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 시사 레슨

판다가 성적으로 무능한 동물이라고?

야생에선 거친 섹스 즐기는 정력왕

  • 입력2018-10-15 11:30:35

  • 글자크기 설정 닫기
    [shutterstock]

    [shutterstock]

    판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둘이다. 사람의 모성애 또는 부성애를 끌어내는 귀여움의 화신인 동시에 종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은 불임의 아이콘이다. 

    미국 진화생물학자이자 과학문필가였던 스티븐 제이 굴드 역시 전자의 매력에 푹 빠졌던 것 같다. 그의 과학칼럼집 ‘판다의 엄지’(1980)에는 미국과 중국 간 긴장 완화의 결실로 1972년 싱싱과 링링이라는 판다 암수 한 쌍이 미국 워싱턴 미국국립동물원에 도착했을 때 뛸 듯이 기뻤다는 표현이 나온다. 어린 시절부터 애니메이션 캐릭터 ‘앤디 팬더’의 열렬한 팬이었기에 ‘당장 그 동물원으로 달려가 외경 어린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봤다’고 한다. 당시 굴드처럼 판다 공개 첫날 동물원을 찾은 사람이 2만 명에 이르렀다. 

    싱싱과 링링이 구름처럼 운집한 관람객 앞에서 보여준 것은 하품하기와 기지개 켜기, 느린 걸음으로 몇 발자국씩 걷기도 있었지만 대부분 ‘먹방’이었다. 거의 종일토록 사람처럼 철퍼덕 주저앉아 앞발로 대나무 줄기를 붙잡고 댓잎을 훑어내면서 새순만 뜯어먹었던 것이다.

    쿵푸팬더의 코끝 스치는 ‘가짜 엄지’

    관람객이 대부분 그 귀여움에 폭 빠져 있는 시간에 굴드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판다가 댓잎을 훑어낼 때 다른 발가락과 마주 볼 수 있는 엄지를 활용하고 있었던 것. 이는 엄지의 발달이야말로 인류 번영을 이끈 특징 가운데 하나라는 그의 믿음을 뒤흔들었다. 그래서 판다의 발가락 수를 셌더니 다섯 개가 아니라 여섯 개였다. 

    판다는 오해로 점철된 동물이다. 최근 출간된 루시 쿡의 ‘오해의 동물원’에 따르면 1869년 프랑스 선교사 아르망 다비드 신부가 중국 쓰촨성에서 판다를 발견해 학계에 보고할 때부터 식육목 곰과냐, 너구리과냐라는 문제로 100년 넘게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보다 앞서 발견된 레서판다와 똑같이 ‘가짜 엄지’를 포함해 발가락이 여섯 개였는데, 레서판다는 아메리카너구리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판다라는 호칭은 네팔어로 ‘대나무를 먹는 동물’이라는 뜻의 ‘니갈랴 포냐’에서 유래했는데, 처음엔 레서판다의 호칭으로 쓰이다 대왕판다가 발견되면서 영어로 작은 판다라는 뜻의 ‘lesser panda’로 불렸고, 대왕판다가 판다의 대명사가 됐다. 그 대왕판다는 염기서열 분석 결과 곰과로 판명 났다. 그것도 약 2000만 년 전 현존하는 모든 곰이 갈라져 나온 큰곰 계통의 초기 파생집단으로, 모든 곰의 조상 격에 해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굴드는 드와이트 데이비스의 판다연구서를 읽으면서 그 가짜 엄지의 진실을 알게 된다. 몸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다섯 발가락은 그대로 두면서 효과적으로 댓잎을 훑어내고자 원래는 발목의 일부를 이루는 요골종자골이라는 뼈가 길게 자란 것이었다. 굴드는 ‘자연은 뛰어난 땜장이이지 신묘한 장인이 아니다’라는 프랑수아 자코브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진화론에 숨어 있는 임기응변의 원리에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그 굴드도 모르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판다의 내밀한 사생활이었다. 굴드 같은 진지한 자연학도를 제외한 대다수 사람에겐 싱싱과 링링의 합방 성공이 지대한 관심사였다. 싱싱과 링링은 중국의 공산화 이후 서방세계에 발을 디딘 최초의 암수 한 쌍의 판다였기 때문이다. 

    1936년 수린이라는 판다가 미국에 첫발을 디딘 이래 암수 한 쌍으로 알려진 여러 판다가 미국에 들어왔지만 이들은 모두 합방에 실패했다. 어이없게도 이들은 모두 수컷이거나 모두 암컷이었음이 훗날 밝혀졌다. 

    ‘어떻게 암수 구별이 그렇게 어렵지’라는 질문은 수컷의 생식기가 암컷의 그것만큼이나 작다는 익살스러운 진실 앞에서 ‘판다=임포’라는 통념을 만들어냈다. 암컷의 발정기가 1년에 이틀밖에 안 된다는 사실도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멸종위기 동물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세계 곳곳의 동물원에서 갖가지 시도를 했음에도 실패가 거듭되자 판다는 성인이 되려다 만 동물, 그래서 성적으로 무능한 동물이란 인식이 확산됐다. 

    하지만 이는 동물원에 갇혀 인간에게 사육되는 판다에 한한다. 야생 판다의 성생활은 상상을 초월한다. 1980년대 중국 현지에서 야생 판다의 짝짓기 예식을 목격한 조지 셀러의 관찰기에 따르면 혼자인 암컷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 신음소리를 내면 그 아래서 여러 수컷이 쟁탈전을 벌인다. 암컷으로부터 낙점을 받으려면 소변의 도발적 향기를 가장 높은 곳까지 올려 보내야 한다. 그에 대한 루시 쿡의 묘사를 그대로 인용한다. 

    ‘수컷들은 소변을 가능한 한 높이 쏘아 올리기 위해 ‘스쿼트’ ‘한쪽 다리 들어올리기’, 그리고 가장 경이로운 ‘물구나무서기’를 한다. 또한 애프터셰이브를 바르듯 귀에 소변을 문질러 자기 몸을 도발적인 향을 선전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쇼킹한 판다의 사생활

    레서판다 [동아DB]

    레서판다 [동아DB]

    그렇게 암컷에게 간택된 수컷은 오후 반나절에만 40번 넘는 교미를 한 것으로 관찰됐다고 한다. 최근 대중 과학 조사에 따르면 이는 평범한 일본 성인이 1년 동안 하는 성관계 횟수와 같다. 게다가 그 정액은 인간 남성의 10~100배가 넘는 고품질의 정충을 다량 포함한다. 판다의 교미는 물어뜯고 짖어대면서 하는, 즉 거칠고 저돌적 행위로 야생 상태의 새끼는 어려서부터 이를 보고 배워야 가능한데 콘크리트 동물원 안에서 자란 판다에게는 그럴 기회가 원천 봉쇄돼 있다. 생각해보라. 아이들을 데리고 귀여운 판다를 구경하러 갔는데 판다들이 교성을 지르며 집단으로 교미하는 모습을. 

    최근 중국 동물원에서 성공한 ‘판다 베이비붐’의 실체는 더욱 쇼킹하다. 사육 중인 판다들이 교미하는 포르노 동영상 보여주기와 엄청난 양의 비아그라 먹이기마저 실패하자 인공수정을 통해 베이비붐을 끌어낸 것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 조작’과 ‘전기자극 사정’이 동원됐다. 전자는 정자 추출을 위해 수컷에게 가하는 인간의 수작업에 대한 완곡한 표현이고, 후자는 수컷의 항문에 전기 탐침을 삽입해 절정에 오를 때까지 전압을 올리는 것을 가리킨다. 

    하나 더. 판다는 원조 곰인 만큼 초식이 힘들 때는 육식도 가능한 잡식성 동물이다. 게다가 대나무를 씹어 먹는 데 적합한 강력한 턱과 뺨 근육을 지녀 무는 힘이 육식동물 가운데 다섯 번째로 세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