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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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for you

교향곡처럼 환상의 조화로운 맛

美 워싱턴 주의 최고 명성 ‘밥 베츠’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7-02-27 13: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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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 전 미국 워싱턴 주에서 와인을 만든다고 하자 미국 와인업계는 반신반의하는 눈치였다. 미국 북서부 끝에 위치한 이곳이 와인 산지로 적합할 것 같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이제 워싱턴은 미국의 최고급 와인 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성공의 배경에는 워싱턴 와인의 대부, 밥 베츠(Bob Betz)가 있다.

    물리학도였던 베츠는 와인의 매력에 빠져 1976년 워싱턴의 샤토 생 미셸 와이너리에 입사했다. 잠시만 와인업계에 몸담으려 했으나 와인에 푹 빠져 의대 입학도 포기했다. 이후 그는 샤토 생 미셸 와인의 발전을 이끌며 워싱턴 와인의 위상을 드높였다. 2003년 샤토 생 미셸을 떠난 뒤 베츠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베츠의 와인은 순식간에 와인 애호가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평론가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판매량에 신경 쓰지 않고 오직 품질로만 승부하는 그의 신념이 빛을 발한 것이다.

    베츠는 자신이 기른 포도라도 품질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그 대신 최상급 포도를 발견하면 언제든 매입한다. 좋은 포도만 골라 와인을 만들면서도 와인이 숙성되는 동안 네 번이나 시음하면서 또다시 취사선택을 한다. 같은 포도로 만들어도 통마다 와인 맛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품질 검증 때문에 병입되는 와인은 숙성 중인 와인의 절반 남짓이다. 와인 생산량도 해마다 들쑥날쑥하다. 연평균 생산량이 겨우 6만 병. 어떤 해에는 훨씬 적게 생산돼 구매 대기자 명단에 미리 이름을 올려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베츠 와인을 맛보면 팀워크 좋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교향곡을 듣는 느낌이다. 와인의 어느 요소 하나 튀지 않고 환상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카베르네 소비뇽의 비율이 높은 페레 드 파밀리에 와인은 힘과 우아함을 모두 갖추고 있다. 메를로가 많은 끌로 드 베츠는 신선한 과일향과 은은한 향신료향의 조화가 매력적이다. 그르나슈 등 남프랑스 품종을 섞어 만든 베츠 베졸레일은 질감이 매끄럽고 긴 여운에서 느껴지는 딸기향이 사랑스럽다.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등을 블렌딩한 꾸베 프랑젱은 과일향과 오크향의 균형이 좋고 묵직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2011년 베츠 와이너리 매각 소식에 업계는 깜짝 놀랐다. 와이너리 경영을 담당하던 아내가 파킨슨병에 걸린 탓이었다. 아내는 병이 깊어지기 전 와이너리를 제대로 인계해주고 싶어 했다. 기업에 팔면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지만 그들은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을 찾았다. 그렇게 만난 인연이 현 오너인 그리셀 부부다. 그리셀 부부는 베츠의 이름을 이어받길 희망했고 베츠와 컨설턴트 계약을 맺어 그의 지식을 전수받고 있다. 그리셀 부부가 맡은 뒤 생산량이 더 줄어든 해도 있는 걸 보면 이들도 베츠 부부 못지않은 완벽주의자인 듯하다. 올해 베츠는 68세다. 언젠가 그도 와이너리를 떠나겠지만 그의 와인은 계속될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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