서는 영어 단어 Misogyny(미소지니)를 ‘여성혐오’로 번역해 사용한다. 당초 여성학에서 Misogyny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열등한 부분이 있다고 여기는 문화나 사상을 포괄하는 학술적 단어다. 즉 Misogyny 자체가 남성이 우월한 지위를 지닌 사회에서만 쓸 수 있는 단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석이 아예 잘못된 것은 아니다. Misogyny는 고대 그리스어로 혐오를 뜻하는 misos와 여성이라는 의미의 gune‵의 합성어다. ‘Misogyny’와 ‘Hating woman’은 둘 다 ‘여성혐오’로 번역이 가능하지만 의미에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 

하지만 이 차이를 잘 모르는 사람은 충분히 오해할 수 있다. 여성주의 진영에서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가 문제’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놓으면 ‘한국 남자는 대부분 여성을 좋아하는 이성애자인데’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말 그대로 여성을 싫어한다는 의미의 여성혐오도 여성운동계 내외에서 혼용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된다. 일례로 ‘여자는 남자보다 선천적으로 열등한 부분이 있다’는 등의 내용은 학술적 의미의 여성혐오(Misogyny)다. 반면 ‘한국 여자는 게으르고 돈만 밝힌다’는 식의 표현은 사전적 의미의 여성혐오(Hating woman)다. 하지만 이 둘을 구분하는 단어가 없어 둘 다 여성혐오라 부르니 오해가 생기는 것. 

최근에는 일부 학계를 중심으로 여성 멸시, 여성 객체화 등으로 표현을 고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이와 같은 혼란을 막고자 Misogyny를 외래어 표기문자인 가타가나로 옮겨 그대로 사용한다.




주간동아 2018.07.25 1148호 (p8~11)

  •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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