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5

2017.02.15

정치

문재인은 ‘참·부·영’, 안희정은 ‘참·고·충’ 캠프?

文 ‘참여정부·부산·영입 인사’, 安 ‘참여정부·고려대·충청’이 주력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7-02-10 17: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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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마을에서는 보통 닷새마다 장이 선다. 정치권에서도 5년마다 큰 장이 선다. 바로 대통령선거(대선)다. 장돌림들이 장날마다 마을을 돌며 장사하는 것처럼 대선, 총선, 전국동시지방선거 등 선거 때마다 유력 주자의 캠프에는 함께 일하려는 이들이 모여든다. 장돌림이 장날을 놓치면 며칠을 굶어야 하듯, 선거판에 뛰어든 이들도 자신이 민 후보의 당락에 따라 몇 해 동안 괜찮은 자리를 차지해 따뜻하게 지낼 수도 있고, 마땅한 일자리를 잡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정국은 차기 대선을 반년 이상 앞당긴 효과를 가져왔다. 5년 전 18대 대선 때는 4월 총선 때문에 여름이 돼서야 각 당 경선이 시작됐고, 가을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전국을 돌며 표몰이를 했다. 초겨울 추위를 녹일 만큼 뜨거웠던 야권 후보단일화 논의를 거쳐 결국 안철수 후보의 중도 포기로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 간 팽팽한 양자 대결구도로 대선을 치렀다. 그러나 올해 대선은 사뭇 다르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결정에 따라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봄에 각 당 경선과 대선 본선을 함께 치러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 나서려는 주자들이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지고 대선 행보에 본격 돌입한 것도 그 때문이다.



    노무현 청와대의 3대 세력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소속 유력 대선주자들이다. 이들은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을 함께 만들어냈다. 문 전 대표는 부산선거대책본부장으로 활약했고, 안 지사는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노무현 캠프의 살림을 맡았다. 노무현 후보가 국민경선을 통해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에는 당선인 정무팀장을 맡아 활동했다. 그는 당시 노 후보와 독대가 가능한 몇 안 되는 참모 가운데 한 명이었다. 노 대통령 당선 직후 ‘좌희정-우광재’라는 얘기가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의 공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참여정부 5년간 궤적은 천양지차다. 문 전 대표는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시민사회수석비서관, 대통령비서실장 등 공적 영역에서 노 전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다. 그러나 안 지사는 나라종금 사건으로 구속된 뒤 대선자금 수수 책임까지 더해져 1년간 옥고를 치러야 했다. 안 지사는 자신이 펴낸 책 ‘안희정의 함께, 혁명’에서 ‘참여정부에서 공직을 맡지 않은 것은 노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청와대에는 여택수 전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 행정관, 백원우 전 민정수석실 행정관, 대변인을 지낸 민주당 김종민 의원 등 ‘안희정 사람’이 적잖이 포진했었다.



    노무현 청와대의 이너서클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뉘었다. 문재인, 이호철을 정점으로 한 부산 인맥과 이광재를 중심으로 한 연세대 인맥, 안희정을 구심으로 한 고려대 인맥이 팽팽하게 세력 균형을 이뤘다.



    인적 구성 vs 화합적 결합력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윤태영-김종민-정태호-천호선 순으로 맡았는데, 이를 세력 분포로 해석하면 이광재-안희정-문재인-이광재 순으로 ‘대통령의 입’을 차지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문재인, 안희정 두 캠프는 영입 인사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당대표를 지내며 일찌감치 대선 인재풀을 확보한 문 전 대표 측이 수적으로 압도하고 있다. 문재인 캠프는 참여정부 출신-부산 출신-영입 인사 등 ‘참·부·영’ 중심으로 꾸려졌다. 김경수, 송인배, 최인호, 전재수, 박재호 등 부산·경남 출신 의원 그룹이 한 축을 이루고 실무 그룹에서는 양정철, 정태호, 윤건영 등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이들이 중책을 맡고 있다. 외견상으로는 임종석 비서실장, 송영길 총괄본부장 등 호남 출신 인사를 영입하고, 충청 출신 노영민 전 의원을 조직본부장에 앉혀 호남의 비토 정서를 돌파하면서 외연 확대까지 꾀하는 모양새다. 한편 20대 총선 직후 문 전 대표의 5인방으로 불리던 최재성-진성준-김현 등 전직 의원들은 대선 캠프가 꼴을 갖춰가면서 한 발 물러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전 대표가 ‘참·부·영’ 중심으로 캠프를 꾸렸다면 안희정 대선 캠프는 ‘참·고·충’ 캠프라 할만하다. 참여정부-고려대-충청 출신 중심으로 꾸려졌다.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은 윤태영 전 대변인, 서갑원 전 의원 등 안희정 캠프에는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캠프 고문을 맡아 좌장 구실을 하는 이병완 실장과 캠프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여택수 전 행정관 등은 참여정부 출신이면서 동시에 고려대 인맥이다. 여 전 행정관은 안 지사의 저서 ‘안희정의 함께, 혁명’과 ‘콜라보네이션’ 등을 주도적으로 펴낸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대변인을 맡은 박수현 전 의원과 김종민 의원 등은 충청 출신으로 구분할 수 있다.

    참여정부에 뿌리를 뒀다는 공통점에도 문재인 캠프와 안희정 캠프는 아직 미완 상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참여정부의 또 다른 축이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를 중심으로 한 연세대 인맥이 아직 집단적으로 캠프에 합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윤태영 전 대변인의 안희정 캠프 합류로 좌희정-우광재가 다시 뭉쳤다는 시각도 없지 않지만, 아직 이 전 지사가 거취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게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의 공통된 견해다(상자기사 참조).

    참여정부에서 비서관을 지낸 한 인사는 “문재인 캠프와 안희정 캠프는 어디에서 일하든 결국 민주당 경선 이후 함께 일할 조직”이라며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는 중요치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캠프 인적 구성에서는 문재인 캠프가 수적으로 우세하지만, 화학적 결합력 측면에서는 안희정 캠프도 만만치 않다”며 “지지율 상승 속도에 비례해 안희정 캠프에 합류하려는 인사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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