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게임연구소

게임기 명줄은 게임이 쥔다

  • 조학동 게임동아 기자

    igelau@donga.com

    입력2019-03-27 11: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shutterstock]

    [shutterstock]

    1980년대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 ‘인싸’템은 무엇이었을까. 휴대용 음악기기인 워크맨이나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필통 등 다양한 것이 있었겠지만, 남학생들 사이에서 최고 아이템은 단연 게임기가 아니었나 싶다. 

    당시 게임기시장에서도 패미콤의 대항마는 드물었다. ‘메가드라이브’ ‘PC엔진’ 같은 경쟁자가 있었지만 패미콤의 독주를 막지 못했다. 패미콤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는 히트작들 때문. 특히 세가의 메가드라이브는 패미콤보다 성능이 좋았으나 당시 최고 히트작인 마리오 시리즈를 플레이할 수 없어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일본보다 2년 늦게 패미콤이 출시된 미국에서는 후계자인 슈퍼패미콤의 판매량 증대를 방해할 정도였다. 

    이번 호에서는 게이머들로 하여금 쉽게 패미콤을 떠나지 못하게 만든 게임을 소개한다.

    글로벌 인기 IP를 사용한 게임

    월트디즈니나 워너브라더스의 인기 만화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만든 게임이라면 조이패드에 익숙지 않은 아이도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친근한 만화 캐릭터와 함께 게임 속을 누비는 일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완파쿠 덕 꿈모험

    완파쿠는 장난꾸러기라는 뜻이다. ‘완파쿠 덕 꿈모험’은 월트디즈니의 명작 만화 ‘덕테일즈’를 게임화한 것으로, 일본 액션게임의 명가 캡콤이 개발했다. 게임 속 주인공은 원작만화의 오리 캐릭터인 스크루지. 게임은 스크루지를 조종해 적 캐릭터를 피하면서 스테이지 끝의 보물 상자를 열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고릴라, 거미, 토끼 등 다양한 적이 플레이어를 방해하지만 플레이어에게는 스크루지의 지팡이가 있다. 지팡이를 ‘스카이콩콩’처럼 이용해 점프하면서 적을 밟아 물리칠 수 있다. 게임 도중 동료들이 등장해 도움을 주기도 한다. 스테이지를 뛰어다니는 액션게임(플랫폼 액션게임)의 기본 틀을 충실히 지키고 있으며 완성도도 높다.



    칩과 데일의 대작전

    월트디즈니의 유명 캐릭터인 다람쥐 ‘칩과 데일’이 주인공이다. 빠른 템포로 진행되며 캐릭터도 귀여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플랫폼 액션게임으로, 공격 방법은 주변에 놓인 상자 등을 적에게 집어던지는 것. 패미콤에서 몇 안 되는 2인용 지원 게임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함께 플레이하는 사람의 캐릭터도 상자처럼 던질 수 있는 등 개그성 플레이도 할 수 있다.

    타이니 툰 어드벤처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게임으로 만들었다. 이 애니메이션은 워너브라더스의 유명 성인만화 ‘루니 툰’의 캐릭터를 활용해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제작됐다. 국내에선 ‘말괄량이 뱁스’라는 이름으로 방영됐다. 

    원작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표정이나 동작을 충실히 구현한 데다 경쾌한 배경음악과 조작감도 일품이라 출시 당시 큰 사랑을 받았다. 플랫폼 액션게임의 교과서로 불리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3’와 유사한 방식. 그만큼 적응이 쉬워 어린아이도 금세 즐길 수 있다. ‘타이니 툰’의 IP를 활용한 게임이 다양하게 출시됐지만, 패미콤 버전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다. 주인공인 버스터 버니뿐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

    클래식한 퍼즐부터 액션 가미된 퍼즐까지

    솔로몬의 열쇠

    주인공 마법사를 조작해 열쇠를 얻어 방을 탈출하는 퍼즐 게임이다. 기존 아케이드판을 패미콤으로 이식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앞 또는 발밑에 있는 노란 블록을 부수거나 만들 수 있다. 반면 흰색 블록은 건드릴 수 없다. 이 능력을 이용해 적의 접근을 막고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열쇠를 찾아나간다. 직접 자신이 길을 만들기 때문에 자유도가 높다. 처음에는 쉽게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다. 하지만 후반부는 녹록지 않다. 공간을 잘못 계산하면 갇힐 수 있기 때문. 설상가상으로 적이 계속 플레이어를 위협하고 시간제한도 있다. 단순하지만 적절한 난이도로 오래 즐길 수 있어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와 ‘게임보이 컬러’에도 이식된 바 있다.

    오셀로

    ‘오셀로’는 유명 보드게임을 패미콤용으로 이식한 것이다. 방식은 간단하다. 8×8 크기의 초록색 판에서 검은색과 흰색 돌을 한 번씩 두며 상대방의 돌을 뒤집어내면 된다. 일직선상의 맨 앞과 맨 뒤 돌을 같은 색으로 맞추면 가운데 돌은 전부 해당 색으로 뒤집힌다. 64칸 중 더 많은 칸을 차지하면 승리한다. 인공지능의 난이도 조절이 잘돼 있어 오래 인기를 끌었다. 

    비디오게임 최초의 초히트작인 아타리의 ‘퐁’은 2명이 즐기는 게임이었다. 탁구처럼 네트를 두고 공을 넘기다 상대 진영으로 넘기지 못하면 지는 방식이다. 하지만 패미콤의 2인용 게임은 달랐다. 경쟁은 한층 더 진화해 대전 격투게임의 원형이 등장했다. 아예 2인용의 개념을 바꾸는 시도도 등장했다. 두 게이머가 맞서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목표를 두고 협동하는 게임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

    트윈비3

    ‘트윈비’는 일본 게임개발사 코나미에서 만든 코믹 비행기 슈팅게임이다. 패미콤에서 총 3개의 ‘트윈비’ 작품이 출시됐는데, 2인용 플레이 지원은 ‘트윈비’와 ‘모에로 트윈비’까지는 없다 ‘트윈비3’부터 가능해졌다. 

    적들이 쏘는 총알을 피하고 총을 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탄막 슈팅게임이다. 공격 방법은 공중탄과 지상탄 두 종류가 있는데, 지상탄으로 지상에 있는 적을 맞히면 과일을 먹을 수 있다. 구름을 공중탄으로 맞히면 종이 나온다. 이 종의 색깔에 따라 탄이 다양한 형태로 바뀐다. 난도가 있는 편이라 2인 플레이 시 전략적으로 종을 선택해 먹어야 한다.

    조이 메카 파이트

    ‘조이 메카 파이트’는 폭력성이 덜해 서로 웃으며 즐길 수 있는 대전 액션게임이다. 총 36개의 로봇이 등장하는데, 다들 몸통 없이 사지와 머리만 떠다닌다. 패미콤의 성능상 몸통을 만들어 넣기가 힘들었던 것. 하지만 몸통이 없어도 격투게임의 기본 틀을 모두 갖추고 있어 박진감이 상당하다. 상단, 하단 공격의 구분부터 필살기까지 구현된다. 대전 격투게임의 원형으로 볼 수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