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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국내 기업 역차별

규제는 피하고 로열티만 쏙!

이케아 · 스타벅스 · 유니클로 등 외국계 유통기업에 쏠리는 따가운 시선

규제는 피하고 로열티만 쏙!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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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업체에 대한 ‘역차별’과 관련해 가장 먼저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이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10월 8일 경기 ‘스타필드 고양’ 개장식에서 “이케아도 쉬게 하라”는 작심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최근 정치계에 일고 있는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도입 논의와 관련해 솔직한 심경을 밝힌 것인데, 이는 자연스럽게 ‘국내 유통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로 확산됐다. 

스웨덴 가구기업 이케아는 가구뿐 아니라 다양한 생활소품과 음식까지 파는 실질적인 ‘복합쇼핑몰’이지만 가구전문점으로 분류돼 국내 ‘유통산업발전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반면 스타필드는 최근 정치계에서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도입 논의가 구체적으로 되고 있어 관련 법안이 확정되면 영업에 영향을 받는다. 

9월 홍익표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은 현재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SM)으로 규정된 월 2회 의무휴업 대상을 복합쇼핑몰까지 확대하고, 대규모 유통시설의 입지가 제한되는 ‘상업보호구역’을 신설하는 내용의 ‘복합쇼핑몰 패키지 규제법안’을 발의했다. 복합쇼핑몰은 백화점, 대형마트, 아웃렛을 비롯해 영화관과 음식점 같은 문화·편의시설이 한곳에 있는 대규모 시설을 말한다. 홍 의원 등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가운데 하나인 ‘골목상권 보호’를 내세우며 관련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5년 전인 2012년부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따라 ‘매월 2일씩’ 점포 문을 닫고 있다. 그사이 유통 대기업은 의무휴업 규제 대상에서 비켜나 있는 복합쇼핑몰, 아웃렛 등으로 세를 확장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기업(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은 매달 2회 의무적으로 문을 닫아야 한다. 나머지 복합쇼핑몰도 해당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인근 지자체가 의무휴업을 요청할 경우 매달 두 차례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


인형, 완구 파는 가구전문점?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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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케아 특혜론’을 어떻게 풀 것이냐다. 정 부회장의 말처럼 이케아는 실질적인 복합쇼핑몰이다. 2014년 한국에 처음 문을 연 경기 광명점은 연면적 13만1550㎡(약 4만 평)로 복합쇼핑몰에 견줄 만큼 크다. 푸드코트는 물론, 식품을 비롯한 다양한 생필품도 팔고 있다. 10월 중순 문 연 경기 고양점은 영업면적 기준으로 5만2000㎡(약 1만5700평)로 지하 1층과 1층은 복합쇼핑몰인 롯데아울렛이고 이케아는 2~4층을 사용한다. 스타필드 고양점과는 직선거리로 3km 떨어져 있다. 

이케아와 롯데아울렛, 스타필드 등이 위치한 고양시 덕양구에는 2만2000여 가구가 들어선 삼송원흥지구가 조성돼 있으며 바로 옆으로는 8700여 가구의 향동지구, 8900여 가구의 지축지구 개발이 한창이다. 2020년에는 인구 10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신도시가 조성될 예정이다. 이처럼 유통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가 의무휴업 규제를 받게 된다면 이케아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지형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케아 측은 ‘홈퍼니싱’이라는 특정 분야에 특화돼 있어 복합쇼핑몰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홈퍼니싱(home-furnishing)은 가구나 조명, 인테리어소품 등으로 집 안을 꾸밀 수 있는 제품을 일컫는 만큼 가구의 범위를 넓게 봐달란 얘기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이 말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이케아 같은 특화된 전문매장을 ‘카테고리 킬러’라고 칭하는데 의무휴업 규제 대상에 이러한 카테고리 킬러가 빠져 있는 건 국내 유통업체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이케아는 홈퍼니싱 제품으로 장식한 쇼룸을 제외하면 일반 쇼핑몰과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이케아 2층에 있는 ‘이케아 레스토랑’은 가격 대비 질 좋은 음식으로 평판이 높다. ‘밥 먹으러 이케아에 간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식사시간이 아니어도 주문대 앞에는 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또한 1층에는 ‘스몰란드’라는 어린이 놀이공간이 입점해 있다. 

1층 ‘홈퍼니싱 액세서리’ 코너에서는 가구 외 수십 종의 인형과 완구, 욕실용품·밀폐용기·텀블러·식기류·프라이팬·타월·조명기기 등 생활용품 일체를 판매하고 있다. 무려 2만여 점에 이른다. 신선식품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고 일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매우 비슷하다. 

가구전문점으로만 보기엔 덩치가 상당해 이케아를 흔히 ‘가구 공룡’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케아 광명점, 고양점 모두 인근에 중소브랜드 가구점을 비롯해 영세 소상공인 가게가 많다. 결국 이케아도 복합쇼핑몰과 마찬가지로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국내 가구업체와 형평성 문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가구점의 경우 복합쇼핑몰 의무휴업이 도입되면 이들 역시 함께 문을 닫게 된다. 스타필드 고양점에 입점한 가구전문점 한샘 관계자는 “같은 가구업체인데 우리는 문을 닫고 이케아만 문을 여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니 이해하기 힘들다. 의무휴업 규제가 일괄 적용돼야 골목상권 보호라는 취지도 살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케아는 연 매출액이 4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유로 국내에서 정확한 매출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케아 한국법인인 이케아코리아는 유한회사로 설립돼 지금까지 감사 대상에서 제외돼왔다. 유한회사는 외부감사를 받지 않고 공시의무도 없기 때문에 매출과 이익이 모두 비공개다. 외국계 기업들이 세금을 줄이거나 회피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데다 국내 영업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을 배당, 로열티 명목으로 외국 본사로 빼가면서도 국내에서 사회공헌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한편 회사와 감사인 등에 대한 과징금 제도 신설을 포함하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외감법)이 9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년 뒤 시행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글로벌 기업도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돼 그동안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던 경영정보가 구체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또한 이케아를 둘러싼 골목상권 침해와 규제 형평성 논란이 커지면서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이케아 규제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10월 16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가구·전자제품·식자재 등 대규모 전문점(카테고리 킬러)의 영업 규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검토를 마치고 규제 결론이 나오면 이케아 역시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케아 측은 국내 규제안을 존중하겠다면서도 쇼핑몰이 아닌 가구점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안드레 슈미트갈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10월 12일 이케아 고양점 오픈 당시 “고객 중심에서 생각한다면 고객이 방문하고 싶을 때 오픈해서 맞이하면 좋겠다. 이케아는 홈퍼니싱 전문매장으로 복합쇼핑몰과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쉰다고 골목상권 살아날까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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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의무휴업 규제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대형마트, 복합쇼핑몰만 제외한다고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이 좋아지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실제로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가 최근 국회 세미나에서 발표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통시장에서 소비금액은 의무휴업 도입 전인 2010년보다 3.3% 줄었다. 

국내 대형유통업 한 관계자는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려면 뭔가 확실한 방법이 필요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큰 구멍 하나 막으면 뭐하나. 그 옆으로 작은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지 않나.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도입한 이후 하나로마트가 전국에 급속도로 늘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나로마트 역시 의무휴업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결국 국내 대형유통업계는 외국 기업뿐 자국 유통업체와 비교해도 차별을 받는 꼴이다. 규제하려면 제대로 하고, 그렇지 않으면 경기활성화 차원에서라도 규제를 ‘규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업계에서는 토종 국내 기업뿐 아니라 외국 기업과 합자 형태인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도 잘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희수 전 국회의원(경제학 박사)은 “외국 기업에 로열티를 내고 있는 국내 기업 중에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불공정거래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을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지만 정작 한국 기업을 상대로 외국 기업이 벌이는 불공정거래에는 무관심한 게 사실이라는 것. 국민 브랜드로 자리 잡은 유명 외국 기업일수록 국내 합작회사와 불투명한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와 유니클로를 들 수 있다. 

국내에서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이마트와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각각 50% 투자한 합작법인이다. 스타벅스는 설립 준비 단계부터 쉽지 않았다. 당시 설립 협상 측인 신세계는 투자액으로 30억 원을 제시했지만 스타벅스 본사는 100억 원을 제시했다. 커피전문점이라는 인식이 없던 당시로서는 선뜻 투자하기 버거운 금액이었다. 하지만 신세계는 커피전문점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100억 원을 투자해 1999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에 스타벅스 1호점을 냈다. 

유니클로 역시 국내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 2대 주주인 롯데쇼핑의 강력한 유통망 덕에 국내 SPA업계 리더로 성장할 수 있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롯데쇼핑과 유니클로 모회사인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합작투자한 회사로 지분구조는 롯데쇼핑이 49%, 패스트리테일링이 51%이다. 유니클로는 국내 전체 180개 매장 중 58개가 롯데백화점과 롯데아울렛, 그리고 롯데마트에 입점해 있다. 합작투자 법인인 만큼 다른 의류 브랜드와 비교해 임대료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하지만 두 업체 모두 ‘국부 유출’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로열티 문제가 매년 두 회사의 주요 문제로 거론된다. 최근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1조28억 원으로 전년보다 29.6%(2289억 원)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015년에 비해 80.9%(381억원) 늘었다. 이처럼 수익은 늘고 있지만 배당을 실시하지 않아서 곳간에 돈이 쌓이고 있다. 

반면 로열티는 꼬박꼬박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1998년부터 스타벅스 해외 자회사(SBI Nevada)와 상표·기술 사용 계약을 맺고 매년 로열티를 내고 있다. 로열티는 매출의 5% 수준으로 지난해 502억 원으로 추산된다. 3년 전(241억 원)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 17년간 낸 로열티만 2338억 원에 이른다. 아울러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지난해 본사에 50억 원의 광고선전비를 지급한 것으로 추산된다. 광고선전비도 매년 수십억 원씩 해외로 지급되고 있다.


정부가 나서 글로벌 기업 불공정거래 잡아야

글로벌 기업 스타벅스(왼쪽)와 유니클로는 과도한 로열티로 ‘국부 유출’이란 눈총을 받고 있다.[동아DB]

글로벌 기업 스타벅스(왼쪽)와 유니클로는 과도한 로열티로 ‘국부 유출’이란 눈총을 받고 있다.[동아DB]

유니클로도 마찬가지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가 패스트리테일링과 유니클로에 지급하는 로열티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2006년 4억 원에 불과하던 로열티는 지난해 366억 원으로 늘어났다. 10년 사이 로열티만 약 92배 늘어난 셈이다. 심지어 패스트리테일링은 매출 대비 로열티 비율도 늘렸다. 2006~2008년 0.7%에서 2009년 2.7%, 2013년 3.1%로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에프알엘코리아가 매년 지급하는 배당금까지 더하면 일본으로 흘러들어가는 자금은 크게 늘어난다. 에프알엘코리아는 2016년 회계연도 당시 140억 원을 패스트리테일링과 유니클로에 지급했다. 여기에 로열티까지 더하면 1년 사이 506억 원이 일본으로 넘어갔다. 

특히 계약을 맺을 당시 문제가 되지 않던 부분이 시간이 흐르면서 족쇄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정 전 의원은 “최근 프랜차이즈 노예계약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고 있는데, 해외 기업과 손잡은 대기업 중에도 부당한 계약 조건으로 속앓이를 하는 사례가 많다. 이는 결국 국부 유출로 이어지는 중대한 일인 만큼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적으로 이뤄진 기업 간 불공정거래에는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입력 2017-11-14 11:29:50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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