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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경의 on the stage

탈북자와 탈남자, 그들은 왜 線을 넘었나

연극 | ‘선을 넘는 자들’

탈북자와 탈남자, 그들은 왜 線을 넘었나

[사진 제공 · 극단 놀땅]

[사진 제공 · 극단 놀땅]

축구경기에서 골을 넣은 공격수는 세리머니를 하기 전 항상 부심을 바라본다. 오프사이드(off-side)에 걸리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우리도 오프사이드에 걸리지 않고 골을 넣으려는 축구선수와 같이 매 순간 성취를 위해 치열하게 고심하고 절박하게 싸운다. 

오프사이드처럼 우리에게는 중요한 의미의 경계선이 존재한다. 그런데 여기 선을 넘은 자들이 있다. 그들은 삶의 궁지에서 헤어나기 위해 선을 넘어 전혀 다른 세계에서 다시 출발하려 했다.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고 누구도 그들의 선택을 섣불리 판가름하지 못했다.


[사진 제공 · 극단 놀땅]

[사진 제공 · 극단 놀땅]

연극 ‘선을 넘은 자들’은 탈북자를 비롯해 ‘선’을 넘은 자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아낸다. 지난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3만 1339명. 그동안 탈북자를 통해 분단시대 남북의 현실적·이념적 경계를 다룬 예술작품은 여러 편 나왔고, 눈에 띄는 수작들도 있었다. 작품은 대부분 냉혹한 ‘물질만능주의’ 인간들과 순박하고 순수한 ‘가치주의’ 인간의 극단적 대립구도를 통해 경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의식을 부각했다. 그러나 연출자 최진아는 연극 ‘선을 넘는 자들’을 통해 지금까지 탈북자를 다룬 작품들에서 보여준 감정적 공감과는 다른 지극히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사회문제에 접근한다. 

연극은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는 북한군 ‘김군’, 대한민국 상위 1%에서 몰락해 신용불량자로 전전하다 월북을 결심하는 한국인 ‘정씨’, 탈북한 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적응하지 못해 다시 새로운 나라에 정착하려는 ‘송영수’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은 탈북, 탈남, 그리고 탈북 후 다시 탈남을 위해 선을 넘고 있다. 다른 길로 탈출하려는 이들이 같은 선 위에서 만나는 마지막 장면은 인상적이다. 소외되고 낙오된 이들이 선을 넘기까지 과정은 예술적 미학으로 관객의 가슴과 머리에 투영된다. 막상 선을 넘으면 또 다른 선들을 맞닥뜨려야 하고 그 앞에는 수많은 벽이 존재한다. 

도피든 도전이든, 고달프게 선 밖으로 향하는 이들의 진지한 모습을 통해 연극은 원래 선 밖에 있던 자들까지 위로한다. 탈북자를 편견 없이 바라보며 그들이 겪은 공포와 불안, 성공 의지까지 냉철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연출자는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대학 특례입학제도와 정착지원금제도에서 시작해 방송 출연과 댓글 아르바이트 등 탈북자의 속살을 고스란히 무대에 내보인다. 연극 ‘선을 넘는 자들’은 녹록지 않은 사회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관객 판단에 맡길 뿐이다.

※ 오프사이드 축구 경기에서 공격수가 위치한 선과 골라인 사이에 골기퍼를 포함해 상대팀 선수가 2명 이상 없을 때 공격수가 후방에서 온 패스를 받으면 반칙이다.




주간동아 2018.02.14 1126호 (p105~105)

  • |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lunapiena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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