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62

2018.11.02

문화

한국무용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다

장현수 들숨무용단 비상임안무가

  • 입력2018-11-05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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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태식]

    [홍태식]

    전통한복의 노란 소맷자락이 무대 위 암흑을 가른다. 고요한 춤사위는 수컷 앵무를 그리는 암컷 앵무의 고독과 무력을 묘사한다. 움직임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인 궁중무 ‘춘앵무’다. 반면 남녀의 애틋한 발재간 사이를 파고드는 무용수의 분방한 장구춤은 관객과의 적극적인 눈맞춤으로 완성된다. 한국무용의 하나인 ‘허튼춤’의 매력은 즉흥성에서 나오는 ‘흥’으로부터 시작된다. 여기에 불안한 듯 몸서리치는 무용수들의 집단적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전개는 불협화음인 듯 보이나 이내 익숙한 바이올린 선율과 반복적인 동작을 통해 현대화된 무속신앙의 실체를 드러낸다. 

    사단법인 들숨무용단의 공연 ‘우리 춤과의 만남’이 10월 28일을 끝으로 나흘간의 장정을 마쳤다. 올해 초 설립된 들숨무용단은 한국무용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데 앞장서는 무용예술단체다. 

    장현수 들숨무용단 비상임안무가(사진)는 무엇보다 관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국무용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용수들은 한국무용에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을 직접 선곡하고 발레와 현대무용까지 섭렵했다. 

    “한국무용이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건 정해진 틀을 벗어나지 못해 메시지 전달을 제대로 못 하기 때문이에요. 전통무용과 창작무용을 구분 짓지 않고 새로운 춤의 언어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죠. 국악은 비슷한 맥락으로만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한 춤에도 변화를 주기 어려워요. 현대적으로 풀어낸 한국무용을 자주 접하다 보면 전통음악 위에 어우러진 공연도 어렵지 않다고 느끼게 될 거예요.” 

    들숨무용단은 설립 전 지난해 초연한 ‘목멱산59’로 대한민국무용대상을 수상했다. 국악 연주자와 양악 연주자 11명이 참여한 무대에서 비발디의 ‘사계’와 ‘눈물 젖은 두만강’ 등이 한국무용의 몸짓으로 풀이됐다. 목멱산은 서울 남산의 옛 이름으로, 작품은 한양 도성 안의 사회상을 담아냈다. ‘목멱산59’는 올해 재공연됐고 내년 5월에도 공연이 예정돼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모두 다르다. 장 안무가는 한국무용이 풍부한 이야깃거리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연이 널리 회자되려면 이야기가 풍부해야죠. 매해 계절과 공연장에 따라 주제를 바꾸는 이유예요. ‘목멱산59’에서 한양의 양반 이야기를 할 수도, 백성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 거죠. 열 번을 공연하면 열 개의 새로운 전통이 소개되는 셈입니다.” 

    들숨무용단은 한국무용 공연이 무용계만의 잔치로 끝나는 걸 막고자 관객을 무용과 관계없는 일반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발품 팔아 찾아오는 해외 관객도 적잖다. 이탈리아를 필두로 해외 공연도 기획 중이다. 장 안무가는 한국무용 세계화의 필요성도 힘줘 말했다. 

    “해외 한국문화원에 한옥, 한지, 한복이 전시돼 있지만 이미지로만 놓여 있을 뿐 동적인 역할을 하지 못해요. 표현예술을 통해 한국문화의 인상을 세계인에게 깊게 남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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