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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는 교육정책에 대한 학부모의 대처법

널뛰는 교육정책에 대한 학부모의 대처법

널뛰는 교육정책에 대한 학부모의 대처법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는 넘쳐나는 학원 개수만큼 다양한 입시전략이 존재한다.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에 지칠 법도 하지만 ‘대치동맘’은 이러한 정부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재빠르게 전략을 수정하며 명문대 입성에 열을 올린다. 

4월 11일 교육부는 지금까지 추진해온 정책 방향을 사실상 뒤집는 대입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에 다수의 학부모와 교육 전문가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이 방향을 잃었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믿을 건 오직 공부밖에 없다”며 사교육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의 대입 경쟁 완화 기조에도 대치동 학원가가 여전히 불야성을 이루는 이유다. 

대치동은 사교육뿐 아니라 공교육 분야에서도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다. 특히 최근 들어 ‘학군’ 프리미엄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 12월부터 외국어고(외고), 국제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일반고와 동시에 입학전형을 진행하게 되면서 학부모의 ‘학군’ 의존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적으로 다양한 곳에 분포한 자사고, 특수목적고(특목고)의 입학전형이 일반고와 같아지면 강남 8학군 쏠림 현상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사고 등에서 탈락한 학생은 거주 학군 내 또는 인근 지역 학군의 학교에 임의 배정되는 것으로 결정됨에 따라 중학교 학군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또한 교육부의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 발표 이후 대입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비중이 늘어나 ‘학군’은 대학문을 여는 중요한 열쇠로 여겨지고 있다. 학종의 꽃인 ‘생기부’(학교생활기록부) 관리를 위해서도 일반고보다 특목고 혹은 명문고가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이유들로 여전히 대치동은 입시 관련 해답을 한곳에서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동네다.


중학교 배정 앞두고 위장전입 봇물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에도 대치동의 교육열은 식을 줄 모른다. [뉴시스]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에도 대치동의 교육열은 식을 줄 모른다. [뉴시스]


요즘 대치동을 달구는 핫이슈는 바로 ‘위장전입’이다 특히 중학교 진학을 앞둔 초등학교 6학년 사이에서 많이 일어난다. 한 사립초 학부모인 A씨는 “올겨울 아이의 중학교 배정을 생각해 대치동으로 주소지만 옮기는 학부모가 많다. 주로 강남에 사는 사람들인데, 아이가 학교를 배정받아 입학하고 몇 달 지나면 다시 주소를 옮겨오려는 생각인 거 같다. 일부는 아예 팀을 짜서 아파트 하나에 서너 명이 같이 주소지를 옮기고 월세를 나눠 내고 있다”고 말했다. 

위장전입 불시 점검에 걸리지 않으려면 넉넉히 여름방학 전에는 주소지를 옮겨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금 대치동은 전·월세 물량이 거의 동났다. 인근 한 부동산공인중개업자는 “대치동으로 들어오려는 사람이야 언제나 많지만, 특히 이맘때는 주소만 옮기는 단기 세입자 수요가 급증한다. 물량이 나왔다 하면 바로 빠져 밤에도 계약서를 쓸 정도”라고 말했다. 

원하는 중학교에 배정받으면 그때부터 ‘선행학습 전쟁’에 뛰어들게 된다. 특히 영재고, 과학고 등 특목고를 목표로 하는 경우라면 그 강도가 더욱 높아진다. 현재 대치동에는 “영재고, 과학고에 가려면 초등 5학년에는 고교 수학을 다 끝내놔야 한다”는 이야기가 정설처럼 나돌고 있다.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를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학원 중에는 초등 4, 5학년 재원생의 KMO 수상 내용을 크게 홍보하는 곳이 많다. 

휘문중 1학년 학부모 B씨는 “대치동에서 웬만큼 공부한다는 아이는 거의 다 영재고, 과학고를 목표로 한다고 보면 된다. 일반고보다 입시 일정이 빠르기 때문에 설령 떨어지더라도 일단 지원하고 보자는 식이다.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선행학습이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돈이다. 현재 대형 수학학원은 대부분 회당 5만~7만 원 수업료를 받는다. 수업 횟수는 일주일에 두 번이 기본이며, 여기에 교재비 등이 추가되면 한 달에 적어도 70만~80만 원이 든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최상위 등급을 받으려면 꾸준히 학원에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가 대부분이다. 그 비용도 한 달에 45만~50만 원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신 관리를 위해 다니는 학원도 따로 있다. B씨는 “학교 중간·기말고사 기간에는 내신 전문학원에 다니라고 대형 수학·영어학원의 경우 휴강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수행평가를 전문으로 봐주는 학원도 성행 중이다. 현재 중학교는 자유학기제와 교과 과정 중심의 평가가 확대되면서 내신에서 수행평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커지고 있다. 보통 수행평가는 교과 과정에서 꼭 알아야 할 요점이나 이미 배운 내용의 심화학습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이 역시 차별화를 위해 학원에 의지하는 학생이 많다. 

중학교 3학년 학부모 C씨는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집에서 엄마가 수행평가를 도와줄 수 있었지만, 중학교는 차원이 다르더라. 이 동네 아이들의 수준이 다 높기 때문에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튀려면 학원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내대회 수상을 위한 사교육 열풍도 꺼질 줄 모른다. 교육부는 2019학년도 고입부터 교내대회 수상 내용을 기재하지 못하게 했지만, 경시대회에 대한 집착은 여전하다. 한 학부모는 “서류상 기재 못 하면 뭐하나, 어차피 자기소개서나 면접 과정에서 해당 내용이 드러난다. 과학고에 들어가고 싶은 아이가 과학 관련 대회에서 수상한 내용을 말하는 건 너무 당연하지 않나. 학교 역시 수상 내용 등으로 변별력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치동 학부모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은 바로 경시대회 스펙 관리다. 수학·영어학원은 기본으로 다닌다쳐도 해마다 돌아오는 과학경진대회, 영어말하기대회, 독서대회 등 때마다 대비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일부 ‘대치동맘’은 남편 몰래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 교육비를 대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구 문정동이 뜨는 이유

교내 과학탐구대회에서 한 어린이가 발명품 만들기를 하고 있다(왼쪽). 각종 경시대회는 대치동맘조차 부담스러워한다. [뉴시스]

교내 과학탐구대회에서 한 어린이가 발명품 만들기를 하고 있다(왼쪽). 각종 경시대회는 대치동맘조차 부담스러워한다. [뉴시스]

C씨는 “초등 과탐토(과학탐구토론대회)의 경우 학원비가 시간당 10만~20만 원 하는데, 보통 4~5회는 가야 하니 대회 하나 준비하는 데 못해도 150만 원은 든다. 돈을 쓴 만큼 결과가 나오기에 학원을 보낼 수밖에 없다. 팀을 짜서 실력 있는 선생을 섭외하는 것도 온전히 엄마 몫”이라고 말했다. 

대입 향배를 결정짓는 생기부와 관련해서도 대치동 소재 고교는 인기가 높다. 특히 이번에 교육부가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에 따라 만약 수시와 정시가 통합된다면 생기부 관련 전형 요소들의 변별력이 지금보다 높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수능 점수를 알고 학종으로 지원할 경우 종전에 비해 경쟁률은 전반적으로 떨어지겠지만 허수 지원자가 줄어들어 서류 및 면접 경쟁력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학종을 꼼꼼히 준비하지 않으면 합격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학종 스펙 관리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생기부에는 크게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이 기록되는데 이러한 내용들을 교사가 얼마나 정성껏 써주느냐에 따라 합격 여부도 판가름 나게 돼 있다. 대다수 학부모는 “생기부만 보더라도 특목고, 자사고를 포함한 명문고 교사의 기량이 월등히 높다”고 평한다. 

그뿐 아니라 동아리활동 등 교내에서 이뤄지는 비교과활동 수준도 명문고가 훨씬 높다. 서울 소재 고교의 한 교사는 “흔히 명문고라 부르는 학교들은 교내 동아리 수준부터 다르다. 해당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를 초빙하고, 아이들이 마음껏 토론하며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또 이러한 내용들을 교사가 정성껏 생기부에 기록해주기 때문에 대입, 특히 학종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종 관리 차원에서 대치동을 사수하려는 이가 있는 반면, 전략적으로 대치동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뛰고 나는’ 경쟁자들을 피해 외곽으로 빠져 내신을 챙기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송파구 문정동이 각광받고 있다. 

올해 초 대치동에서 문정동으로 이사한 학부모 D씨는 “아이가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재고, 과학고를 목표로 했다면 대치동에 살면서 중학교에 진학했겠지만, 우리 아이는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았다. 지금 학교에서 공부를 곧잘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등수를 계속 유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D씨가 대치동을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다. 아이가 수학·영어학원은 평일 집 근처에서 다니지만 주말에는 대치동에서 과학과 국어 수업을 듣는다. D씨는 “어차피 주말에는 대치동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이사를 계획할 때 대치동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은 아예 고려도 하지 않았다. 내 주변에도 중학생 때까지는 대치동에서 열심히 공부시키고, 고등학생 때 외곽으로 빠지겠다는 엄마가 꽤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8학군 이외 일반고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학종 스펙 관리가 훨씬 수월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학교가 일부 상위권 학생에게 교내 경시대회 등 생기부에 도움이 될 만한 활동을 몰아주기 때문이다. 서울 노원구의 일반고를 다니는 한 학생은 “학교에서 서울대에 보낼 애들을 정해놓고 전폭적으로 밀어준다. 뒤늦게 열심히 해보려는 아이들의 사기가 꺾인다는 점에서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학종은 창의적이고 잠재력 있는 학생을 뽑는다는 취지만 놓고 보면 현행 대입 전형 가운데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행 과정에서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는 왜곡과 변질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학부모는 국내 입시정책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며 아예 해외 유학으로 방향을 돌리기도 한다. 

특히 특목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다시금 조기유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별화된 교육이 불가능하다면 외국에서 좀 더 나은 교육을 시키겠다는 생각이다. 그만큼 국제학교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아이를 서초구의 미국식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다는 학부모 E씨는 일찌감치 아이의 진학을 해외 유학으로 정했다. E씨는 “중학교 1학년까지 대치동에서 살다 2학년 때 옮겨와 지금 고교 2학년 과정을 하는데, 대입 못지않게 힘든 고입을 치르지 않았다는 점이 위로가 된다. 무엇보다 아이가 예전에 비해 훨씬 즐겁게 학교에 다니고 있다. 진로를 정보기술(IT) 쪽으로 정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름 있는 공대에 들어가려면 웬만큼 공부해서는 안 되지 않나. 물론 외국 대학 진학도 쉬운 건 아니겠지만 국내 입시제도과 비교하면 훨씬 수월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국제학교로 눈 돌리는 학부모들

국제학교로 옮겨온 뒤 사교육 비중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E씨는 “그전까지는 아이를 사교육의 바다에 빠뜨렸다고 할 정도로 학원 의존도가 컸다. 하지만 지금은 학교 수업 외 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집에서 복습만 잘 해도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데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교내 동아리활동도 잘 돼 있어 아이가 자신이 하고 싶은 걸 거의 다 학교에서 해결한다. 물론 SAT(미국 대학입학 자격시험)가 얼마 남지 않아 여름방학 때부터는 대치동에서 SAT 수업을 듣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학교의 학비는 1년에 2400만 원가량이고, 수업별로 학생 수가 20명 남짓이라 교사들이 학생의 특기와 성향을 잘 파악하는 편이라고 한다. 

일반고 재학생 중에도 내신 관리가 쉽지 않아 유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적잖다. 서울 강남의 한 유학원 관계자는 “고등학교 입학 후 첫 시험(중간고사) 성적을 보고 유학을 결심하는 학생이 많다. ‘학종 아니면 대학 가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고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유학길에 오르는 아이가 꽤 있다. 또 비교과활동 등에 들어가는 사교육비를 생각하면 유학을 보내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도 많은 듯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각자도생의 방법이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출렁이는 교육정책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면 자신의 진짜 실력을 스스로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근주 수시합격로드맵 연구소장은 “앞으로 교육정책이 어떻게 바뀌든 크게 4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전공에 대한 뚜렷하고 일관된 의지, 영어로 말하고 쓰고 읽을 수 있는 능력, 고등학생 수준의 탐구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능력, 독서를 통한 조사탐구 능력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을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어려서부터 독서를 통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가정에서 부모 형제와 자연스럽게 토론을 즐기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것. 영어 교육 역시 무조건 영어유치원부터 보낼 것이 아니라 아이가 흥미 있어 하는 분야와 연결해 자연스럽게 영어에 재미를 갖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조 소장은 “학종은 결과가 아닌 과정을, 그리고 학생의 현 모습이 아닌 가능성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방향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교육정책 변화와 무관하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에 확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전공(진로)에 대한 열정이고, 대학 역시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치며 지적 호기심을 채워가는 과정이 꼭 대입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학원 혹은 과외교사로부터 배운 지식은 결국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꿈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원하는 대학에 분명 합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8.04.25 1135호 (p24~27)

  •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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