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9

2017.12.27

커버스토리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 “발권 수속 30초면 끝난다”

‘SMART’ 키워드로 본 5가지 특징… 최첨단 ICT 통해 모든 절차 간소화

  • 입력2017-12-26 15: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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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월 18일 개항하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전경. [사진 제공·인천국제공항공사]

    2018년 1월 18일 개항하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전경. [사진 제공·인천국제공항공사]

    공항은 해외여행의 출발점이자 종착지다. 공항에서 각종 수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여행도 술술 풀릴 것 같은 느낌이지만, 언짢은 일이 생기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듯 마음이 무거워지게 마련이다. 최근 인천국제공항은 너무 붐비는 장소가 됐다. 해외여행객이 급증하면서 2016년 연간 이용객이 5776만 명으로 적정 인원(5400만 명)을 훌쩍 넘어선 게 한 가지 이유다. 세계 곳곳에서 빈발하는 테러 등으로 보안검색도 까다로워졌다. 연휴나 휴가철이 되면 탑승 수속을 기다리는 인파로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장사진을 이루기 일쑤였다. 

    2018년 1월 18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T2)이 개항하면 이런 답답함에 숨통이 확 트일 전망이다. 연면적 38만7000㎡ 규모의 T2가 인천국제공항의 여객 처리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 공항터미널(T1)과 별도로 지어진 T2 안에는 자체 출국장, 입국장, 보안검색장 등이 갖춰져 있다. 이름이 터미널일 뿐, 또 하나의 공항이라 할 만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09년 T2 공사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인력 510만 명, 장비 87만 대, 공사비 4조9303억 원을 투입했다. 이로써 2001년 3월 인천국제공항이 열리며 대한민국의 하늘길이 크게 넓어진 때로부터 17년 만에, 우리나라를 둘러싼 항공 환경이 또 한 번 일대 변화를 맞게 됐다. 

    개항을 눈앞에 둔 T2는 규모뿐 아니라 최첨단 시설로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T2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스마트(smart)’를 들었다. 출입국과 보안검색 등에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해 이용객 편의를 크게 높였다는 설명이다. 친환경 기술을 적용한 건물 설계와 쾌적한 교통 인프라도 T2의 자랑이다. 이제 곧 우리 앞에 다가오게 될 T2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S, M, A, R, T 다섯 글자를 활용해 살펴봤다.

    Streamlinedprocess
    (간소화된 출입국 수속)

    [사진 제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진 제공·인천국제공항공사]

    T2의 핵심 공간인 3층 출국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한복판에 있는 셀프서비스 존이다. 여행객이 스스로 비행기 탑승권을 출력할 수 있는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키오스크)와 수하물을 직접 항공사에 위탁할 수 있는 ‘셀프 백 드롭’ 장비가 한곳에 모여 있다. 



    일반적으로 공항에서 출국 수속 지연의 ‘주범’으로 꼽히는 것이 발권 카운터다. 대면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탑승 수속에 평균 3분 30초가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셀프체크인 등을 통해 간소화하면 30~45초에 끝낼 수 있다. 

    현재 T2에는 키오스크 62대가 설치돼 있다. 이용객 100만 명당 3.4대꼴로, T1(1.7개)과 비교하면 2배 수준이다. 셀프 백 드롭 장비는 T2에만 40대가 배치됐다. 현재 T1 이용객은 키오스크를 통해 비행기 표를 발권하고도 짐을 부치려면 유인 카운터까지 가야 한다. T2에서는 전 과정을 직접 할 수 있다. ‘스피드가 생명’인 공항에 맞는 최적의 서비스인 셈이다. 

    이 외에도 T2에는 입출국 수속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최신 기술이 많이 도입됐다. 비행기 탑승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보안검색은 국내 공항 최초로 설치된 원형 전신 스캐너가 담당한다. 이용객이 해당 기계에 들어가 서면 촬영 장비가 빠른 속도로 360도 회전하며 신체를 검색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금속탐지기로는 찾아낼 수 없는 비금속류 폭발물까지 확인 가능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보안요원의 몸수색이 없어진다.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을 피하고자 신체 영상을 아바타 형식으로 나타날 수 있게 바꾼 점도 획기적이다. 

    출입국심사대의 승객 확인 장비도 개선됐다. 과거엔 승객이 멈춰 카메라를 바라봐야 얼굴이 제대로 인식됐다. T2에서는 자연스럽게 심사대를 통과하기만 해도 카메라가 승객 얼굴과 전자여권에 있는 사진을 비교해 일치 여부를 판단한다. 이른바 워크 스루(WALK THROUGH) 시스템이다. 

    T2에 도입된 첨단 ICT는 세관 신고 풍경도 바꿔놓을 듯하다. 과거엔 입국자가 종이 세관신고서를 작성해 세관원에게 제출해야 했다. T2에서는 이를 모바일 신고로 대체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관세청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입국신고 항목을 표시하고 입국 게이트에 스마트폰을 인식하면 문이 열리는 방식이다. 또 T2에는 수하물 고속처리 시스템이 설치돼 입국 후 수하물을 찾는 시간도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T1의 수하물 처리능력은 시간당 600개 수준인데, T2는 시간당 900개 수준으로 빨라졌다.

    Massive network
    (아시아 허브 공항)

    인천국제공항은 제2여객터미널 개항 후 명실상부한 아시아 허브 공항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조영철 기자]

    인천국제공항은 제2여객터미널 개항 후 명실상부한 아시아 허브 공항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조영철 기자]

    T2 개항이 우리나라 항공 환경에 가져올 큰 변화는 더 많은 외국 비행기가 우리나라를 거쳐 가고, 이에 따라 더 많은 해외 여행객이 우리나라에 들르게 된다는 점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델타항공은 T2 개항에 맞춰 아시아 허브(hub) 공항을 일본 나리타국제공항에서 한국 인천국제공항으로 바꾸기로 했다. 세계 항공 동맹체인 ‘스카이팀’ 제휴사 대한항공과 2017년 6월 조인트벤처 협약을 맺은 데 이어 최근 나리타-괌 노선 폐지 방침도 밝혔다(12쪽 기사 참조). 

    허브 공항은 특정 지역에서 항공네트워크의 중심이 되는 공항을 뜻한다. 허브 공항에서는 여객 환승 및 화물 환적이 널리 이뤄지며, 이는 곧 해당 국가의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진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 보고서를 인용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환승 승객의 인당 경제유발 효과는 109만 원 수준이다. 환적 화물 역시 톤당 98만 원 상당의 경제효과를 창출한다. 

    해외 다른 공항에 비해 출발지(origin) 또는 최종목적지(destination) 공항으로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개항 초기부터 허브 공항으로서 경쟁력을 높이고자 노력해왔다. 2017년까지 12년 연속 세계공항서비스평가 1위를 차지할 만큼 쾌적한 공항 환경을 구축한 것도 그 일환이다. 

    T2를 설계할 때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환승카운터와 환승보안검색대를 가까이 배치한 이른바 ‘환승 클러스터’를 마련해 환승 연계성을 높였고, 환승객만 진입하는 전용게이트를 설치해 공항 내 동선의 혼란을 줄였다. 환승지역에 디지털 라이브러리, 스포츠 및 게임 공간(Activity Room), 인터넷 존, 샤워 룸, 안락의자 등 편의시설도 집중 배치했다. 그 주위로는 한국 정원 스타일의 녹지 공간도 마련해 T2만의 멋을 강조했다.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ICT를 기반으로 신속한 물류 및 승객 처리 능력까지 갖추면서 인천국제공항은 아시아 지역 최고의 허브 공항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T2가 개항하면 인천국제공항의 연간 여객 처리능력이 현행 5400만 명에서 7200만 명으로, 화물은 450만t에서 580만t으로 커질 전망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또 2020년까지 취항 항공사를 현 80여 개에서 11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Architecture aesthetic
    (건축 미학)

    빗살무늬 채광창과 조경으로 건축미를 살린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내부. [조영철 기자]

    빗살무늬 채광창과 조경으로 건축미를 살린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내부. [조영철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설비와 터미널 입구에 놓인 여행객 모습의 대형 미술품(왼쪽부터) [조영철 기자, 사진 제공·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설비와 터미널 입구에 놓인 여행객 모습의 대형 미술품(왼쪽부터) [조영철 기자, 사진 제공·인천국제공항공사]

    T2는 건물 자체로도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다. 전설의 동물 ‘봉황’을 모티프로 삼은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의 건물은 웅장할 뿐 아니라 시원한 느낌을 준다. 채광창을 곳곳에 배치하고 층고를 T1보다 4m 높여 전체적으로 개방감을 더했다. 건축물의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를 터서 거대한 공연장으로 만든 아이디어도 신선하다. ‘그레이트홀’이라고 부르는 이 공간에는 계단식 무대가 마련됐다. T2 개항 후 다양한 문화공연이 펼쳐질 장소다. 

    T2에서 더욱 눈길이 가는 건 건물 설계에 적용된 각종 친환경 건축 기술이다. T2 지붕 면적은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의 3배 수준인 16만2957㎡에 달한다. 이 위에 태양광 발전 설비가 설치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T2 지붕과 인근 유휴지에 조성된 태양광 발전 단지 등에서 연간 5106MWh 규모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4인 기준 1072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양이다. 또 T2는 자연환기 및 채광 시스템,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시스템 등을 도입해 에너지 사용량을 T1보다 40%가량 줄였다. 이 건물은 현재 녹색 건축 예비인증 최우수등급을 획득한 상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T2를 ‘스마트 그린 에코 포트’로 만들겠다는 방침 아래 공항 곳곳에 녹지도 조성했다. T2의 실내 조경 면적은 T1의 3배를 넘어선다. 

    한편 T2에는 캐리어를 끌고 가는 여행객 모습을 형상화한 18m 높이의 대형 조형물 등 43억 원 상당의 미술품 6점도 설치됐다. 수하물을 찾는 곳에는 수많은 구슬과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를 통해 한국의 산수를 동양화 느낌으로 표현한 가로 67m, 세로 2.8m 크기의 미술품이 놓여 있다.

    Reliable safety system
    (안전 강화)

    T2는 세계 항공보안 강화 추세에 발맞춘 ‘안전한 공항’이기도 하다. T2의 모든 수하물은 EDS(Explosive Detection System·폭발물 정밀 검색 시스템)를 거친다. 과거엔 의심 수하물만 선별해 EDS 장비를 통과하도록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또 T2는 제2계류장관제소, 비상접근관제소 등 11개 주요 시설이 규모 6.5 수준의 지진과 초속 33m의 강풍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이는 현행 내진설계 기준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2400년 만에 한 번 발생할 만한 지진에도 붕괴하지 않는 ‘특등급’ 건물에 해당한다. 

    T2 진입도로 등에는 동절기 강설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자동결빙방지 시스템이 도입됐다. 노면에 센서를 부착해 결빙 시점을 예측하고, 취약 구간에는 친환경 액상 제설제가 자동분사 되도록 한 시스템이다. 공항 이용객이 이동하는 보행도로에도 열선(히팅 케이블)을 설치해 안전한 환경을 구축했다. T2 내외부 이용객의 이상행동, 방치된 이상 물체 등을 즉각 포착해 상황실에 전송하는 지능형 보안감시체계로 안전도를 높인 것도 T2의 강점이다.

    Technology for everyone
    (모두를 위한 기술)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은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이용자의 편의를 높였다. [사진 제공·대한항공]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은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이용자의 편의를 높였다. [사진 제공·대한항공]

    T2 곳곳에는 기존 공항 이용자가 느끼던 ‘작은 불편’들을 해소할 최신 기술도 빼곡히 숨어 있다. 먼저 와이파이(Wi-Fi) 환경을 개선했다. T1의 경우 여객이 붐빌 때는 와이파이 처리 속도가 늦어지고 이동 중 끊김 현상도 자주 나타났다. T2는 T1 대비 4배 수준의 와이파이망을 구축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또 T2에는 각종 위치기반서비스 시스템도 마련됐다. 여정을 등록한 승객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통해 출발 게이트, 라운지 위치, 탑승 시각과 관련된 정보들을 제공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ICT를 통해 출국 카운터별 수속 시간 등을 파악한 뒤 여객에게 안내함으로써 공항 내 혼잡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T2에는 여행객이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터치 모니터도 설치된다. 항공기 출발·도착 시간과 탑승 게이트 등을 보여주는 데 그쳤던 기존 모니터와 달리, 터치 모니터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이용객이 자신의 항공권 바코드를 스캔하면 탑승 게이트에 이르는 최적 동선을 안내받을 수 있다. 

    또 T2는 수하물 벨트 높이를 기존 270mm에서 100mm로 낮춰 여행자가 캐리어를 내리려면 일단 높이 들어올려야 했던 불편함을 해소했다. 주차장에는 고속도로에서 사용하는 하이패스 단말기로 주차요금을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최종목적지로 향하는 여행객이 쾌적한 실내에서 교통편을 기다릴 수 있는 환경도 구축했다. T2 지하 1층 교통센터에는 공항버스 번호·노선·도착시간 등을 보여주는 대형 전광판이 설치됐다. 승객들은 이곳에서 자신이 탈 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시간에 맞춰 해당 승차장으로 나가면 된다. 한여름이나 한겨울, 눈비가 내릴 때 특히 승객 만족도가 높을 전망이다. 

    T2의 S·M·A·R·T 시스템을 통해 불필요한 체력 및 감정 소모를 줄인 이용객은 여유시간을 세계 최고 수준의 상업 시설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T2에는 호텔신라, 호텔롯데, 신세계DF, SM면세점 등 여러 면세사업자의 상점이 입점했다. 북창동순두부, 교동짬뽕 등 유명 식음료업체도 매장을 냈다.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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