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45

2018.07.04

김민경의 미식세계

밥·조림·전·차 … 뿌리부터 꽃까지 버릴 게 없어

여름 보양식 ‘연(蓮)’

  • 입력2018-07-03 09:17:25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연잎밥, 껍질을 벗긴 연자, 구멍 수가 적고 통통해야 맛있는 연근(왼쪽부터).

    연잎밥, 껍질을 벗긴 연자, 구멍 수가 적고 통통해야 맛있는 연근(왼쪽부터).

    장마가 시작됐다. 요 며칠 찌는 듯이 덥더니 찬비가 쏟아지고 선선한 바람이 분다. 장대같이 내리꽂는 비가 며칠 이어지고 나면 이르게 영근 열매나 늦게 핀 꽃은 땅바닥에 굴러다니기 일쑤다. 딱 하나, 연꽃은 다르다. 연꽃은 장대비를 맞고도 아름다움을 유지하며 꼿꼿이 서 있다. 게다가 비가 지나간 연꽃지는 그 넓이와 상관없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시퍼렇게 생기가 넘치는 초록색 연잎 위로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물방울이 빛을 받아 반짝거리고 홍련이든, 백련이든 모든 꽃에 윤기가 돈다. 

    고인 물속이나 진흙 속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연꽃은 대가 곧고 향이 맑으며 가지가 없어 예부터 꽃의 ‘군자’로 불렸다. 문학과 그림, 건축 문양에 자주 등장하고, 종교와 국가를 불문해 두루 사랑받는 ‘형상’과 ‘심상’을 가진 식물이다. 게다가 꽃, 씨, 잎, 뿌리를 모두 먹을 수 있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연을 활용한 요리 가운데 가장 익숙한 것이 바로 연잎밥이다. 찹쌀과 잡곡, 씨앗, 견과류 등을 섞어 밥을 찐 다음 소금으로 간한다. 이 밥을 연잎으로 감싸 30분가량 은근하게 찌면 연잎의 향과 맛이 밥에 배고 수분이 날아가지 않아 노르스름하면서 향기롭고 쫀득한 연잎밥이 완성된다. 연잎밥은 더운 날에도 쉽게 쉬지 않고, 차게 먹어도 맛있다. 연잎은 뿌리, 즉 연근이 굵어지기 전에 따야 부드럽고 크기도 적당하다. 잎을 따면 흰 수액이 나오는데 냄새가 난다. 김을 올려 찌는 용도로는 상관없는데 연잎차로 마시려면 오랫동안 말려 냄새를 없애야 한다.

    연이 주는 독특한 식재료 가운데 하나가 연자다. 연밥, 연실, 연씨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는 연자는 바로 연꽃의 열매다. 꽃 가운데에 단단한 연방이 있고 그 안에 연자가 들어 있다. 꽃잎이 떨어진 후에도 연방은 계속 자라고 연자가 토실토실하게 영근다. 연방과 연자가 갈색으로 변했을 때 채취해 연자의 겉껍질과 속껍질을 벗기면 뽀얀 열매가 나온다. 그대로 먹으면 쓴맛이 강하기 때문에 물에 30분가량 담갔다 요리해야 한다. 말린 연자도 요리에 사용하기 전 4시간 정도 불려야 한다. 연자의 배아는 영양분은 많지만 떫은맛이 나니 도려내는 것이 좋다. 물에 불린 연자는 찹쌀과 섞어 죽을 끓이거나 연잎밥에 넣기도 하고 버섯, 다시마 등과 섞어 짭조름하게 조려 반찬으로 즐겨도 좋다. 

    연근은 예쁜 모양을 살려 조리거나 전으로 부쳐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식재료다. 익숙한 연근이지만 잘게 썰어 죽을 끓이면 색다른 고소함을 맛볼 수 있다. 또한 강판에 간 연근에 밀가루 또는 쌀가루를 섞어 전을 부치면 은은한 색과 향이 좋다. 미나리나 쑥을 잘게 썰어 연근전에 넣어도 어울린다. 얇게 썬 연근을 물에 담가 전분기를 빼고 소금물에 살짝 삶아 바삭하게 말린다. 이것을 기름에 튀겨 설탕을 뿌려 내면 진짜 맛있는 부각이 된다. 마른 연근은 순식간에 타버리니 달군 기름에 넣었다 빼는 정도로만 조리하면 된다. 



    연의 하이라이트는 꽃이다. 연꽃은 봉오리가 영글고 나면 활짝 피어 있는 시기가 매우 짧다. 연꽃은 동틀 무렵 활짝 피고 향도 진하므로 이때 연꽃을 따서 차로 마신다. 진딧물이나 불순물이 있을 수 있으니 물에 살짝 헹궈 따뜻한 물에 3분가량 담갔다 음미한다. 찬물에 우리고 싶으면 12시간 정도 물에 담가두는 것이 좋다. 맛보기 귀한 만큼 길고 강한 여운을 선사하는 차가 바로 연꽃차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