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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인간의 존엄성

박근혜와 인간의 존엄성

 3월 23일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와 관련한 얘기다. 그렇다고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얘기는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7시간을 둘러싼 논란은 이제 관심 밖이다. 그 일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정문에 있는 김이수, 이진성 재판관의 보충의견을 지지하므로 그것으로 갈음하고자 한다.

변명이란 제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고의 원인이나 수습 과정에서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는 뜻에서 단 것이다. 영화 ‘터널’에서처럼 사고 후 인명구조 등의 과정에 비전문가인 국가지도자나 정치인이 나서는 것은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다.

박 전 대통령은 7시간 동안 방기한 국가원수로서 책임보다 그 후 대응에 좀 더 큰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본다. 이건 정치적, 법적 책임을 떠난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된 문제다.

고(故) 김영한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의 수첩에 ‘세월호 인양-시신인양(X) 정부 책임’이라고 적힌 문구는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으니 제외한다 해도,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대응은 정치공학적이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달래려는 고민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이는 유가족의 절망으로 이어졌다. 설령 유가족의 아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에 맞대응하려 했다는 변명을 한다 해도 말이다.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로 유명한 작가 페터 비에리(필명 파스칼 메르시어)는 ‘삶의 격’이란 책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주제로 다뤘다. 그는 자동차 앞으로 갑자기 뛰어든 아이를 피하지 못하고 친 경우를 가정하며 ‘도덕적으로 보상할 의무는 없다 해도 그 부모를 만나는 것은 존엄성과 관련된 일이다. 그것은 사과의 의미를 가진 존엄성은 아닐지라도 불행한 일에 대한 마음 깊은 애도와 슬픔을 나타내는 존엄성일 것이다. 아무리 자기 책임이 아니어도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 가지는 존엄성이다’라고 썼다.

세월호 유가족과 마찬가지로 박 전 대통령도 가족을 불의에 잃은 아픔을 겪었다. 이제 대통령도, 정치인도 아닌 자연인으로 돌아갔으니 유가족을 만나 마음 깊은 애도와 슬픔을 나눌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것은 유가족은 물론, 박 전 대통령의 존엄성에 대한 얘기다.  
         






주간동아 2017.03.29 1081호 (p5~5)

  • 서정보 편집장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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