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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인터뷰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올해 중소형 가치주 시대 열릴 것”

“비트코인 투자열풍? 모두가 관심 가질 때 조심해야”

“올해 중소형 가치주 시대 열릴 것”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조영철 기자]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조영철 기자]

“규칙 1, 절대 돈을 ‘잃지’ 마라. 규칙 2, 첫 번째 규칙을 결코 ‘잊지’ 마라.” 

미국 투자자 워런 버핏이 밝힌 두 가지 투자원칙이다. 잃지 않는 투자가 곧 성공 투자라는 뜻이다. 버핏은 가치 대비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해 오랫동안 보유하는 가치투자의 대명사로 유명하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치투자 대표주자로 알려진 이가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다. 지난해 연말 대표이사직에 오른 그를 1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무실 벽에는 그의 둘째 딸이 고2 때 그렸다는 흑표범 그림이 걸려 있었다. 수십 번의 붓질로 섬세하게 묘사한 표범 털이 마치 시장 변화에도 묵묵히 가치주를 발굴, 투자해온 그의 끈기와 인내를 상징하는 듯했다.

가치투자는 여전히 유효합니까. 

“최근 몇 년 동안 저금리-저성장 영향으로 성장에 대한 목마름이 강해 대형 성장주 중심의 장세가 지속됐습니다. 하지만 금리가 정상화되면서 가치주 시대가 다시 도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가치주 시대가 도래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2~3년 전까지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대였습니다. 우리나라도 3년 만기 금리가 1.2%까지 떨어지기도 했고요. 채권 금리가 1%이면 수율(yield)의 역수인 주가수익비율(PER)은 100이 됩니다. PER는 자금을 투자해 몇 년 만에 회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데요. PER가 10이라면 10년 만에 투자 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이 360조 원인 삼성전자가 연간 36조 원 이익을 올린다면 삼성전자 PER는 10이 되는 셈이죠. PER는 낮을수록, 수율은 높을수록 좋은데 금리가 1%일 때 이를 PER로 환산하면 100 정도가 됩니다. 연리 1%를 100년 동안 받아야 원금과 같아지기 때문이죠. 금리가 워낙 싸다 보니 지금까지는 PER가 50 정도 되는 주식도 채권보다 PER가 낮다는 인식이 많았습니다. 주식은 배당을 주고 성장도 하니까 은행 이자 1%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보인 거죠. 그런데 금리가 올라가면서 이 같은 기존 인식에 변화가 불가피해졌습니다. 리스크 프리미엄 이론에 따르면 금리가 2.5%이면 PER는 40 이하가 적정 수준이고, 3%이면 PER가 33 이하여야 적정합니다. 결국 금리가 높아지면서 PER가 높은 회사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는 거죠. 만약 지금 PER가 5~6 수준인 회사라면 1년에 원금의 20% 가까이 버는 회사라는 얘기가 되지 않습니까. 그만큼 금리가 올라가면 PER가 낮은 회사가 매력적입니다. 이런 회사의 주가가 상승하면 내재가치와 주가의 갭이 줄어들게 되죠.”

지난해 코스피가 크게 올랐는데, 올해 주가지수를 어떻게 전망합니까. 

“지수가 지난해 가파르게 상승한 만큼 당분간 조정기와 휴식기가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다만 실수요까지 뒷받침된 경기회복이 현실화하면 코스피가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그게 올해일지 내년일지는 예상하기 쉽지 않습니다.”


“당분간 조정 장세 이어질 것”

“올해 중소형 가치주 시대 열릴 것”
종목별로는 어떻습니까. 

“최근 유통주의 대명사 격인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이 많이 올랐는데요. 지난해가 대형주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소외됐던 주식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업종 확산뿐 아니라 개별 종목으로도 범위가 크게 넓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대표는 최근 20년 동안 국내 주식시장에 나타난 특징을 이렇게 요약했다. 

“2000년 3차 산업혁명이라는 인터넷 혁명으로 닷컴 기업들이 굉장히 많이 올랐죠. 그러다 닷컴 기업이 꺾이면서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장기간 가치주 시대가 왔습니다. 그러다 2013년 이후 4년간 성장주 중심으로 크게 올랐죠. 특히 지난해에는 압도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형주 장세가 펼쳐졌고요. 올해는 조금 양상이 달라지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기업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데요. 

“국내 여건만 보면 그렇습니다. 3000억 원 이상 이익을 낸 대기업은 법인세율이 올라가고,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임금 상승이 예상됩니다. 환율도 우호적이지 않고, 금리가 오르면서 부채 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우 이자 부담도 커졌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이 같은 기업 환경에서 자유로운 기업은 수혜를 볼 수도 있습니다. 순이익이 3000억 원 이하이면서 금리 인상으로 이자 수익이 늘어날 가치주 기업이 그렇죠. 이런 점에서 올해는 중소형 가치주가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어느 기업이 중소형 가치주에 해당합니까.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 

“애널리스트나 이코노미스트는 종목을 추천하는 게 직업이라 괜찮지만, 펀드를 운용하는 저 같은 사람은 미공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우리 회사가 사고 있는 종목을 공개해 만약 주가가 오르면 정작 우리 고객들은 주식을 싸게 사지 못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지난해 7월부터 미공개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법이 더욱 엄격해져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점을 양해해주세요.”


“가상화폐 열풍은 새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 현상”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지난해에는 4차 산업혁명이나 바이오, 정보기술(IT), 전기차 같은 테마주가 각광받았는데요. 

“지난해에는 몇몇 테마주가 동반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는데, 올해는 같은 테마주라 해도 종목별로 차별화가 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상장사 전체 이익이 50% 늘었는데, 올해는 10% 상승도 만만치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거든요. 업종 전체보다 각 업종 내에서 매력 있고 주가가 싼 기업의 주가 상승이 두드러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업종별로 특이하게 PER나 PBR(주당순자산가치) 등이 유난히 낮은 기업들이 있거든요.” 

주가가 낮거나 PER, PBR이 낮다고 무조건 좋은 주식이라고 볼 수는 없을 텐데요. 

“그렇죠. 일례로 에너지 사용비중이 연탄에서 도시가스로 바뀌는 상황에서 사양 산업인 연탄만 고집하는 기업이라면 아무리 주가가 낮더라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겠죠. LCD(액정표시장치)에서 LED(발광다이오드)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LCD만 고집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고요. 그렇지만 잘 찾아보면 기업의 펀더멘털과 상관없는 원인으로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도 적잖습니다. 일시적인 실적 악화나 기업 본질과 상관없는 루머 또는 스캔들에 연루돼 주가가 하락한 경우, 또는 대중의 무관심으로 소외된 종목이 있을 수 있거든요. 기관이나 외국인 매도량이 많아 일시적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경우와 거래가 미미하게 이뤄져 주가가 상대적으로 소외된 중소형주도 있습니다. 그런 주식을 잘 찾아 투자한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2018년 1월 대한민국 투자시장에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암호화폐) 열풍이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가상화폐와 서울 강남 부동산, 바이오 투자 열기를 일컬어 ‘3대 투자광풍 시대’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닷컴 버블이 절정을 보인 시기는 1년 정도에 불과했지만, 물밑에서는 수년간 투자열풍이 진행돼왔습니다. 비트코인이 시작된 지도 곧 10년이 돼가지 않습니까.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로 볼 수 있겠죠.” 

가상화폐에는 투자하지 않습니까. 

“금도 가치 계산이 잘 되지 않아 투자대상으로 삼기를 꺼리는 편입니다. 그래도 금은 채굴단가 같은 원가라도 계산이 되는데, 가상화폐는 개념도 불분명한 데다 하루 만에 2배가 올랐다 반 토막이 나기도 하고…. 너무 변동이 심해 투자대상으로 삼기 곤란합니다. 오래전에 (가상화폐를) 열심히 연구해 가격이 쌀 때 투자한 분들은 가격이 크게 올라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몇십 배로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뒤늦게 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너무 위험해 보입니다. 주식도 대중의 관심이 없을 때 가치를 발견해 투자했다 나중에 그 가치가 알려져 가격이 오르면 팔고 빠져나오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모두가 관심을 가질 때는 오히려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상투를 잡을 수 있다? 

“시장이 달아오르다 폭발할 때 조심해야 하거든요. 마지막 불꽃이 가장 화려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모두가 관심을 가질 때는 정말 조심해서 투자해야 합니다. 제가 31년 동안 투자업에 종사해왔는데요. 그동안 시장 사이클과 투자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런데 패러다임이 바뀔 때는 과거 시장을 주도하던 주식이 다음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는 공통된 특징이 있었습니다. 비트코인과 강남 아파트, 코스닥, 바이오 등 투자시장을 뜨겁게 달군 무대를 놓친 분들이 뒤늦게 뛰어들어 위험을 감수하느니, 다음 스테이지를 준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시아 밸류 펀드 구상 중”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기업의 내재가치와 주가의 차이가 큰 기업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조영철 기자]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기업의 내재가치와 주가의 차이가 큰 기업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조영철 기자]

최고운용책임자로 투자현장에 몸담아온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지난해 대표이사로 승진했지만 최고운용책임자도 겸한다. CIO에서 CEO가 된 것이 아니라 CIO  +  CEO에 올라 1인 2역을 하게 된 것이다. 

“대표이사가 되고 나서 단점은 제 업무량이 크게 늘었다는 것입니다.(웃음) 하지만 장점도 많습니다. 우리 회사의 원칙인 가치투자를 모든 부문에서 효율적으로 일체화할 수 있게 됐거든요. 운용 부문뿐 아니라 경영관리, 영업 등 모든 조직과 구성원이 가치투자의 철학을 공유하고 한 몸처럼 움직이게 된 것은 장점입니다.” 

그가 운영하는 ‘한국밸류10년주식투자’ 펀드는 2006년 4월 18일 설정된 뒤 올해 1월 16일까지 11년 9개월간 7.82% 연복리 수익률을 달성했다(13쪽 그래프 참조). 같은 기간 코스피(KOSPI)의 연복리 수익률은 4.55%에 그쳤다. 

그는 이 펀드를 통해 가치투자자로 더욱 유명해졌다. 가치투자는 회사의 내재가치를 평가한 뒤 가치에 비해 시장가격이 저렴한 주식을 골라 투자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정량평가는 물론 정성평가까지 해야 기업의 내재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정량평가는 안정성과 수익성, 성장성 등을 평가한다. 이를 위해 PBR(주당순자산가치)와 PER(주가수익비율) 같은 지표를 활용한다. 안정성 지표인 PBR는 기업의 과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과거 벌어들인 수입으로 회사가 땅을 사거나, 공장을 짓거나, 유가증권에 투자할 수도 있는데 이 같은 자산가치를 PBR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 그에 비해 현재 얼마나 돈을 잘 벌고 있느냐를 나타내는 수익가치는 PER로 확인한다. 투자한 원금 대비 얼마나 돈을 잘 벌어들이고 있는지를 PER를 통해 확인하는 것. 안정성과 수익성은 객관적 지표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지만 성장성은 예측 영역에 해당한다.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 수익가치를 추정해야 하기 때문. 이 대표는 “과거에 돈을 잘 벌어 자산이 쌓여 있고, 지금도 돈을 잘 벌고 있으며,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면 앞으로도 돈을 잘 벌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면서 “성장성을 판단하는 데는 과거 지표뿐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성장성을 판단할 때는 정량평가보다 정성평가 방법이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먼저 지배구조를 파악한다. 이 대표는 “대주주 지분율이 성장성 평가에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해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주주 지분이 낮으면 대주주가 주가 상승에 관심이 높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대주주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경영진이 회사를 경영하고 성과에 따라 교체하는 회사가 가장 좋은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런 지배구조를 갖춘 회사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정성평가의 두 번째 방법은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에서 얼마나 유효할지를 따져 미래가치를 예상해보는 것. 이 대표는 “기업이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부 환경에 좌우되는 회사는 성장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환율이나 원자재 가격 변동에 회사 수익이 크게 영향을 받거나, 단일 기업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자생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이 대표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고 거래처가 다양한 기업이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라며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인텔 같은 세계적 회사와 두루 거래하는 회사라면 규모와 상관없이 안정성, 수익성, 성장성이 모두 좋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기업의 내재가치와 주가의 차이가 큰 기업이 매력적”이라며 “건전하고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 보유하는 것이 가치투자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아시아밸류펀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4년간 준비해왔다.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도 유사한 궤적을 그려온 나라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 인도를 포함해 아시아 국가들의 가치주에 투자하는 아시아밸류펀드를 구상 중입니다.”




주간동아 2018.01.24 1123호 (p12~15)

  •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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