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6

2017.12.06

안보

“北 미사일 공격 대응할 전담 사령부 만들어야”

육 · 해 · 공군 따로 움직일 가능성 방지 … 시나리오 만들어 유사시 즉각 대처해야

  • 입력2017-12-05 10: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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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9일 북한의 화성-15형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둘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한 문재인 대통령.
 북한 화성-15형(왼쪽).[뉴스1]

    11월 29일 북한의 화성-15형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둘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한 문재인 대통령. 북한 화성-15형(왼쪽).[뉴스1]

    11월 29일 75일 만에 이뤄진 북한의 화성-15형 미사일 발사가 또 한 번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추가 제재 등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정부도 동해로 대응사격을 한 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북한을 규탄하고, 미국 등 국제사회와 공조해 대응할 것을 다짐했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 이명박 정부 시절 우리 군이 내놓은 대안은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체계였다. 킬체인은 북한이 미사일 공격을 할 징후를 보이면 선제타격을 하는 것이다. KAMD는 킬체인을 가동했음에도 북한에서 발사돼 날아오는 미사일이 있으면 이를 요격하는 체계다. 한국은 2023년까지 이 체계를 완성하기로 했다. 그리고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 지난해에는 북한의 선제공격에 대비해 대량응징보복(KMPR)이란 대응책을 추가했다.

    이러한 3축 체제 개념은 논리상으론 그럴 듯하지만 여전히 심각한 허점이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킬체인이 가동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완벽한 정보작전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조짐을 포착해도 통수권자(대통령)가 주저하면 킬체인은 가동될 수 없다.

    킬체인, 대량응징보복 등 마련했지만…

    화성-15형 발사 직후 열린 NSC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이 (대북) 선제타격을 염두에 둘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선제타격(킬체인)과 KMPR는 현실 세계에서는 구분하기 어렵다. 적의 공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1차 공격 후 다시 미사일을 장전해 2, 3차 발사를 할 것이니, 1차 공격 후 우리의 대응은 킬체인 가동이면서 KMPR 전개가 된다. 선제타격이 대량응징보복이 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미국의 선제타격을 막아야 한다고 한 것은 우리 군의 킬체인과 KMPR 가동은 억제할 수 있으나 미국의 그것은 막지 못한다는 염려에서 나온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동해로 미사일을 쐈는데 미국이 진짜 원점을 때리는 선제타격(대량응징보복)을 하면 사태가 악화된다고 여기고 이 얘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를 외치는 것도 미국 주도의 선제타격을 막으려는 의도로 이해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군은 킬체인 연습은 하지 않고 KMPR 연습만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대응에도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 대응해야 하는 사령부가 여러 개라는 점이 그것이다. 화성-15형 발사 후 육군 미사일사령부는 현무-2, 해군 작전사령부는 해성-2, 공군 작전사령부는 스파이스-2000 미사일을 동해로 쏘게 했는데 유기적으로 연결된 대응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번 대응은 동해로 쏘는 것이라 3개 군이 부담 없이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유사시라면 부담을 느껴 각 군은 신속한 대응사격을 망설이거나 자군(自軍) 이기주의가 발동돼 국가 차원이 아닌 자군 차원에서 가장 위협이 되는 표적부터 제거하려 할 수 있다. 천안함-연평도 포격 사건 때 바로 이 문제가 드러났다. 피습은 해군(천안함)과 해병대(연평도)가 당했는데, 두 군은 적절한 응징수단이 없었다. 가장 확실한 응징수단을 갖고 있는 공군은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북한이 그러한 공격을 가해올 것이라고 예측해 만들어놓은 작전계획이 없는 데다 공군은 지휘할 합동사령부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 큰 혼란은 연평도 포격 사건 후 일어났다. 그때는 해병대는 물론, 육·해·공군 모두 참여했다. 그러자 이들을 통합 지휘할 합동사령부가 없다는 문제가 대두했다. 최고 합동사령부인 합동참모본부(합참)가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합참은 보다 큰 작전에 대비해야 하고 대통령 자문에도 응해야 하니 국지전인 연평도 포격 사건에는 대응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서해 5도에서 일어나는 위기는 해병대사령부가 모든 부대를 작전통제하기로 하고, 해병대사령부에 서북도서방위사령부(서방사) 임무를 맡겼다. 서방사는 북한이 서해에서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도발에 대응하는 작전계획을 세우고, 각 군을 동원해 연습시킨 다음 위기가 발생하면 통수권자에게 준비된 대응책을 보고해 바로 작전에 들어갈 수 있게 했다.


    연평도 도발 이후 ‘서방사’ 창설 전례 따라야

    동해를 향해 대응사격을 하는 한국군 미사일부대. 한국은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전담 사령부를 지정해야 한다. [뉴스1]

    동해를 향해 대응사격을 하는 한국군 미사일부대. 한국은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전담 사령부를 지정해야 한다. [뉴스1]

    군 전문 관계자들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역시 서방사처럼 별도 합동사령부를 만들어 전문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육군 미사일사령부와 공군 작전사령부, 해군 작전사령부는 모두 3성 장성이 지휘하니 서로 통제받지 않으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사시가 되면 따로 국밥처럼 대응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론상으로는 합참이 이들을 통제할 수 있지만, 연평도 포격 사건은 그렇지 않음을 보여줬다. 3군이 따로 놀면 통수권자도 결심하기 어렵다.

    따라서 어느 한 부대를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전문 사령부로 지정해놓고, 북한이 할 수 있는 도발을 다양하게 상정해 대비책을 마련하게 한 다음 이를 연습시켜야 한다. 그리고 북한이 도발하면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내용을 통수권자로부터 사전에 승인받아야 한다. 그래야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한 대통령이 망설여 우리가 큰 피해를 입는 결과를 피할 수 있다.

    킬체인과 KAMD·KMPR는 거의 동시에 가동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문 사령부를 지정해 종합 대응을 맡겨야 한다. 이러한 준비 없이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고 동해로 대응사격을 하는 것으로 대비를 끝냈다고 판단한다면, 천안함-연평도 포격 사건 때 그랬던 것처럼 유사시 우리 군과 통수권자는 허둥댈 수 있다. 그러한 사령부가 검토해야 할 것 가운데 하나가 평양에서 가까운 서해를 향한 대응사격이다. 2015년 목함지뢰 도발 사건도 우리 군이 인민군 초소가 없는 비무장지대의 어느 한 곳을 향해 K-55 자주포를 집중 발사하는 대응사격을 했기에 비교적 조용히 마무리될 수 있었다.

    한 전문가는 “3축 체제를 전담할 사령부를 지정해놓고 유사시 먼저 대응하게 하는 것이 미국 주도의 선제공격을 피하는 길이다. 또한 우리 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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