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6

2017.02.22

정치

범여권 구원투수는 홍준표?

성완종 리스트 항소심서 무죄 판결받아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7-02-17 16:3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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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2월 둘째 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29%), 안희정 충남도지사(19%), 이재명 성남시장(8%),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7%) 등 야권주자들의 지지율 합이 전체 응답자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대통령선거(대선)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정권교체가 가시권에 들어온 듯하다. 그러나 선거는 대진표가 확정된 이후부터가 진짜다. 야권 대표주자에 맞서 누가 여권 대표주자로 나서야 더 경쟁력이 있느냐를 가늠해봐야 실제 대선 결과의 윤곽을 짐작할 수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새천년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맞대결 구도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노무현 대 이회창 일대일 구도일 때 노무현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뒤 ‘노풍’이 거세게 불었다.



    즐풍목우(櫛風沐雨)와 대란대치(大亂大治)

    현재 범여권에서는 출마 자체가 불투명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만이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할 뿐,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범여권 대선주자 지지율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월 16일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홍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35년간 공직생활을 해오면서 즐풍목우(櫛風沐雨) 자세로 국민과 국가만 바라보며 열심히 일해왔다”며 “지난 1년 10개월간 무거운 등짐을 지고 산길을 걷는다는 심정으로 묵묵히 견뎌왔다”고 말했다. ‘즐풍목우’란 ‘바람에 머리를 빗고 비에 몸을 씻는다’는 뜻으로, 긴 세월 이리저리 떠돌며 고생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홍 지사의 발목을 잡았던 ‘성완종 리스트’ 관련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여권 대선지형에 변화가 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범여권 지지층 사이에서 ‘홍준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 팬클럽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드디어 홍준표 지사도 대권길이 열렸다”며 환호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출마 관련 질문에 “급한 게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이어 “지금 대선후보로 나와 있는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 마치 슬롯머신 기계 앞에 앉아서 10센트를 넣고 100만 달러를 기대하는 모습”이라며 “대란대치(大亂大治)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대선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여권 일각에서는 홍 지사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인용 결정을 전후해 대권도전을 선언할 것이라 보고 있다.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홍 지사가 대권에 도전하면 대통령 탄핵 이후 야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형성되던 대선지형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나 홍 지사에 대한 견제 여론도 만만치 않다. 바른정당 한 관계자는 “대선 출마는 홍 지사의 자유지만, 아직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것도 아닌데 대선에 나서겠다고 하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당겨질 수도 있는 이번 대선에서 홍 지사에 대한 항소심 무죄 판결이 어떤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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