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6

2017.02.22

인터뷰

국회發 개헌 드라이브 정세균 국회의장 |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 추진”

제3지대? 경천동지할 정계개편엔 회의적사드 배치, 국회 동의 거쳐야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7-02-17 16: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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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헌재)의 심리 소식,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수사 소식, 그리고 여야 차기주자들의 대통령선거(대선) 행보. 2017년 2월 대한민국 국민의 눈과 귀는 이 세 사건에 집중돼 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중대한 사안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대통령을 탄핵심판정에 세운 ‘최순실 게이트’는 5년 단임 대통령제가 가진 구조적 병폐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그래서일까. ‘포스트 박근혜’를 누구로 내세우느냐보다 누가 대통령에 오르더라도 최순실 같은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참에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개헌특위가 구성돼 활발히 활동 중이다. 헌재와 특검, 그리고 대선 이슈에 가려 국민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하고 있지만 매일같이 치열한 논의를 거쳐 개헌안을 가다듬고 있다. 미래 한국의 기틀을 잡는 헌법 개정 작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정세균 국회의장(사진)을 2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만났다.



    사회적 갈등 비용 줄이는 길

    ▼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이어,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피살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졌습니다. 한반도 정세가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한 상황입니다.

    “외교와 안보는 초당적으로 대처할 문제라고 하죠. 그런데 우리는 외교와 안보 문제를 정부가 독주해온 양상이 짙어요. 지금은 정부가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소통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 지난 총선 결과는 여소야대였습니다. 어느 정부든 야당과 대화하지 않으면 원만히 국정을 끌고 가기 어려운 구조인데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 노력해야죠. 그런데 정부는 관성의 법칙에 의거해 과거에 하던 방식대로 하려는 경향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과정에서 드러난 정책 실패도 거기서 비롯된 거죠.”

    정 의장은 사드 배치 ‘찬반’ 입장 차를 떠나, 중요한 국가 외교·안보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떤 정책 결정 과정을 거쳤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크게 달라질 수 있어요. 갈등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정책을 추진해나갈 수 있는데, (사드 배치 논란은) 참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 정부가 국민, 국회와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해 사회적 갈등 비용이 커졌다고 보시는군요.

    “지금은 사회적 비용뿐 아니라, 국제적 갈등 비용까지 더해져 천문학적인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 아닙니까. 유능하게 잘 처리해 갈등을 완화하거나, 미리 제대로 대비했더라면 치르지 않아도 될 비용을 엄청나게 지급하게 된 거죠.”

    정 의장은 사드 배치 결정으로 논란이 커진 현 상황을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이라크 파병 결정과 비교하면서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정책 결정 과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라크 파병을 결정할 때 처음부터 국민 다수가 찬성한 것은 아닙니다. 국회에서도 반대 여론이 높았어요. 하지만 정부와 의회 지도자들이 충분히 소통하면서 의견을 좁히려는 노력을 거친 끝에 결국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 당시 전투병은 파병하지 않고, 공병 등 비전투병 위주로 파병이 결정됐죠.

    “무엇보다 국회에서 군대 파병안에 대한 동의 절차를 거쳤어요. 정부나 국회 모두 국민을 대표해 국익을 위해 일하는 곳입니다. 특히 외교와 안보 문제는 국가적 이익을 목표로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어요. 정부가 국회에 와서 의논하는 것을 거추장스럽게 여기거나 어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국회와 상의하는 과정을 통해 정부가 국회와 짐을 나눠 지려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 정부와 국회의 협치가 필요하다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그렇죠. 정파 간 협치뿐 아니라, 삼권이 분립된 민주국가에서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수평적 협치도 중요합니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어려운 사안일수록 입법부와 행정부가 협치를 해야죠. 그 과정은 힘들고, 경우에 따라서는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나중에 보면 사회적 갈등 비용이 더 적게 들고 정책 집행에서 오는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입니다. 또 정부가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이기도 하고요.”

    ▼ 사드 배치 문제는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회가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봅니까.

    “지금이라도 그런 노력을 하는 게 훨씬 낫다고 봅니다. (국회에서) 싫은 소리 하고, 따진다고 해서 회피할 문제가 아니에요. 정부가 국회 동의를 받지 않으려는 것은 지혜로운 길이 아닙니다. 사드 배치에 얼마의 돈이 드는지 모르지만, 롯데 골프장과 환지하더라도 1000억 원 가까운 돈이 들어가는 일 아닙니까. 국민에게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알리고 국회 동의를 받는 과정을 거치는 게 정상입니다.”



    “헌재 결정 승복, 합의했다”

    ▼ 헌재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촛불집회와 태극기시위 등 우리 사회가 극심한 국론 분열 상황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그런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봅니다.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 민도(民度)가 간단치 않습니다. 3~4개월째 집회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헌재 결정 이후에도 우리 국민은 지혜롭게 행동할 것으로 믿습니다. 엊그제(2월 13일) 여야 원내대표단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헌재 결정에 승복하자’고 합의했습니다. 우리 국민께서도 같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 헌재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든, 기각하든 승복할 것이다?

    “헌재는 최종 결정을 하는 곳 아닙니까. 설령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가 나온다 해도 우리나라와 후손을 위해 새로운 출발을 하는 데 힘을 모으는 게 옳겠죠. 설령 헌재 결정에 반대하는 집회가 벌어지더라도 헌재 결정까지 뒤집을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 국회 개헌특위가 구성된 지 한 달이 더 됐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려진 바가 많지 않습니다.

    “백조가 수면 위로는 고요해 보여도 수면 아래서는 활발히 움직이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국회 개헌특위도 매일같이 활발히 논의하고 있습니다.”

    ▼ 헌재의 대통령 탄핵결정에 따라 개헌 추진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법률안 하나를 고칠 때도 많은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물며 헌법을 바꾸는 과정이 그렇게 단시일 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개헌을 하고픈) 마음이 조급하긴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도 있지 않습니까. 무엇보다 국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단일한 합의안을 국회가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 개헌안에 담길 내용이 적잖을 텐데요.

    “개헌 하면 권력구조 개편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번 개헌안에는 그것 말고도 기본권 강화와 지방분권 등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내용을 담아야겠죠. 엊그제는 개헌특위에서 각 헌법기관, 국가의 중요한 기관의 의견도 수렴했다고 합니다. 또 개헌특위와 별도로 각 분야 인사가 참여한 국민자문위원회를 만들어 국민 여론도 활발히 수렴하고 있습니다.”

    ▼ 개헌 추진 시기는 언제로 예상하십니까.

    “제 의장 임기 내에는 개헌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이 유력한 셈이군요.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황 대행의 출마? “중요한 직무”

    ▼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올해에는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이 예정돼 있습니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을 뭐라고 봅니까.

    “권력자가 제대로 하지 못했다, 바꿔야 되겠다는 생각이 다수 의견 아닙니까. 국회는 여야가 균형을 이룬 상태였지만, 압도적 표차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습니다. 국회가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을 반영한 거죠. 국민의 요구는 단순히 지도자를 교체하는 데 머물지 않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봅니다.”

    ▼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황 대행의 대선 출마를 어떻게 보십니까.

    “정파적 이해관계로 비칠 수 있어 말을 아끼는 게 좋겠습니다. 다만 대통령 권한대행은 굉장히 중요한 직무입니다.”

    ▼ 의장은 현재 무소속이지만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 오래 몸담아왔는데, 민주당 경선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인재가 참 많더라고요(웃음).”

    ▼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상승세가 눈에 띕니다. 앞서가는 문재인 전 대표를 역전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관여할 처지가 아니기 때문에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 제3지대론 등 대선 막판에 대선지형이 크게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올해로 제가 국회에 등원한 지 22년째입니다. 그동안 정계개편설을 수도 없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정계개편이) 이뤄지는 것은 별로 못 봤습니다. 단정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상황이 하루아침에 생기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의장에 취임한 지 8개월이 다 돼갑니다. 의장으로서 국회운영의 방점을 어디에 두고 있습니까.

    “국회는 국민이 뽑은 국민의 대표기관입니다. 그럼에도 국민의 신뢰는 매우 빈약한 실정입니다. 국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하는 데 국회운영의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의장에 취임하자마자 ‘특권 내려놓기’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 시행한 것도 그렇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국민에게 짐이 아닌 힘이 되자고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국회가 제자리를 찾는 게 필요합니다. 삼권분립이 돼 있다고 하지만, 행정부에 권한과 역할이 지나치게 치우쳐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런 노력을 해왔고, 앞으로도 더 노력해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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