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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손창현 오티디코퍼레이션 대표

“핫플레이스 제조기? ‘스몰 브랜드’ 담는 그릇 되겠다”

서점 ‘아크앤북’ 성공 등 年 300억 매출 성수동 ‘성수연방’으로 도시재생 도전

“핫플레이스 제조기? ‘스몰 브랜드’ 담는 그릇 되겠다”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재미난 공간이 생겼다. 마켓컬리 단골이라면 누구나 아는 ‘존쿡델리미트’, 청담동 수제 생(生)캐러멜 전문점 ‘인덱스카라멜’, 익선동 맛집 ‘창화당’, 생활잡화점 ‘띵굴’, 라이프스타일 서점 ‘아크앤북’ 등이 한데 모인 성수연방이다. 인기 브랜드가 동시 입점한 것은 여느 쇼핑몰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이곳이 남다른 이유는 입점 브랜드의 생산 공장까지 한자리에 마련된다는 점에 있다. 현재 공사가 끝나 문을 연 곳도 있고 아직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인 곳도 있다. 모두 마무리되면 성수연방에서는 생산과 유통, 소비가 동시에 이뤄지게 된다. 

성수연방은 ‘공간 기획’ 전문 스타트업 오티디코퍼레이션(오티디)의 작품이다. 오티디는 오버더디쉬(Over the Dish) 건대 스타시티점, 파워플랜트 D타워점, 마켓로거스 스타필드 하남점, 여의도 디스트릭트Y 등 유명 맛집을 집결시킨 ‘셀렉트 다이닝’을 국내에 처음 선보이며 이름을 알렸다. 성수연방은 오티디가 내놓은 첫 번째 도시재생 프로젝트. 1월 말 정식 개장하자마자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을지로에 오픈해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는 아크앤북도 오티디의 작품이다. ‘핫플레이스 제조기’라 할 오티디를 이끌고 있는 손창현(42) 대표를 성수연방 카페 ‘천상가옥’에서 만났다.


붉은 벽돌과 박공지붕

서울 성동구 복합문화공간 ‘성수연방’ 전경. 양쪽 건물 사이 널찍한 중정에는 ‘성수설원’이라는 조형물을 설치했다. [홍중식 기자]

서울 성동구 복합문화공간 ‘성수연방’ 전경. 양쪽 건물 사이 널찍한 중정에는 ‘성수설원’이라는 조형물을 설치했다. [홍중식 기자]

성수연방을 ‘도시재생 프로젝트’라 이름 붙였다. 하지만 성수동은 이미 전국을 통틀어 가장 성공적으로 자발적 도시재생을 이룬 동네 아닌가. 

“성수동이 ‘핫’한 동네인 것은 맞지만 최근에는 주춤했던 것도 사실이다. 성수연방에 대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내용을 찾아보면 ‘백만년 만에 성수동에 왔다’는 글이 많다. 폐공장을 멋진 카페로 탈바꿈시킨 모습은 이제 성수동 말고도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그리고 성수동에서는 카페 말고는 갈 데가 없다. 괜찮은 서점 하나 없다. 아파트형 공장이 속속 들어서면서 동네 모습이 빠르게 바뀌는 한편, 임대료 상승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문제에 도전해보고자 성수연방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손 대표는 본사 사무실로 쓸 건물을 알아보다 과거 화학공장의 물류창고였고 이후 카센터, 영세공장 등으로 쓰이던 건물을 알게 됐다. 양쪽 건물 사이로 널찍한 중정(中庭)이 놓인 모습이 도쿄 다이칸야마의 복합상업시설 ‘테노하’를 연상케 했다. 이에 본사 건물 찾기는 잠시 미뤄두고 복합문화공간을 기획하게 됐다고 한다. 오티디는 임차인들과 10년 임대차 계약을 맺었고 그동안 임대료 상승 걱정 없이 영업하게 할 계획이다. 

성수동에서는 카페가 제일 잘되는 장사라던데, 성수연방의 유일한 카페를 3층에 배치했다. 



“기존 성수동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3층에 카페를 배치했더니 입지 조건이 나쁘다며 카페를 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더라.(웃음) 그래서 오티디가 직접 카페를 운영한다. 건물 외관과 카페 공간은 ‘성수동다움’을 고민하며 기획했다. 인건비가 저렴하던 시절 벽돌 건물을 짓고 그 위에 박공지붕을 씌워 공장이나 창고 건물을 싸게 지었다. 그래서 붉은 벽돌과 박공지붕이 성수동의 지역적 특색이 됐다. 이러한 특색을 살리려고 성수연방 건물 외관을 붉은 벽돌로 마감하고, 3층 카페의 유리 지붕도 박공 형태로 디자인했다. 최근 성수동에도 네모반듯한 아파트형 공장이 대거 들어서면서 옅어지는 지역적 특색을 유지하려 했다.” 


성수연방 3층 카페 ‘천상가옥’(왼쪽)과 1층 피자집 ‘피자시즌’. [홍중식 기자]

성수연방 3층 카페 ‘천상가옥’(왼쪽)과 1층 피자집 ‘피자시즌’. [홍중식 기자]

공장이 가동되면 성수연방은 어떻게 달라지나. 

“인덱스카라멜 공장에서 갓 생산해 가장 신선한 캐러멜을 맛볼 수 있고, 서점의 책장과 책장 사이 유리창을 통해 대만음식점 샤오짠의 공장에서 만두 빚는 모습을 구경할 수도 있다. 존쿡델리미트의 경우 공장 한가운데 레스토랑이 마련된다. 다양한 소시지를 생산하면서 종종 쿠킹 클래스도 열 예정이다. 첫 한국 진출을 한 인도의 크래프트 비어 ‘자파 브루어리’는 이미 성수연방에서 맥주 생산을 개시했다. 피자집 ‘피자시즌’에서 자파 브루어리 맥주를 마실 수도 있다.” 

을지로 아크앤북이 화제를 모은 것은 ‘파격성’ 때문이다. 널찍한 공간에는 편히 앉아 책을 읽을 의자와 테이블이 넉넉히 배치돼 있고, 서점 내 카페나 식당으로 계산하지 않은 책을 갖고 들어가 읽을 수도 있다. 책은 소설, 비소설, 경제·경영 식으로 분류돼 있지 않다. ‘데일리(Daily)’ 카테고리에 가족, 생활, 주거, 음식, 건강, 어린이, 투자 분야 책이 소형 가전과 패브릭 소품, 향기 오브제 같은 상품과 함께 배치되는 식이다. 천천히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널찍하고 편안한 을지로 아크앤북과 달리 성수연방 아크앤북은 협소하다. 앉을 의자도 없다. 

“소비자들은 오티디가 만든 공간을 ‘별종이고 비주류며 이상한데 재밌다’고 느낀다. 그 이유는 우리가 새로운 공간을 론칭할 때 대기업이 하는 방식과 정반대로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만드는 공간은 틀에 박혀 있지 않다. 을지로와 성수동의 지역 감성은 다르다. 따라서 공간의 성격도 달라진다. 을지로가 직장인, 가족 위주 공간이라면 성수동은 좀 더 취향 지향적이다. 독립서점, 독립출판사 성격을 강화해 작은 출판사가 낸 책들을 많이 소개하고자 한다. 얼마 전 성수포럼(매주 수요일 저녁 성수연방에서 열리는 포럼)에서 만난 한 대학 교수님이 내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1인 출판사를 차리고 발행한 잡지를 대형서점에선 받아주지 않았는데 아크앤북에서 소개해줬다고.”


책을 사라고 설득하는 서점

생활잡화 편집숍 ‘띵굴’(위)과 라이프스타일 서점 ‘아크앤북’. [홍중식 기자]

생활잡화 편집숍 ‘띵굴’(위)과 라이프스타일 서점 ‘아크앤북’. [홍중식 기자]

을지로 아크앤북이 개점 한 달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고 들었다. 요즘 같은 때 서점이 돈이 되리라 생각했다는 게 놀랍다. 

“사람들이 기존 서점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다. 광고비를 많이 낸 책으로 서점을 도배하다시피 하니까. 이런 접근은 일방향적이다. 우리는 책을 사도록 ‘설득하는’ 서점이 되고자 한다.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큐레이션으로 머물고 싶은 서점이 되면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진다. 성수연방 아크앤북의 3.3㎡당 매출액은 아마 전국 서점 가운데 최상위권일 것이다. 아크앤북에 대한 SNS 포스팅 중에는 ‘충동구매’ 해시태그가 많다.” 

고객이 서점에서 자유롭게 읽다 오염된 책은 출판사로 반품하지 않고 오티디 측이 매입한다고. 비용 부담이 크지 않나. 

“서점 내 식당, 카페에서도 계산하지 않은 책을 읽을 수 있게 한 것은 고객으로 하여금 서점에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밥 먹거나 커피 마실 때 책을 가져가는 고객이 별로 없다. 돈을 내지 않은 책이라고 막 대하지 않는다. 책 오염을 걱정하는 분에게 서점에 와서 한번 둘러보시라고 말한다.” 

6월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개장하는 롯데몰 성복점은 서점 브랜드로 아크앤북을 택했다. 손 대표는 “을지로 아크앤북의 성공으로 대형서점을 제치고 선택됐다”며 “헤어숍과 협업해 파마를 하면서 책을 둘러볼 수 있는 서점으로 만들어볼까 구상 중”이라고 귀띔했다.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한 손 대표는 딜로이트안진,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 삼성물산에서 10년간 부동산개발 일을 하다 2014년 오티디를 창업했다. 부동산 기획자로서 그의 관심은 ‘버려진 공간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있는데, 서울시립대 석사 과정 중 교환학생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설계사무소에서 일한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 당시 폐쇄된 항만터미널 하역장 건물에 트렌디한 카페와 식당이 들어선 뒤 지역 상권이 되살아나는 과정을 목격했던 것이다. 

오티디 창업 후 그는 도심에서도 오랜 세월 공실 상태였거나 버려지다시피 한 공간을 되살리는 프로젝트를 하나씩 실천해 나갔다. 오버더디쉬 1호점이 있는 건대 스타시티 3층, 아크앤북이 자리한 을지로 부영을지빌딩 지하 1층, 최근 개시한 성수연방이 그 예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오티디는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중 하나가 됐다. 누적 투자금은 700억 원, 매출은 300억 원(2018년 기준). 손 대표는 “최근 1년 새 매출과 직원 수가 2배가 됐다”고 했다.


개성과 취향의 시대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오티디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핫플레이스 제조기’인가. 

“전혀 아니다. 핫플레이스 제조기가 되고자 한다면 뜰 만한 지역을 찾아가서 돈 벌 방법을 궁리했을 거다. 온라인 영역이 확장되면서 오프라인에는 버려진 공간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더는 사람이 찾지 않는 공간에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채워넣어 다시 사람들이 오게 만드는 것이 오티디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란 뭔가. 

“다양성의 시대다. 개개인의 취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고, 그에 맞춰 개성과 취향이 뚜렷한 스몰 브랜드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 오티디는 스몰 브랜드를 담아내는 그릇이 되고자 한다. 성수연방에 입점한 브랜드는 현재 7개에 불과하지만, 각 브랜드가 품은 스몰 브랜드 수까지 센다면 수백 개가 된다. 발효 막걸리 전문업체 ‘복순도가’가 발효 기술 노하우를 활용해 화장품을 출시했다. ‘파이콜로지’는 완도 해조류로 천연 화장품을 만드는 브랜드다. 띵굴에서 이런 개성 강한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들을 판매하는데, 반응이 매우 좋아 조만간 ‘띵굴 브라이트’라는 이름으로 화장품 전문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런 식으로 오티디는 스몰 브랜드를 많이 소개하고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오티디는 조만간 2개의 공유공장을 선보인다. 서울 중구 명동 대신증권빌딩 디스트릭트M에는 동네빵집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베이커리 공유공장이, 서울 강남 모처에는 배달음식부터 된장, 잼, 과일청 등 다양한 식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들어올 예정이다. 손 대표는 “두 곳의 공유공장 역시 도심의 유휴 공간을 활용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규제를 충족하는 공장시설을 갖추지 못해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없었던 스몰 브랜드들이 오티디의 공유공장을 통해 타개책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즐겁게 시간 보내는 공간 돼야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스몰 브랜드 연합군으로 ‘빅 브랜드’를 전복하길 바라는가.
 
“오티디는 대형 브랜드와도 많이 협업한다. 강원 홍천 대명리조트 비발디파크의 오래된 식음료 공간을 우리가 리뉴얼했고, 10여 개의 이마트 점포에도 오티디가 만든 셀렉트 다이닝 콘셉트의 푸드코트가 들어가 있다. 조만간 새롭고 재미있는 시도도 선보인다. 이마트 1호점이 서울 도봉구 창동점인데, 이곳을 리뉴얼하면서 우리에게 베이커리 매장을 맡겼다. 명동 베이커리 공유공장에서 생산된 동네빵집의 빵을 공급하려 한다. 대형마트와 지역상권이 결합하는 새로운 사례가 될 것이다. 소비자 취향이 세분화, 다양화하면서 대형업체도 그러한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때가 왔다. 다양한 스몰 브랜드가 대형업체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해주면 좋겠다.” 

전국적으로 도시재생에 관심이 많다. 조언한다면. 

“콘텐츠가 획일화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많은 이가 폐공장을 멋지게 리모델링해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만들어놓으면 당연히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반영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공간에 누가 와서 무엇을 할지, 어떻게 즐겁게 시간을 보내도록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도시재생을 시작해야 한다.” 

창업 5년 만에 큰 성과를 냈다. 소감은. 

“쑥쑥 성장하는 오티디는 멋있는 회사다. 하지만 창업자의 삶은 그렇지 않다.(웃음) 내 삶을 송두리째 갈아 넣어야 해 개인적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무너졌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보안요원에게 쫓겨 다니며 전단을 나눠주는 일까지 직접 하던 창업 초기 시절이 불과 5년 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감개무량하다. 창업 초기에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천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지금은 좋은 사람들, 좋은 브랜드와 연대해 아이디어를 신나게 현실로 구현해내고 있다. 무척 재미있다.”








주간동아 2019.03.15 1180호 (p24~29)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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