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4

2017.06.28

김민경의 미식세계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게 없다

돼지고기의 숨은 맛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입력2017-06-28 11: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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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 이르게 찾아온 더위로 한낮에는 길을 걷기만 해도 등줄기에 땀이 밴다. 그래도 해가 넘어가는 무렵부터는 선선한 바람이 더위를 식혀 기분이 상쾌해진다. 하지 직후라  하루 일과를 마쳐도 해가 훤해 일찍 귀가하기도 아쉽다. 바람결에 등 떠밀리듯 친구나 동료를 삼삼오오 불러 모아 소주 한 잔 기울이기 딱 좋은 때다. 단골 메뉴는 허기를채우고 안주 삼기에도 부담 없는 돼지고기다. 쇠고기는 특별한 날 먹어야 할 것 같고, 닭고기는 소주 안주로는 어쩐지 단출한 느낌이다.

    주로 불판을 앞에 두고 구워 먹는 집을 찾는다. 구워 먹는 부위는 삼겹살이나 오겹살, 목살이 흔하고, 가끔 갈매기살이나 항정살도 별미로 몇 점 먹곤 한다. 갈매기살은 늑간 안쪽에 붙어 있는 ‘가로막이살’이다. 항정살은 목 뒷덜미 살로 머리 쪽에 가까운 것은 두항정, 어깨에 가까운 것은 목항정이다. 갈매기살과 항정살 모두 돼지 한 마리에서 나오는 양이 많지 않지만 독특한 육질과 맛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돼지갈비도 빼놓을 수 없다. 지방과 살코기가 조화롭게 섞인 부위라 느끼하지 않고 부드럽다. 양념해도 맛있고, 생으로 구워도 구수하고 촉촉하다. 취향에 따라 등갈비를 구워 먹는 이들이 있지만 손에 들고 뜯어 먹는 공에 비해 살이 너무 적어 개인적으로는 즐기지 않는다.




    우리가 주로 먹는 부위는 등뼈와 갈비 주변의 고기다. 실은 돼지고기에는 부위별로 숨은 맛이 많다. 최근에는 앞다릿살을 찌개 또는 카레 등에 넣거나 볶아 먹는 경우가 많은데, 앞다릿살을 얇게 포를 떠 한 장씩 구워 먹으면 졸깃한 맛이 일품이다. 앞다릿살은 덩어리째 삶아 보쌈으로 내도 좋다. 기름기가 적고 육질이 쫀득하며 탄력 이 있다. 앞다리에 붙은 사태는 특유의 감칠맛이 있어  뭉근하게 익혀 장조림으로 만들면 제맛이다.

    뒷다리는 앞다리보다 살이 훨씬 많고 다른 부위에 비해 기름기가 적다. 얇게 썰거나 칼집을 내 구워도 좋고 양념에 버무려 볶아도 고들고들 씹는 맛이 일품이다. 큼직큼직하게 썰어 찌개를 끓이면 구수한 맛이 풍성하게 우러난다. 뒷다리에 붙어 있는 도가니살은 안심과 거의 비슷한 육질과 맛이 나는데, 안심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갈비도 엉덩이 쪽에 가까울수록 대가 굵고 커서 살도 훨씬 많이 붙어 있다. 찌개나 찜을 할 때 활용하면 좋다. 국물을 낼 때 대개 등뼈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때 뒷다리뼈를 함께 넣으면 한껏 진한 육수를 만들 수 있다.



    흔히 뒷고기라 부르는 살은 항정살을 떼어내고 남은 주변 부위다.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질감과 고소한 맛이 좋다. 이처럼 이름 없는 부위지만 저마다 육질과 감칠맛이 있는 고기를 모아 ‘특수 부위’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 식당도 꽤 있다. 독특한 맛과 저렴한 값을 자랑하는 껍데기, 쿰쿰하고 구수한 맛에 중독될 수밖에 없는 막창과 대창, 순대와 순댓국의 주재료인 소창, 씹을수록 맛있는 머릿고기, 뜯어 먹는 재미가 있는 족발과 꼬리까지. 꼽아보니 돼지에서 우리가 먹지 못하는 부위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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