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0

2018.01.03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매우 달콤한’ 혼합음악

성기완, 한여름, 디아바테의 밴드 ‘앗싸’

  • 입력2018-01-02 17: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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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음반 ‘Tres BonBon’을 선보인 밴드 ‘앗싸’ 멤버들. 왼쪽부터 성기완(기타  ·  보컬), 한여름(보컬), 아미두 디아바테(칼레바스·발라폰 · 고니). [사진 제공 · 칠리뮤직]

    최근 음반 ‘Tres BonBon’을 선보인 밴드 ‘앗싸’ 멤버들. 왼쪽부터 성기완(기타  ·  보컬), 한여름(보컬), 아미두 디아바테(칼레바스·발라폰 · 고니). [사진 제공 · 칠리뮤직]

    10년 전쯤이던가. 시인이자 음악가인 성기완과 인터뷰를 했다. EBS 라디오 ‘성기완의 세계음악기행’을 진행하고 있던 그는 석 달 동안 아프리카 말리를 다녀온 참이었다. 1만 년 된 나무와 최신 휴대전화가 공존하는 그곳에서 성기완은 음악의 근원을 느꼈다고 했다. 진심 어린 전율과 함께 그 얘기를 하던 모습이 아직도 또렷하다.
     
    이후 그를 곧잘 만났다. 그때마다 그는 늘 ‘소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2017년 여름 3호선 버터플라이를 떠난 성기완은 새로운 밴드를 결성했다. 팀 이름은 앗싸(AASSA)로, 아프로 아시안 싸운드 액트(Afro Asian SSound Act)의 줄임말이다. 성기완을 포함해 3인조인데 다른 두 명도 엄청난 재주꾼이다. 보컬 한여름은 국악과 미학, 서양음악 작곡을 전공했다. 리듬을 맡은 아미두 디아바테는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사람이다. 이 나라의 음악가 계급인 ‘그리오(grio)’ 가문 출신으로 한국에서 음악을 가르친다. 

    이렇듯 완전히 다른 배경의 음악가 셋이 백지상태에서 출발해 약 1년간 만든 앨범 제목은 ‘Tres BonBon’으로, 한국어로 ‘매우 달콤한’이란 뜻이다. 제목만 들어선 아프리카 리듬을 바탕으로 한 말랑말랑한 음악일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11곡이 담긴 이 앨범을 들으며 나는 내내 감탄했다. 때로는 작은 경외감도 들었다. 앨범 제목의 ‘달콤한’에서 설탕과 아스파탐의 인위적 단맛이 아닌, 걸쭉한 사탕수수즙이 느껴졌다. 

    이 앨범에는 우리가 아는 것들과 우리에게 낯선 것들이 뒤섞여 있다. 록과 리듬앤드블루스, ‘뽕짝’과 국악이 아는 것들이고 아프리카 음악은 낯선 것이다. 이 혼합물은 새롭지만 생경하지 않다. 구절의 반복을 통해 몽롱한 절정을 유발하는 첫 곡 ‘ We R 앗싸’를 시작으로 기타와 고니(서아프리카 현악기), 징과 칼레바스(서아프리카 타악기)가 애초에 하나였던 것처럼 섞여든다. 아프리카 농민이 불렀을 법한 가락은 성기완이 덧붙인 ‘뽕짝’ 멜로디를 만나 새로운 토속세계를 만들어낸다. 흥과 그루브, 신명과 바이브, 한과 센티멘털 같은 단어가 고유의 뉘앙스를 유지한 채 앨범 속에 존재하지만, 우리가 여느 대중음악에서 느껴왔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표정을 짓는다. 

    각각의 노래가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는 건 한여름의 다채로운 보컬 덕이다. 탄탄한 정가 창법부터 안젤리크 키드조를 연상케 하는 아프리카 여성 음악가의 창법까지, 한여름은 자신의 성대를 활용해 노래에 윤곽을 새겨 넣는다. 가사에는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시아무어, 밤바라어 등 5개 국어가 동원됐다. 이는 노래의 분위기를 사운드적으로 표현한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MC 메타의 랩은 주술적이며, 최철욱과 성낙원의 트럼본과 색소폰에서 뿜어져 나오는 호흡은 앗싸의 즉흥성에 긴장감을 더한다. 이 융합의 제의를 절정에 올리는 ‘하나가 되자’와 마지막 곡 ‘Jam 20170809 wed 2057’은 동이 터야 끝나는 샤먼의 의식과 같다. 이 원초적 에너지로 결속된 앗싸는 우리에게 지도 한 장을 그려 낸다. 유라시아와 아프리카대륙이 하나로 붙어 있던 시대의 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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