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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유인학 4·19혁명공로자회 회장

“4·19는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세계사적 혁명”

영국 명예혁명, 프랑스 혁명, 미국 독립혁명과 함께 세계 4대 혁명으로 격상시켜야

“4·19는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세계사적 혁명”

[김형우 기자]

[김형우 기자]

“동아일보가 눈에 최루탄이 박힌 김주열 군 사진을 실었어요. 그걸 본 학생들은 ‘도저히 가만있을 수 없다’며 시위를 하자고 결의했습니다. 동아일보가 4·19혁명 촉발에 크게 일조한 것이니 지금도 책임의식을 느껴야 합니다.(웃음)” 

1960년 4·19혁명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이던 유인학(80) 4·19혁명공로자회 회장은 그때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유 회장이 언급한 사진은 1960년 4월 14일자 동아일보에 실렸다. 김군 시신 사진은 물론, 최루탄이 어떻게 박혔는지를 보여주는 그림까지 실은 것. 유 회장의 말대로 이 한 장의 사진은 학생과 시민들의 분노를 샀고,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당시 우리나라 인구가 2900만 명이었는데, 450만 명이 참여했으니 대략 전 인구의 15%에 해당합니다. 그만큼 역사적인 혁명입니다.” 

유 회장은 2016년 고(故)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에 이어 4·19혁명공로자회 회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4·19혁명을 세계 4대 혁명의 하나로 격상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개념이 생소한 ‘4대 혁명’이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그의 차분한 설명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유 회장은 세계사 흐름을 바꾼 혁명으로 영국 명예혁명(1688), 미국 독립혁명(1776), 프랑스 혁명(1789), 러시아 소비에트 혁명(1917), 중국 사회주의 혁명(1949)을 들었다.


세계 4대 혁명으로 기념해야

4·19혁명을 보도한 당시 동아일보 지면. [동아일보]

4·19혁명을 보도한 당시 동아일보 지면. [동아일보]

“러시아와 중국은 혁명 후 민주주의를 이룩하지 못했으니 세계 4대 민주혁명에는 들어갈 수 없어요. 영국 명예혁명은 법에 의한 통치, 미국 독립혁명은 식민지 해방과 민주공화국 수립, 프랑스 혁명은 인간 평등과 시민정의 확립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4·19혁명은 어떤 의미가 있느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신생국 가운데 민주화와 산업화를 유일하게 이끌어낸 혁명이라는 점에서 세계 많은 국가의 모범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비기독교권 국가에서는 자력으로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룩한 나라가 없죠.” 

유 회장은 한양대 법대 교수를 지내면서 법제사와 법철학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그래서 4·19혁명의 의미에 대한 남다른 분석을 이끌어낸 것. 4·19혁명에 그런 의미를 부여한 근거에 대해 유 회장은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4·19혁명 세대는 해방과 6·25전쟁을 거치면서 새로 탄생한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후진을 탈피하고 선진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책임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를 용납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시위에만 그친 것은 아니었다. 이들 세대는 산업화의 역군이었다. 

“우리나라의 산업화는 철강, 조선, 건설, 자동차 등 제조업에서 비롯됐는데, 해당 분야 기업체에서 4·19혁명 세대가 공채 1세대입니다. 1960년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8달러였습니다. 40년 뒤 4·19혁명 세대가 정년퇴직하던 2000년에는 2만9830달러였습니다. 민주화의 주역들이 산업화의 역군이었던 것은 참으로 보기 드문 일이죠.” 

그는 한국처럼 민주화는 성공했는데 산업화를 제대로 못 하고 포퓰리즘에 젖어 몰락한 국가들로 남미의 여러 나라를 꼽았다. 그는 특히 북한과 세계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4·19정신을 되살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반도는 동북아의 출입구 같은 곳입니다. 북한, 중국, 러시아에 둘러싸인 우리가 흔들리지 않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갖추고, 경제적으로 부강해야 휘둘리지 않습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라고도 부를 수 없죠. 특정 가문이 이끄는 가부장적, 폐쇄적, 강압적 독재 국가입니다. 중국은 G2로서 미국과 경제력, 군사력을 다투고 있지만 민주주의 국가는 아니고요. 러시아는 민주주의도 아니고 쇠락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숙명적으로 같이 가야 할 이들에 맞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세계 상위권의 경제력을 지켜야 하고, 그를 위해 민주화와 산업화를 가능하게 한 4·19정신을 되새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서울에 4·19 기념 조형물 만들었으면

그러나 젊은 세대에게 4·19혁명에 대한 기억은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다. 벌써 10여 년 전 설문조사에서 대학생의 4분의 1이 4·19혁명 자체를 모른다고 답했다. 유 회장도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특히 서울 시내에 변변한 기념 조형물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울에는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국립4·19민주묘지가 거의 유일합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시위에 대해 기념 조형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아쉬워요. 서울은 한성백제, 조선, 그리고 대한민국이 수도로 삼은 1000년 고도인데 역사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없습니다. 4대 혁명 추진을 계기로 서울에 의미 있는 조형물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유 회장이 지목한 4·19혁명 조형물의 위치는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바로 옆에 있는 청계광장. 현재 그곳에는 미국 팝아트 작가 클라스 올든버그 등이 만든 ‘스프링’이 있다. 2006년 청계천 복원 기념으로 세운 것. 

“미술적으로는 의미가 있어도 서울을 대표하는 조형물은 아닙니다. 2020년 60주년을 기념해 이곳에 청계천 바닥에서부터 41.9m 높이의 탑을 세우면 어떨까 합니다. 청계천 바닥과 지표 사이에는 전시관을 세웁니다. 지표 위의 탑은 사방에 4개의 보조 기둥과 1개의 메인 기둥을 세우고, 맨 꼭대기에는 9개의 등을 달려고 합니다. 9개의 등은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으로 꺼지지 않게 하고요.” 

그는 이곳을 세계적인 민주화 성지이자 서울을 대표하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관광객들이 이 기념탑 앞에서 4·19혁명을 비롯해 모든 민주화운동을 기리며 경건하게 꽃을 바치는 장소가 됐으면 합니다” 

그에게 4·19정신을 바탕으로 요즘 현실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고 요청했다. 

“제발 진영논리와 자기 이익 때문에 모든 것을 재단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진영논리에 빠져 과도하게 촛불을 켜는 것이나, 과도하게 태극기를 흔드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이 화합하는 길이 대한민국이 사는 길입니다.”


4·19 서울 한복판서 대규모 기념행사
4·19민주혁명회, 4·19혁명희생자유족회, 4·19혁명공로자회는 올해 4·19혁명 59주년을 기념해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에 축제마당을 마련하고 기념식과 행진을 진행한다. 이번 행사는 4월 19일 낮 12시부터 ‘4·19혁명 세계 4대 민주혁명 대행진:민주화·산업화 융합의 대축제’라는 이름으로 치러진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 이주영·주승용 국회부의장 등 여야 국회의장단, 박원순 서울시장,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등 내빈을 비롯해 1만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다. 

우선 식전행사로 ‘7080 콘서트’ ‘열린 음악회’를 연다. 오후 2시엔 내년 60주년을 앞두고 4·19혁명 홍보를 위한 전국 투어 출정식을 갖는다. ‘팔도품바’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돌 예정이다. 이어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광장까지 대행진을 펼친다. 행진은 취타대와 군악대를 앞세워 4대 혁명 주체인 한국, 영국, 미국, 프랑스 대표단과 4·19혁명 단체, 민주화 단체, 산업화 단체, 시민사회단체, 대학교, 고교, 일반 시민 순으로 이뤄진다. 

오후 4시에는 4·19기념식을 개최한다. 타악그룹 티안의 난타 공연, 수원대·율곡고의 취타대 공연, 아리랑무용단의 부채춤과 농악을 오픈행사로 선보인 뒤 개회식이 열린다. 엔딩 공연으로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가 펼쳐진다. 이어 정영숙 한식 명인이 주도해 2019명분의 비빔밥을 만들어 참가자와 시민이 함께 나눠 먹는 ‘비빔밥 대축제’, 아이돌그룹과 김수희, 구창모 등이 출연해 케이팝(K-pop)을 열창하는 ‘광화문 이끌림’, 특별 기념공연으로 박명수 등이 DJ를 보며 모든 참가자가 동참하는 ‘EDM 공연’을 잇따라 연다. 

유인학 4·19혁명공로자회 회장은 “서울 광화문 등 도심 한복판에 행사장을 마련한 것은 이곳에서 유일하게 유혈 사태를 빚은 시위가 4·19이기 때문”이라며 “여야,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 어르신과 젊은이, 한국과 세계가 모두 어울려 한마음이 되는 축제가 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유인학은…
● 1939년 전남 영암 생
● 광주고, 전남대 법대 졸
● 전남대 법학석사, 동국대 법학박사

● 미주리주립대 대학원 정치학박사
● 한양대 법대 교수
● 13, 14대 국회의원(영암)
● 한국조폐공사 사장






주간동아 2019.04.12 1184호 (p10~13)

  •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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