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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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도 ‘동진(東進)정책’으로 中 ‘일대일로’에 맞불

‘공화국의 날’ 맞아 아세안 10개국 정상 초청 만찬…군사협력 강화도

  • 입력2018-02-06 15: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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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군이 1월 26일 공화국의 날을 기념해 군사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인도 정부 웹 사이트]

    인도군이 1월 26일 공화국의 날을 기념해 군사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인도 정부 웹 사이트]

    인도 정부는 매년 1월 26일 최대 국경일인 ‘공화국의 날’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인도는 1947년 8월 15일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이후 인도 제헌의회는 2년여에 걸쳐 헌법을 만들었고 49년 11월 26일 통과시켰다. ‘공화국의 날’은 이 헌법이 발효된 50년 1월 26일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인도 정부는 이날 열리는 군사 퍼레이드에 다른 나라 국가원수들을 주빈(主賓)으로 초청해왔다. 이때 주빈으로 누구를 초청하느냐가 그해 인도 외교의 방향을 보여준다고 할 정도다. 실제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취임 후 처음 맞은 2015년 공화국의 날 행사에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을 주빈으로 초청해 미국과 관계 개선에 큰 관심이 있음을 드러냈다. 2016년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프랑스 대통령을 초청해 수년간 끌어온 프랑스제 라팔 전투기 도입 사업을 매듭지었다. 지난해에는 인도에 80조 원대 투자를 약속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왕세제를 초청해 중동과 관계 강화 의지를 보였다. 한국에선 2010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주빈으로 초청된 적이 있다. 

    올해 공화국의 날 주빈으로 초청된 국가원수는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브루나이 등 아세안 10개 회원국 정상이다. 인도 정부는 이들 정상을 맞아 전날인 1월 25일 람 나트 코빈드 대통령 주최로 오찬을 갖고 인도-아세안 대화관계 25주년 기념 특별 정상회의를 열었다. 모디 총리도 이들 10개국 정상과 만찬을 함께 했다. 인도 정부는 1월 22〜23일 인도-아세안 비즈니스·투자 회의를 연 것을 비롯해 아세안-인도 영화제, 스타트업 대회 등 아세안과 관련된 16개 행사를 공화국의 날 전후에 개최했다.

    인도-아세안 비즈니스·투자 회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에서 다섯 번째)와 아세안 10개 회원국 정상이 손을 잡고 연대를 과시하고 있다. [인도 총리실 웹 사이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에서 다섯 번째)와 아세안 10개 회원국 정상이 손을 잡고 연대를 과시하고 있다. [인도 총리실 웹 사이트]

    인도 정부가 아세안과 관계에 집중하는 것은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중국은 최근 몰디브와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 항구의 99년 운영권 확보 등으로 인도를 압박하고 있다. 인도 민간 싱크탱크인 옵서버리서치재단(ORF)의 자이슈리 셍굽타 연구원은 “인도 정부가 아세안 정상들을 공화국의 날 주빈으로 초청한 의도는 아세안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디 총리는 2016년 초부터 중국의 인도양 진출과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전략에 맞서 동진(東進)정책인 ‘액트 이스트(Act East)’ 전략을 적극 추진해왔다. 액트 이스트 전략은 동남아 국가들을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뜻한다. 아세안과 경제·안보협력 강화는 액트 이스트 전략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인도와 아세안은 그동안 무역을 비롯해 경제협력을 단계적으로 발전시켜왔다. 양측 교역액은 1991~92년 23억 달러에서 2016~2017년 717억 달러로 확대됐고, 2020년까지 2000억 달러(약 214조6000억 원)로 늘릴 계획이다. 



    인도는 자국과 미얀마-태국을 잇는 고속도로 건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 최동북단에 위치한 마니푸르주 모레를 출발해 미얀마 타무를 거쳐 태국 서부 매솟을 잇는 총 1400km 길이의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인도의 동남아 진출에 발판이 될 것이 분명하다. 3개국을 관통하는 이 고속도로는 중국이 동남아 각국을 철도로 연결하려는 일대일로의 대항마 성격이 짙다. 

    인도 정부는 또 미얀마와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자국을 방문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총사령관과 만나 인도군-미얀마군의 합동훈련, 인도해군 함정의 미얀마 항구 기항 등에 합의했으며, 국경지대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세력 등에 관한 정보도 교환하기로 했다. 모디 총리는 미얀마에서 벌어진 로힝야족 유혈사태와 관련해 미얀마 정부를 적극 지지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싱가포르 정부와도 합동훈련 및 함정의 상대국 해군 기지 임시 배치 등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싱가포르항에는 연료 보급 및 정박 시설이 있다. 인도는 이곳을 발판 삼아 말라카해협 동쪽에서 작전을 수행하면 함정·항공기의 작전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말라카해협은 중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80%가 지나가는 전략요충지다.

    최신예 대함미사일 베트남에 판매

    인도 해군 함정들이 베트남 깜라인만에 기항하고 있다. 모디 인도 총리가 베트남 호찌민을 방문해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왼쪽부터). [VON, 인도 총리실 웹 사이트]

    인도 해군 함정들이 베트남 깜라인만에 기항하고 있다. 모디 인도 총리가 베트남 호찌민을 방문해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왼쪽부터). [VON, 인도 총리실 웹 사이트]

    인도 정부는 베트남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양국 모두 중국과 전쟁을 벌였던 경험 때문인지 군사협력을 강화해왔다. 베트남군은 인도 미조람주 바리엔테의 정글전 학교에서 인도군 교관으로부터 정글 전투와 게릴라전 전술을 교육받고 있다. 인도군은 또 동부 비샤카파트남에 위치한 해군 잠수함 학교에서 베트남군 해군에게 러시아제 킬로급 잠수함 운용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러시아와 공동개발한 최신예 대함미사일 브라모스를 베트남에 판매할 계획이다. 최대 속도 마하 3(시속 약 3600km), 사거리 400km인 브라모스 미사일은 중국이 건설한 남중국해 인공 섬들의 군사시설과 무기장비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인도는 자체 개발한 아카시 지대공미사일을 베트남에 수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또 베트남에 무기 도입용으로 5억 달러(약 5300억 원) 규모의 차관 제공을 약속했다. 

    인도 해군 함정들은 베트남 정부의 허가를 받아 중남부 깜라인만에 기항하고 있다. 깜라인만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도서인 파라셀제도, 스프래틀리제도 등과 인접한 전략요충지다. 인도는 이와 함께 호찌민시에 위성데이터 처리센터를 건설해 남중국해와 관련된 중국의 움직임을 인공위성으로 수집하고 그 정보를 베트남에 제공하고 있다. 삼파 쿤두 인도 국방연구분석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이 파키스탄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에 맞서 인도는 베트남과 안보협력을 긴밀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의 대(對)베트남 지원은 중국이 파키스탄에 잠수함 8척을 판매하고 서부 과다르항 운영권을 40년간 확보한 것에 대한 반격인 셈이다. 

    인도 정부는 또 인도네시아 정부와 1월 9일 사상 처음으로 안보대화를 갖고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인도네시아도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중국과 대립해왔다. 힌두교도가 대다수인 인도가 이슬람을 믿는 인도네시아와도 손을 잡은 것이다. 인도가 중국의 인도양 진출에 대항해 남중국해를 면하고 있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과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맞불을 놓고 있는 셈이다. 인도 정부는 앞으로도 아세안 회원국을 대상으로 액트 이스트 전략에 총력을 기울여 중국 견제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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