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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새로운 전설 되나

윙어에서 원톱까지 만능 공격수로 진화…‘차붐’ 득점 기록 넘어설 듯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7-04-17 1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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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2016~2017시즌에서 손흥민(25·토트넘 홋스터 FC)의 출발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마음고생이 찾아왔다. 벤치의 믿음을 잃었다는 평가까지 나왔고, 출장 기회는 점점 줄어갔다. 그러나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며 어려움을 딛고 일어섰다.

    그러자 팀의 에이스이자 포지션 경쟁자라 볼 수 있는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행운’도 찾아왔다. 손흥민이 EPL 진출 2번째 시즌 만에 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며 한국 축구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이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한국 축구의 전설 ‘차붐’을 넘어서는 일만 남았다.



    EPL서 아시아 선수 최고 득점 기록

    4월 6일 영국 스완지 리버티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완지시티 AFC와 토트넘 홋스퍼 FC의 EPL 31라운드 경기. 스완지시티 기성용(28)이 후반 27분 교체 투입되며 한국 팬들이 고대하던 손흥민과 ‘코리안 더비’가 성사됐다.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최전방에서 토트넘 공격을 이끌었고, 결국 팀이 3-1 역전승을 거두는 데 주역이 됐다.

    -1로 맞선 후반 46분 페널티 박스에서 빈센트 얀선의 힐패스를 받아 오른발 슛으로 스완지시티 골문을 열었다. 손흥민의 리그 9호 골이자, 시즌 16호 골. 이로써 손흥민은 2014~2015시즌 기성용이 작성한 아시아 선수의 단일 시즌 EPL 정규리그 최다골 기록(8골)을 경신하는 데 성공했다.



    4월 8일 왓포드 FC와 홈경기에서는 2골을 몰아쳤다. 1일 번리 FC전부터 왓포드전까지 3경기 연속골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리그 10, 11호 골, 시즌 17, 18호 골을 기록했다. 기성용 앞에서 기성용을 넘어선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EPL 한 시즌 두 자릿수 득점 고지에 오르는 등 EPL에서 아시아 선수가 가질 수 있는 모든 득점 기록을 작성했다.

    2010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SV에서 데뷔한 손흥민은 바이어 04 레버쿠젠 시절이던 2014~2015시즌 기록한 개인 한 시즌 최다인 17골(리그 11골·컵대회 1골·UEFA 챔피언스리그 5골) 기록을 경신한 데 이어 새로운 이정표를 눈앞에 뒀다. 2골만 더 뽑아 20골 고지를 밟는다면 1985~86시즌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고 뛴 차범근 전 감독이 세운 한국인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골(19골) 경신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이제 손흥민에게는 ‘차붐’을 넘어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다 2015~2016시즌 처음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EPL에 입성한 손흥민은 데뷔 첫해 리그 28경기(교체출장 15회 포함)에 나서 4골을 기록하는 등 한 시즌 총 8골을 터뜨렸다. 레버쿠젠에 이적료 2200만 파운드(당시 약 400억 원)를 내주고 손흥민을 영입한 토트넘으로선 다소 성에 차지 않는 성적표였다.

    이어서 맞은 2번째 시즌. 2016~2017시즌 초반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손흥민은 9월 한 달간 EPL 3경기에서 4골·1도움을 기록하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스토크시티 FC전에서 2골·1도움, 미들즈브러 FC전에서 2골을 각각 기록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찬란하던 9월의 기억 되살리나



    그러나 호사다마였을까. 10월 이후 부상과 잦은 국가대표 차출로 눈에 띄게 성적이 떨어졌다. 족저근막 부상으로 10월 한 달간 전열에서 이탈한 게 결정적이었다.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던 득점 본능은 11월까지 두 달간 침묵했고, 그사이 뜻하지 않은 이적설 등이 흘러나오며 불안한 행보를 보였다. 12월 들어 스완지시티전에서 1골·1도움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추스른 손흥민은 연말에 펼쳐진 사우샘프턴 FC와 경기에서 리그 6호 골(시즌 7호 골)을 뽑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더 큰 리그 경기에서 출장 시간은 점점 줄어만 갔다.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된 것은 FA컵이었다. 1월 29일 위컴 원더러스 FC와 FA컵 32강전에서 멀티골을 작렬한 뒤 3월 13일 밀월 FC와 FA컵 8강전에서는 EPL 진출 후 첫 해트트릭까지 폭발했다. 리그에서의 부진을 만회하며 ‘FA컵의 사나이’란 별명을 얻었고, 팀의 간판 공격수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출장 시간이 늘어나는 행운도 찾아왔다.

    스피드와 돌파력을 갖춘 손흥민은 그동안 주로 왼쪽 측면에서 뛰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왼발과 오른발을 가리지 않는 탁월한 슈팅 능력과 빠른 주력을 살린 역습을 앞세우는 전형적인 윙포워드에 가까웠다. 그러나 올 시즌 손흥민은 달라졌다. 공격진에서 날개 구실 외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도 제몫을 다하는 선수로 진화한 것.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포백뿐 아니라 스리백까지 넘나드는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며 최근 들어 손흥민을 원톱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원톱 케인의 빈자리를 메우고자 손흥민을 선택했고, 그는 벤치의 기대를 넘어서는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손흥민이 최전방 공격수로서 원톱을 맡긴 하지만 ‘전형적인 9번 공격수’라고 보긴 어렵다. 수비수 뒤 공간을 공략하고, 2선으로 수비를 끌고 내려오거나 왼쪽 측면 지역으로 침투하는 ‘가짜 9번’에 가깝다.

    중앙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팀의 패스 플레이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적절한 위치로 이동하며 수비를 끌어내거나 직접 공을 받아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등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격수가 ‘서브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면 선수 본인은 물론이고, 팀에게도 큰 힘이 된다. ‘원톱 손흥민’은 그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이는 실험이었는데 손흥민은 이를 잘 견뎌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손흥민의 변신은 대표팀에서도 적용이 가능해 더 눈길을 끈다. EPL 2번째 시즌 만에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손흥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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