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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연구소

유튜브의 댓글 차단 “이게 최선입니까”

만 13세 미만 아동 크리에이터 보호 명분  …   원칙 없고 불공정해 논란

유튜브의 댓글 차단 “이게 최선입니까”

유튜브의 댓글 차단 “이게 최선입니까”
2월 28일 유튜브는 새로운 플랫폼 운영방침을 발표했다. 소아성애자 등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자 13세 미만 어린이가 등장하는 모든 동영상의 댓글을 차단하기로 했다. 또 13세 이상~18세 미만 크리에이터의 콘텐츠가 부적절한 행위를 유발한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댓글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방침은 그럴싸한 것 같다. 시청 환경에도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루에도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지는 유튜브에서 생존해야 하는 크리에이터에게는 다르다. 운영방침이 조금만 변해도 큰 영향을 받는다.


억울한 피해자와 반사이익 보는 채널 생겨

1 띠예, 댓글 금지  유튜브 크리에이터 띠예 채널, 최근 유튜브 정책 변화로 댓글 게재가 금지됐다 2 라임튜브 띠예의 하락세로 반사이익을 보게 된 라임튜브. 3 웨이브야 악성 댓글의 피해를 보고 있는 대표적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1 띠예, 댓글 금지 유튜브 크리에이터 띠예 채널, 최근 유튜브 정책 변화로 댓글 게재가 금지됐다 2 라임튜브 띠예의 하락세로 반사이익을 보게 된 라임튜브. 3 웨이브야 악성 댓글의 피해를 보고 있는 대표적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유튜브의 이번 조치가 크리에이터에게 긍정적이라 보기는 어렵다. 누구에게나 영상 창작자가 될 수 있는 공평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유튜브의 설립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크리에이터라면 플랫폼에서 주어지는 모든 조건을 이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번 조치는 어린 크리에이터에 대한 우대가 아니라 차별이 될 수 있다. 채널관리자가 원한다면 댓글은 언제든 차단할 수 있다. 유튜브가 직접 나서 댓글을 차단하는 것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이번 방침 변화로 조회수, 구독자수 감소 등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이는 크리에이터는 먹방 ASMR(자율감각쾌락반응)를 주 콘텐츠로 하는 크리에이터 띠예(11)다. 구독자수 90만 명인 띠예의 채널은 댓글이 차단됐다. 하루의 피로를 띠예와 댓글 소통으로 해소하던 구독자들에게는 날벼락과도 같은 일이다. 조회수 150만 이상인 ‘큐앤에이 답변영상’ 같은 콘텐츠는 이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띠예의 경우 부모와 애정 어린 시청자들에 의해 댓글 자정능력(악성 댓글에 대한 모니터링과 자발적인 신고)을 갖춘 크리에이터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놀이영상, 장난감 리뷰, 상황극 등을 주 콘텐츠로 하는 구독자수 약 977만 명의 대형 크리에이터 보람튜브토이리뷰 역시 모든 콘텐츠의 댓글이 차단됐다. 아직 여섯 살 어린 나이에 전 세계 시청자들이 댓글을 작성한다는 점에서 구독자와의 소통이나 댓글 관련 콘텐츠가 많은 크리에이터는 아니다. 그러나 글로벌 구독자들이 남긴 애정 어린 댓글을 볼 수 없다는 점은 크리에이터에게 큰 실망감을 줄 것이 자명하다. 또 한국의 놀이, 장난감, 식품 등에 관심을 표현하고 댓글을 통해 정보를 교류하던 해외 구독자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구독자수 198만 명인 라임튜브는 댓글 규제에서 자유롭다. 라임튜브는 보람튜브토이리뷰와 비슷하게 아이의 놀이, 장난감 리뷰 등을 주 콘텐츠로 다루는 채널이다. 크리에이터가 일곱 살이지만 부모와 함께 채널을 관리한다는 이유로 유튜브 규제에서 벗어난 것이다.




명분도, 기준도 없는 이상한 규제

어린 크리에이터의 댓글창이 전부 차단된 것은 아니다. 띠예와 동갑이자 구독자수 315만 명인 어썸하은 채널에는 여전히 댓글을 달 수 있다. 케이팝(K-pop) 커버댄스를 주 콘텐츠로 하는 채널 성격상 이번 조치의 주된 대상이 되리라 여겨졌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크리에이터에 대한 보호가 이번 조치의 명분이건만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채널은 구독자의 요청을 반영해 커버할 댄스곡을 고른다. 콘텐츠를 만들 때 댓글에 기대는 부분이 큰 만큼 댓글이 차단되면 채널의 존폐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 

크리에이터의 보호만 생각한다면 유튜브가 나서서 댓글창을 관리해야 할 채널은 따로 있다. 구독자수 334만 명인 waveya2011이 대표적인 예. 섹시 댄스를 주 콘텐츠로 하며 일부 콘텐츠의 경우 19금 인증을 받아야 볼 수 있을 정도로 수위가 높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콘텐츠 대부분에는 상당히 모욕적이거나 성희롱 수준의 댓글이 달려 있다. 아동뿐 아니라 waveya2011 같은 성인 여성도 부적절한 댓글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특히 아동 크리에이터의 채널에서는 자정 움직임이 엿보이지만, 섹시 댄스나 성인 콘텐츠를 만드는 여성 크리에이터는 오히려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유튜브의 명분대로라면 해당 크리에이터의 보호를 위한 조치는 필요하지 않은지 되묻고 싶다. 

플랫폼이 크리에이터에게 규제를 들이대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손쉽고 저렴한 방법이다. 유튜브가 자랑하는 훌륭한 댓글 관리 시스템과 인공지능(AI)이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악성 댓글을 작성하는 구독자가 돼야 한다. 댓글 자정능력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띠예의 팬임을 자처하는 삼촌, 이모 구독자처럼 자발적인 협조가 가능한 구독자의 힘을 빌리는 방식이 그 예다. 선량한 구독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한다면 현존하는 어떤 시스템보다 더 빨리 유튜브 댓글 문화를 고칠 수 있다.






주간동아 2019.03.15 1180호 (p64~65)

  • 배철순 개인방송분석연구소장 howlaborato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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