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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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구의 지식 블랙박스

‘핵핵’ 말고 햇빛·바람에 열광하라!

‘통 큰’ 투자하면 태양광 · 풍력 경제성↑… 친환경전기  →  수소 생산 · 저장  →  수소발전 선순환 구조

  • 지식 큐레이터 imtyio@gmail.com

    입력2017-06-28 11: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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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1호 핵발전소(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가 6월 19일 0시 가동을 멈췄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부산 기장군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라고 강조하면서 대선 때 약속했던 에너지 전환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움직임을 놓고 벌써부터 논란이 거세다. 공정이 20~30%가량 진행된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그 예다. 반대 측이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대목은 석탄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를 대신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재생 가능 에너지는 이상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햇빛, 바람, 파도, 심지어 수소로 에너지를 만드는 일이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진실은 이렇다.

    지금은 서울 시내 곳곳에서 태양광발전기를 볼 수 있다. 태양광발전은 말 그대로 태양광(햇빛)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태양광발전기에 다닥다닥 붙은 태양전지가 햇빛과 반응해 전기를 생산하고, 그 전기를 여기저기 이용하는 것이다. 햇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효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 주목받을 발전 방식이다.



    대한민국이 햇빛  ·  바람이 안 좋다고?

    그런데 태양에너지를 얘기하면 대뜸 “우리나라는 햇빛이 안 좋아서…” “국토가 좁아서…” “산이 많아서…” 같은 반론부터 나온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 세계 지도를 펼쳐 보여준다. 서울을 기준으로 서쪽으로 계속 선을 긋다 보면 유럽과 만난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서울과 비슷한 위도의 나라는 어딘가요?”



    예상외로 북아프리카 바로 위 스페인 남부다. 전 세계 태양광발전을 선도하는 독일은 스페인보다 훨씬 더 높은 위도에 위치한 나라다. 중학생 때 배운 과학 상식을 확인하자. 위도가 높을수록 태양 고도가 낮다. 이렇게 태양 고도가 낮을수록 단위 면적당 태양에너지의 양은 적다. 단위 면적당 태양에너지의 양은 우리나라가 독일보다 훨씬 많다. 독일보다 우리나라가 태양광발전을 하기에 적합한 것이다.

    그렇다면 좁고 험한 산지가 많은 땅은 어떨까. 언제부턴가 멀쩡한 산을 깎은 자리나 논밭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햇빛으로 만든 전기의 손실을 줄이려면 가능한 한 전기를 쓰는 도시와 가까운 곳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이런 과감한 발상도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지붕 있는 건물(아파트, 연립주택, 공장, 창고, 병원, 주차장 등)의 비중은 전체 국토 면적의 3.5%(2015년 말 기준)이다. 만약 그 지붕들에 몽땅 태양광발전기를 올리면 어떻게 될까. 좀 더 엄밀한 계산이 필요하지만, 최소한 국내에서 소비하는 전기의 절반 이상을 충당할 수 있는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

    강원 대관령이나 제주에서 볼 수 있는 풍력발전기는 바람개비를 돌려 얻는 힘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바람이 약하면 풍력발전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바람이 세다고 무조건 풍력발전에 좋을까? 아니다. 우리나라 겨울바람처럼 바람이 너무 세면 풍력발전은 전기를 생산하는 일을 중단하고 바람개비만 헛돈다. 대관령이나 제주에 풍력발전 단지가 조성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여러 지역 가운데 풍력발전에 적합한 바람이 연중 계속 부는 지역이 바로 이곳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세간의 편견처럼 정말 ‘바람이 좋은 곳이 없기 때문에’ 풍력발전과 인연이 없는 것일까. 아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은 대신 삼면이 바다다.

    지금 전 세계 풍력발전산업은 바다를 주목하고 있다. 바람이 좋은 육지 곳곳에 이미 풍력발전기가 들어선 데다, 풍력발전기가 들어설 때마다 지역 주민과 적잖은 마찰이 있었던 탓이다. 바다는 바람이 좋은 곳이 육지보다 훨씬 더 많다. 그러니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로서는 ‘해상 풍력’이 매력적이다. 문 대통령이 해상 풍력을 언급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통일 대한민국을 염두에 두면 풍력발전의 중요성은 더욱더 커진다. 남쪽에는 풍력발전에 최적인 장소가 몇 곳 없지만, 북쪽에는 대관령 같은 곳이 여러 군데 있다. 남쪽에서 풍력발전기를 만들어 북쪽에 설치하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더구나 풍력에너지는 산업으로서도 경쟁력이 있다. 풍력발전산업은 자동차산업, 조선산업처럼 고용 유발 효과가 높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는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산업이 바로 풍력발전인 것이다. 독일 같은 나라가 일찌감치 산업 구조조정의 한 대안으로 풍력발전산업을 육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재생 가능 에너지에 햇빛, 바람만 있는 건 아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농촌 마을에서는 소나 돼지를 키울 때 나오는 가축의 똥오줌으로도 전기를 생산한다. 방법은 이렇다. 가축의 똥오줌을 버리지 않고 모아 썩히며 메탄가스가 나온다. 메탄가스의 다른 말이 곧 천연가스다. 이 메탄가스를 태워 물을 끓일 때 나오는 증기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에너지혁명, 문재인 정부는 할 수 있을까

    햇빛, 바람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도 단점이 있다. 석탄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량은 연중 고르다. 하지만 태양광발전기에서 생산하는 전기는 햇빛이 좋은 한여름에는 많지만 겨울에는 적어진다. 풍력발전기도 바람이 좋은 초봄이나 늦가을에는 전기 생산량이 많아졌다 바람이 잦아드는 여름에는 적어진다.

    여기서 수소가 등장한다. 물(H₂O)에 전기를 흘려 보내면 수소(H)와 산소(O)로 나뉜다. 이 원리를 따라 태양광발전기가 여름에 생산한 전기 가운데 쓰고 남은 것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든다. 그렇게 생산한 수소를 탱크에 담으면 저장도, 이동도 가능하다. 그리고 그 수소를 태양광발전기로 생산하는 전기가 적어지는 겨울철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때는 수소연료전지발전기를 이용한다. 수소연료전지발전기는 저장한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반응시켜 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기를 생산한다(물 전기분해의 역반응). 흔히 얘기하는 ‘수소혁명’은 바로 이런 미래 비전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게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을 말할 때 꼭 나오는 반응이 경제성이다. 재생 가능 에너지는 석탄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보다 비싸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 비용이 낮아지면서 재생 가능 에너지와 석탄 등 화석연료의 발전 단가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달성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물론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하려면 정부와 기업의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통 큰 지원과 투자가 필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에 22조 원을 투자했다. 문재인 정부가 만약 그만한 통 큰 투자를 재생 가능 에너지에 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문 대통령은 기후 변화, 자원 고갈, 자원 전쟁 등을 염두에 둔 에너지혁명을 시작한 지도자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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