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5

2018.02.07

황승경의 on the stage

눈물 마르기 전 터진 웃음보

뮤지컬 | ‘오! 당신이 잠든 사이’

  • 입력2018-02-06 15: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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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극단 연우무대]

    [사진 제공·극단 연우무대]

    대한민국을 꽁꽁 얼린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해가 지면 거리에 네온사인만 반짝일 뿐 ‘불금’의 유혹도 얼어버렸다. 이런 강추위가 이어지던 어느 날 밤, 가톨릭 종교재단의 한 병원에서 척추마비 반신불수 환자가 사라졌다. 병원 재정적자를 해결하고자 며칠 뒤 후원금을 마련하려는 취지의 TV 생방송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말이다.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환자 최병호(문경초 분)의 실종으로 극이 시작된다. 병원장인 베드로 신부(장한얼 분)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602호 다른 환자들을 중심으로 그의 행적을 추적한다. 

    602호 환자는 6·25전쟁으로 얼룩진 아픈 사랑을 숨겨둔 치매환자 길례 할머니(이소희 분), 쓰라린 사랑의 배반을 맛본 ‘콜걸’ 출신 알코올중독자 숙자(안지현 분), 자신을 버린 남자에게 자책감을 느끼게 하려고 병원 자원봉사자로 나선 정연(김다경 분) 등 모두 사랑 때문에 고통받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사랑의 상처에 슬퍼해도 절망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억울하고 원망스러워 응어리로 뭉친 한(恨)을 웃음과 눈물로 극복한다. 정신줄을 놓은 줄 알았던 천방지축 길례 할머니, 사납고 난폭한 숙자, 신뢰가 안 가는 어설픈 의사 닥터 리(우지원 분)도 알고 보니 따뜻한 심성으로 주변을 보듬는 평범한 이웃이었다.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하는 우리네 세상사에서 그들은 서로 의지하고 도와주며 희망의 불씨로 꿈을 지핀다. 공연은 모두가 만족해하는 행복한 반전으로 막을 내린다. 


    [사진 제공·극단 연우무대]

    [사진 제공·극단 연우무대]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화려한 볼거리, 장중한 스케일의 호화로운 안무와 팝 오케스트라 음악이 없다. 그러나 같은 무게의 색다른 감동으로 관객의 시선을 쉴 새 없이 무대 구석구석으로 이동시킨다. 웃음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눈물이 와락 쏟아지고, 눈물이 마르기 전 웃음보가 터진다. 동분서주 대활약을 펼친 우지원을 비롯한 배우 7명이 의상만 바꿔 입고 전혀 다른 역으로 노래하며 연기하는 모습도 소극장 뮤지컬만의 또 다른 볼거리다. 

    메마르고 척박한 세상에서 내 가족, 내 이웃을 따뜻한 시선으로 돌아보게 만든다. 좋은 공연은 스토리가 같아도 배우에 따라 감동과 울림이 달라지기 때문에 보고 또 보게 된다.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가 중독성 있는 스테디셀러 뮤지컬이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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