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3

2017.04.12

인터뷰 |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 송길원 담임목사

“생활개혁을 위한 95개 조(條) 만들 것”

한국 교회가 앞장서 지속적 변화의 물결 주도해야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7-04-12 11:20:45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중세만 암흑기였을까. 종교개혁의 깃발이 휘날린 지 500년, 여전히 우리는 그 암흑의 터널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종교개혁은 거대한 사회변혁의 불길이었다. 하지만 교회는 또다시 세속에 물들고 병들어왔다. 지금은 ‘오직 성경으로, 오직 은혜로, 오직 믿음으로’ 종교개혁 3대 정신을 새겨야 한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 송길원 담임목사(사진)는 한국 교회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계기로 더 많이 무릎을 꿇어야 한다며, 일회성 행사보다 지속적인 변화의 물결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월 3일 경기 양평에서 만난 송 목사는 “한 교회에서 한 가지씩이라도 실천하면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 명칭을 어떻게 갖게 됐나.

    “1981년 입학한 고신대 대학원 동기들과 2월에 모임을 가졌는데, 당시  제가 양평에 짓고 있는교회를 ‘500주년 기념교회’로 정해 공동개척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하고 부담스러웠지만 종교개혁의 부름에 응답하고자 이 교회 이름을 받아들였다. 왕이 되려면 왕관의 무게를 견디라고 했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라고 이름 붙인 순간부터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 4월 20일 설립예배를 연다고 하는데.

    “4월 20일은 유엔이 정한 장애인의 날이다. 설립 예배를 할 때 이곳 양평 출신인 강영우 박사를 추모하는 시각장애인 돕기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시력을 잃은 어려움을 딛고 훌륭하게 살다간 강 박사처럼 시각장애인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앞으로 제2, 제3의 강영우 박사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의 의미 있는 첫 행사가 되는 셈이다.” 

    ▼ 기존 교회와는 다른 형식으로 예배를 드린다고 들었다.
    “한국 교회에서 종소리가 사라진 지 오래됐다. 종소리는 양심을 깨우고 세상을 감싸준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는 종을 21번 치면서 예배를 시작한다. 21은 영혼의 무게인 21g, 그리고 어느 나라에서나 예포를 21발 발사한다는 데서 따왔다. 또한 일반적으로 목사가 축도를 마지막에 한 번만 하는데 우리 교회는 예배 시작할 때도 축도를 한다. 축도할 때 신도들과 눈을 맞춘다. 축도를 2번 하는 데는 틀에 박힌 예배가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보여준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리고 헌금봉헌도 어른이 아닌 아이들이 한다. 예배도 중고등부, 청년부 등 따로 하지 않는다. 가정에서 중고교생 밥상, 청년 밥상 등 따로 차리지 않듯 예배도 마찬가지다. 교회에 나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예배도 같이 보게 해야 한다.”

    ▼ 종교개혁 500주년이 갖는 의미는.
    “한국 교회에서 어느 순간 ‘성경’이 사라지고 있다. 목사 설교마저 인문학 강좌처럼 변해버렸다. 신앙 회복에 절대적인 십자가도 잃어버렸다. 대형교회마다 설교를 방송하고 찬송가 가사를 알려주겠다면서 거대한 스크린을 설치해 십자가를 가리고 있다. 십자가가 사라져버리면 십자가 정신도 잃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오직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 종교개혁을 생활개혁과 연결할 수 있나.
    “종교개혁이라고 교회 내부에서만 얘기하지 말고 실제 사회 안에서 실천했으면 한다. 일반 사람들은 교인끼리 종교개혁 500주년을 얘기하며, 예배 보고 찬송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할 것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알리는 포럼과 각종 행사도 필요하지만, 실제 종교개혁을 피부로 느껴야 한다. 예를 들어 올 한 해라도 주일에 교인들이 예배를 마친 뒤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는 날을 갖는 것이다. 이러면 종교가 이웃과 함께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 생활개혁의 구체적인 안을 갖고 있나.
    “루터의 종교개혁처럼 95개 항목의 생활개혁 목록을 만들고 있다. 종교개혁 기념일인 10월 31일 발표할 예정이다. 책자로 만들어 배포하겠다. 종교개혁이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다.”

    ▼ 유언의 날을 만들었다고.
    “4월 1일은 내가 만든 ‘유언(遺言)의 날’이다. 구사일생(求4·1生)에서 따왔다. 이날만이라도 유언장을 써봤으면 한다. 그러면 가족과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수 있다. 출생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죽음의 과정도 중요하다. 출산휴가는 있는데 왜 임종휴가는 없는지 모르겠다. 여느 교회와 달리 우리 교회에서는 장례식을 치르기로 했다. 또한 인근에 마련한 수목장 땅에 고인들을 모시고 있다.”

    ▼ 교회 앞에 청란(靑卵)교회도 눈에 띈다.
    “청란교회는 19.83m²(약 6평)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예배당이다. 원래 서서 예배를 봤는데, 지금은 앉아서 볼 수 있게 바뀌었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하는 예배도 좋지만, 가족과 연인만의 특별한 예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누구나 아무 때든 찾아와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24시간 개방한다. 특히 이곳에 설치된 파이프오르간의 소리는 영혼을 정화할 만큼 신비롭다. 교회 앞에선 작은 결혼식이 열리기도 하고, 교회 안에선 수목장을 마친 유가족이 예배를 드리기도 한다. 청란교회는 힐링과 치유의 공간이다.”

    ▼ 가정사역단체 ‘하이패밀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가 결혼 34주년이다. 결혼생활이 깨질 위기의 순간에 가정과 결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결혼할 당시만 해도 결혼만 하면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현실은 정반대였다. 한동안은 아버지를 무척 원망했다. 내가 결혼생활을 해보니 이렇더라고 한 마디만 해줬어도 좋았을 텐데, 전혀 안 해줬기 때문이다. 내 자식들도 이런 얘기를 들려주지 않으면 결혼한 후 나를 원망하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가정 얘기를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해 25년 전부터 가정사역을 하고 있다.”

    ▼ 요즘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그동안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하고자 가족이 뒷전으로 밀렸다. 부모는 자녀를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여겼다. 여기서 비극이 시작됐다. 바쁘게 살다 보니 부모 구실을 제대로 못 해 아이들의 정서가 망가졌다. 가정에서부터 분노조절 장애가 생긴 것이다. 부모가 먼저 변해야 한다. 가족을 섬기는 존재로 삼아야 한다.”

    ▼ 앞으로 어떤 바람이 있나.
    “사회 각계각층에서 통일시대를 준비하며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가정과 관련한 연구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통일에 대비해 북한 가정을 연구하고 싶다. 크게는 양평에서 평양까지 한국 선교 통일시대를 꿈꾸고 있다. 북한 동포가 일용할 양식이 풍족해지는 것과 언젠가 김일성광장에서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리는 그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트위터에 소개된 송길원 목사는… 누군가 날더러 국민목사라 했다.ㅋㅋㅋ 그래, 난 ‘궁민(窮-굶주릴, 民)’목사다. 요샌 穹民(하늘백성)을 생각하며 자랑스럽게 접수하기로 했다. 思考뭉치, 송Guru, 행복촌장, 가족생태학자로도 불린다.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로 일한다. 행복知 Zone~^^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