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7

2015.10.05

무심코 지나친 통증, 족부 절단?

당뇨병성 신경병증 방치하면 큰코다쳐…10년 이상 당뇨병 환자에 흔한 합병증

  • 최영철 주간동아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5-10-05 1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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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심코 지나친 통증, 족부 절단?

    병원에서 진동감각검사를 받고 있는 당뇨병 환자.

    10년 이상 꾸준히 혈당 관리를 해온 50대 주부 김모 씨. 밤만 되면 다리 통증이 심해져 잠을 설치기 일쑤다. 단순한 신경통이라 생각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증상이 갈수록 심해졌다. 알고 보니 높은 혈당으로 신경이 손상되면서 생긴 당뇨 합병증이었다. 이른바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라 부르는 이 질환은 당뇨병 환자에게 가장 흔히 나타나는 합병증이지만 속수무책으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모두 제각각인 데다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도 50%에 달하기 때문이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병원을 방문하는 국내 당뇨병 환자 10명 가운데 6~7명이 겪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당뇨병으로 혈액의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신경이 손상되면서 각종 신경병증을 야기한다. 주로 다리에서 많이 발생하며, 만성통증 또는 무감각이 주요 증상으로 꼽힌다.

    발 저리거나 화끈, 가렵다면 의심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위험한 까닭은 흔히 ‘당뇨발’이라 부르는 족부질환의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는 피부 감각이 둔해져 상처나 궤양이 생기기 쉽고, 족부감염까지 진행되는 경우 다리를 절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국내 족부 절단 사례 중 50~70%를 차지한다.

    따라서 당뇨병 진단을 받은 지 오래됐다면 발 건강에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당뇨병 진단 초기에는 6%에 불과한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병률이 진단 10년 후엔 20%까지 증가하고, 25년 후엔 50%에 달하기 때문이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혈당 관리에 자신 있는 환자나 다른 합병증이 없는 환자에게서도 빈번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매년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한 6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만큼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당뇨병 환자에게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질환인 것과는 상반되게 진단율은 그리 높지 않다. 질환의 주요 증상이 통증임에도 환자의 절반가량이 자각할 수 있는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통증을 느끼는 환자 중에서도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단순한 피로감이나 혈액순환 문제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증상이 매우 다양하고 환자에 따라 통증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똑같은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 환자라도, 어떤 환자는 참을 수 없는 통증을 호소하는 반면 다른 환자는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닌 불편함 정도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러나 심각한 증상이 없는 상황에서도 질환은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라면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주요 증상을 항상 기억하고 주기적으로 진단받아야 한다.

    무심코 지나친 통증, 족부 절단?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크게 네 가지다. 발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나 스멀거리고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한 이상감각, 불이 붙은 듯 화끈거리는 작열감, 또는 발이 저리고 감각이 무뎌지는 무감각증이 있다. 이 밖에 환자에 따라 ‘발바닥에 종이가 붙어 있는 것 같다’ ‘칼로 베는 듯하다’ ‘언 것 같다’ 등의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은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다리에 통증이나 이상감각이 느껴지는 경우 반드시 당뇨병 전문의를 찾아 증상을 논의하고 진단을 받아야 한다. 오랜 시간 질환을 방치해 발의 감각이 무뎌진 경우 환자 본인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가족 중 당뇨병을 오래 앓은 사람이 있다면 혹시 발에 이러한 통증이 있는지 물어보고 발에 상처는 없는지 살피는 등 작은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은 신경의 손상 혹은 비정상적인 기능으로 인한 통증이기 때문에 만성통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일반적으로 낮보다 밤에 심해지는 경향을 보여 많은 환자가 수면장애를 격기도 한다. 일례로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 환자에게 수면 질을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물었을 때 ‘충분히 많이 잠을 잤다’고 느끼는 경우는 32.69점에 불과해 통증이 수면에 미치는 악영향을 보여주고 있다.

    수면장애, 우울증 유발로 삶의 질 저하

    이렇듯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이 만성통증이 되면 스트레스나 수면장애가 생기기 쉽고, 나아가 우울증이나 불면증 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전문의 진단을 통해 최대한 통증을 완화하고 신체 기능을 유지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신경병증 통증 치료에는 프레가발린(리리카), 트라마돌 등을 많이 처방하며,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다양한 약제가 고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권혁상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을 치료 없이 참고 견디면 수면장애 등 또 다른 신체적·심리적 질환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다만 약제 선택 시 통증 외에도 수면장애 등 동반하는 증상까지 고려하고, 다른 약물과 상호작용이 적은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든 당뇨병 합병증과 마찬가지로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치료 또한 혈당 조절이 기본이다. 혈당 조절은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예방뿐 아니라 증상을 완화하고 진행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당뇨병 환자라면 규칙적인 생활이 무너지기 쉬운 명절 연휴에도 과식을 피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혈당을 조절해야 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또한 금연과 금주가 중요하다. 또 매일 발을 깨끗이 씻고 잘 말리며, 상처나 물집 등 작은 변화를 매일 주의 깊게 살피고 작은 상처라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상자기사 참조).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환자 발 관리 수칙

    1. 하루에 한 번 자신의 발을 주의 깊게 관찰해 상처나 이상이 있는지 점검한다.

    2. 담배는 혈액순환을 나쁘게 하므로 절대 금연.

    3. 따뜻한 물과 순한 비누로 발을 매일 씻고 잘 말린 후 순한 로션을 얇게 발라 건조하지 않게 한다.

    4. 발에 잘 맞는 면 소재 매일 양말을 깨끗한 것으로 갈아 신는다.

    5. 신발은 발에 잘 맞고 통풍이 잘되는 가죽신이나 운동화를 신는다(샌들이나 슬리퍼는 피할 것. 맨발은 절대 금물).

    6. 겨울에는 발가락에 동상을 입지 않도록 보온이 잘되는 양말과 신발을 신는다.

    7. 발톱은 너무 짧지 않게 일자로 깎는다.

    8. 매일 신발 내부를 점검해 상처가 생기는 요인을 없앤다.

    9. 다리를 꼬고 앉거나 꽉 죄는 벨트, 거들 등은 혈액순환을 나쁘게 하므로 피한다.

    10. 티눈이나 굳은살을 제거하지 않는다.

    11. 발에 상처가 생기거나 물집이 잡혔을 때는 반드시 당뇨병 전문의와 상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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