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1

2018.01.10

정치

안철수 “비문(非文) 대표주자 노린다”

바른정당과 통합은 차기 대선 향한 첫발…6월 지방선거 출마 관심

  • 입력2018-01-09 13:2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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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운데)와 김동철 원내대표(안 대표 오른쪽), 박주선 국회부의장(안 대표 왼쪽) 등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1월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동아일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운데)와 김동철 원내대표(안 대표 오른쪽), 박주선 국회부의장(안 대표 왼쪽) 등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1월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동아일보]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정당 지지율은 ‘여고야저’로 굳어지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50%에 근접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데 반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10% 안팎에 고착돼 있고 바른정당은 7~8%, 국민의당은 5%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해 11월 여론조사를 통합한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47%를 기록했으며 자유한국당 12%, 바른정당 7%,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각각 5%를 기록했다. 지지 정당 없음 또는 의견 유보 비율은 24%였다. 지난해 12월 첫째 주와 둘째 주 조사를 통합한 결과도 11월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45%로 11월 조사에 비해 2%p 하락했고, 자유한국당도 11%로 1%p 떨어졌다. 그에 비해 바른정당은 8%로 1%p 상승했으며 국민의당과 정의당 지지율은 5%로 변함이 없었다. 의석 순이 아니라 정당 지지율 순으로 순위를 매기면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 순이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지방선거 생존 위한 고육책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에 적극 뛰어든 것은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 지지율 순위에 변화를 꾀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의당(5%)과 바른정당(8%)이 손잡아 11~12% 지지율인 자유한국당을 뛰어넘어 최소한 지지율 2위 정당이 된 뒤 지방선거에서 생존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내심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1월 1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으로 탄생할 신당의 지지율이 선전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안 대표는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이 그만큼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1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합추진협의체’(통추협) 출범식을 열고, 2월 말까지 ‘신설 합당’ 방식으로 신당을 창당하는 통합 로드맵을 발표했다. 통합을 향한 본격적인 항해에 나선 셈이다. 앞으로 넘어야 할 고비가 적잖겠지만 안 대표의 통합 의지로 봤을 때 통합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듯하다. 



    그러나 국민의당 내 통합 반대파 인사들의 모임인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는 일주일에 3차례 조찬모임을 갖고 운영위원회 회의를 정례화해 사실상 딴살림을 차릴 준비에 들어갔다. 최경환 의원은 “전당대회(전대) 저지만으로는 당을 살리고 상황을 수습하기에 역부족”이라며 “전대를 통한 통합·합당을 저지하는 데 전력을 다하면서 동시에 개혁신당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통합 반대는 물론, 개혁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투트랙 전략을 밝힌 것이다. 

    반통합파 한 관계자는 “통합 반대 의원들이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비례대표 의원들이 스스로 정치적 거취를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 최소 15명 이상 의원이 함께할 수 있도록 결의를 다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국회 의석분포상 의원 15명 이상이 행동 통일에 나서면 국회 표결 등에서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1월 3일 현재 국회 의석분포는 더불어민주당 121석, 자유한국당 116석, 국민의당 39석, 바른정당 11석, 정의당 6석, 민중당 1석, 대한애국당 1석, 무소속 2석이다. 전체 297석 가운데 의결정족수는 149석이다. 지금까지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합의하면 160석으로 법안 통과가 수월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반통합파가 15명 이상 모이면 국민의당 통합파가 24명에 미치지 못하게 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통합파만으로 과반 확보가 불투명해진다는 것. 결국 반통합파가 15명 이상이 되면 원내 제4세력으로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개연성이 열린다는 논리다. 

    국민의당 고위 당직을 지낸 한 인사는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에 나서면서 국민의당 지지층, 특히 호남 지지층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며 “우여곡절 끝에 통합에 성공한다 해도 그 정치적 실리는 안 대표가 아니라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원내교섭단체가 붕괴된 이후 존재감을 상실했던 바른정당과 유승민 대표가 안 대표의 통합 추진으로 정치적 위상이 크게 회복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장 출마하면 3파전 예상

    안 대표가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바른정당과 통합에 적극 나선 것은 2022년 대선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2017년 대선을 계기로 만들어진 ‘1여3야’의 정치지형을 이번 지방선거 전에 ‘1여2야’로 재편하고, 지방선거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 자유한국당보다 비교우위를 확보한 뒤 2020년 총선 때 제1야당으로 발돋움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어려워지리라는 것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지만 아주 근거가 없지는 않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인천광역시장과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단체장 등 6명의 광역단체장 수성을 공언했다. 만약 6석의 광역단체장 수성에 실패할 경우 홍 대표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야권 전체가 또다시 정계재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을 마무리 지은 뒤 당대표에서 물러나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또는 부산시장에 전격 출마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 대표의 출마가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에 위협이 되는 것 못지않게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더 어려운 구도를 만들 수 있어서다. 만약 안 대표가 부산시장에 출마한다면 지금까지 보기 힘들던 팽팽한 3자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지방선거 결과에 안 대표의 정치적 미래가 연동돼 있다”며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단체장을 양분해 석권하면 안 대표의 정치적 미래가 닫히게 되지만, 안 대표가 서울시장 또는 부산시장에 출마해 견고한 양당체제의 벽을 뚫으면 새로운 정치 미래가 펼쳐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바른정당과 통합을 보수야합이라며 비판하는 한 반통합파 인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보수세력의 관심사는 차기 대선에서 누가 정권을 되찾아올 수 있느냐다. 그런데 홍준표 대표를 차기 주자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만약 지방선거에서 홍 대표의 리더십이 붕괴한다면 누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전국적 지명도를 갖춘 지도자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국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각인된 대선후보 가운데 한 명이 다시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 보수 유권자에게 유승민 대표는 배신자 이미지가 강하지만 바른정당과 통합에 나선 안철수 대표는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덜하다. 바른정당과 통합 추진은 차기를 염두에 둔 안 대표가 보수세력을 향해 한 걸음 더 들어가 구애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차기 대선에서 비문재인(비문) 세력의 대표주자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은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에 나선 것은 지방선거에서 양당 독식 구조를 깨뜨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함”이라며 “통합이 (안 대표의) 차기 대선을 위한 행보라는 시각은 너무 나간 얘기”라고 말했다.

    한국 정치에서 중도주의의 함의

    1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추진협의체 출범식에서 양당 의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이태규·이언주 의원, 바른정당 정운천 최고위원·오신환 원내대표. [동아일보]

    1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추진협의체 출범식에서 양당 의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이태규·이언주 의원, 바른정당 정운천 최고위원·오신환 원내대표. [동아일보]

    |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kimosung@kyungnam.ac.kr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둘러싼 논란의 한복판에는 중도정당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양당 통합이 옳은지 혹은 성공할지는 차치하고라도 2018년 대한민국 정치에서 중도정당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민해볼 필요는 충분해 보인다. 

    무엇보다 중도정당의 존재는 다당제를 작동케 하는 핵심요소다.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는 진보와 보수의 양당제도가 견고히 자리 잡았다. 거대 양당제도는 상대 당의 실수와 실정만으로도 집권이 가능했다. 야당이 되면 무조건 여당을 반대했다. 이른바 적대적 공생관계였다. 2016년 총선에서 다당제 구도가 형성됐다. 제3당의 존재만으로 야당의 국회 거부와 장외투쟁은 실효성이 사라졌고, 여당은 타협과 협치를 고민하게 됐다. 20대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두 번이나 국회를 뛰쳐나갔지만 빈손으로 돌아온 것도 제3당의 참여로 국회가 공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치적 가치로 다당제가 유효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유권자가 선택할 정당이 진열대에 달랑 2개가 아니라 여럿 놓여 있는 것이다. 

    이전에도 중도정당의 실험은 반복됐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소선거구와 단순다수대표라는 선거제도의 영향도 크지만, 중도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선명하고 일관되게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창당 시 내세웠던 낡은 진보와 수구 보수를 반대한다는 명분은 사실 안티테제였고, 중도정당 스스로의 자기 진화에는 부족했다. 

    물론 기득권화된 낡은 진보와 수구 보수를 반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선악의 이분법에 의한 ‘내로남불’식 행태, 덧셈 아닌 뺄셈의 정치, 우리 편 아니면 적이라는 자폐적 진영논리, 극성 지지층이 주도하는 소수의 과잉대표 등은 이미 구태의 모습이다. 오만한 진보와 무능한 보수가 상대방의 실수에만 기대어 정권이 교체되는 구태를 극복하자는 것이 바로 중도주의의 출발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이제 중도는 안티테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중도 고유의 콘텐츠와 정체성을 만들어내야 한다. 중도는 기계적인 가운데(centrism)를 의미하지 않는다. 사안별, 이슈별로 가장 합리적인 진단을 하고 가장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끊임없는 과정이 바로 중도가 돼야 한다. 좌우의 가운데가 아니라 좌우를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 직선의 가운데 지점이 아니라 입체 삼각형의 꼭짓점이어야 한다.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데서 진영의 틀에 갇히지 않는 게 중도의 첫걸음이다. 북핵 해법과 관련해 진보라서 대화만 고집하거나 보수라서 제재만 주장하는 것은 구시대적 진영논리일 뿐이다. 중도는 진보와 보수를 넘나드는 균형적인 관점과 좌우에 편향되지 않는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중도는 정답을 정해놓는 게 아니라 정답을 풀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끊임없이 해답을 찾아가는 ‘태도’의 문제다. 중용적(moderation) 태도가 핵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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