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1

2017.11.01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케이팝 일변도 탈피한 새로운 ‘수출상품’

미국이 주목하는 한국 밴드 ‘씽씽’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7-10-30 14: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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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공영라디오 NPR(National Public Radio)의 인기 프로그램 가운데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라는 게 있다. 방송국 사무실에서 열리는 미니 콘서트다. 온라인에도 동영상이 공개된다. 2008년 시작돼 지금까지 아델, 잭 존슨 등 600개 팀 이상이 출연했다. 이 프로그램에 최근 한국 팀이 등장했다. 케이팝(K-pop) 아이돌이 아니다. 밴드 ‘씽씽(SsingSsing)’이다. 생소하다고? 당연하다. 8월 4곡을 담은 EP(Extended Play)반을 발매했을 뿐이다. 국내 방송에 출연한 적도 없다. 심지어 NPR에 출연한 게 6월이니 앨범조차 발매되기 전이다.

    경기민요 명창 이희문을 중심으로 신승태와 추다혜 등 3명의 소리꾼과 이태원(기타), 이철희(드럼), 장영규(베이스)까지 총 6명으로 구성된 씽씽은 2014년 결성됐다. ‘어어부 프로젝트’ 멤버이자 영화와 무용음악 감독인 장영규가 매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여우락 페스티벌’을 계기로 꾸렸다. 초기에는 기획 공연 위주로 활동하다 홍대 라이브클럽까지 무대를 넓혔다.

    멤버 구성에서 알 수 있듯 씽씽의 음악은 국악을 기반으로 한다. 국악 음계나 악기를 응용하는 게 아니다. 기존 민요를 서구 음악으로 편곡한다. 가장 한국적이되 가장 보편적인 음악이다. 씽씽의 특징은 시각적 꾸밈새에도 있다. 흔히 민요를 한다고 하면 떠오르는 한복은 이들 무대에 없다. 그 대신 이희문과 신승태가 여장을 하고 공연한다. 과거 여장한 채 굿을 한 박수무당 전통에서 착안한 의상이다.

    개성 넘치는 새로운 음악은 언제나 관심을 끌기 마련. 국내에선 일부 마니아가 이들의 음악을 입에 올렸고 미국 음악계도 이 낯설고도 신선한 음악에 주목했다. 1월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페스트 뮤직 콘서트에 참가해 ‘뉴욕타임스’로부터 ‘한국 전통 민요가 글램 록, 디스코, 사이키델릭 아트로 깜짝 놀랄 변신을 시도했다’는 평을 들었다. 이 페스티벌을 계기로 NPR에 출연했으며 여세를 몰아 전미 투어를 하기도 했다.





    펑크와 디스코, 레게 등을 접목한 이들의 민요 자락을 들으면, 그리고 해외에서 주목하는 상황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들의 음악은 그간 국악계의 숙제였던 ‘탈국악’, 그리고 1990년대부터 존재한 팝과 국악의 융합 내지는 퓨전과 무엇이 다른가. 먼저 그것이 대부분 처참한 실패밖에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단, 많은 시도 가운데 주목할 만한 흐름은 존재했다. 레게와 소리의 결합이다. ‘김반장과 윈디시티’를 이끄는 김반장과 소리꾼 장군의 ‘아이앤아이 장단’에서부터 최근 국악을 레게리듬으로 소화하고 있는 ‘노선택과 소울소스’까지, 드문드문 존재해온 이 시도는 제법 자연스러웠다. 우리 전통 음악의 흥과 장단이 레게의 그것과 꽤 잘 어울리곤 했다. 억지스러운 물리적 결합이 아닌, 화학적 융합이 제대로 일어나는 것이다.

    씽씽의 노래도 그렇다. ‘사시랭이소리’를 비롯해 레게에 바탕을 둔 노래가 씽씽을 대표하는 스타일이다. 디스코와 솔도 그렇다. 비주류와 변방에서 출발해 주류와 중심을 장악한 장르가 우리 옛 민초가 흥얼거리던 가락과 만나는 순간은 낯설고도 흥미롭다. 씽씽이 미국에서 유의미한 상업적 성공을 거둘지 여부는 미지수다. 하지만 대중음악 수출산업으로 케이팝에만 목숨을 걸고 있는 우리에게 씽씽에 대한 미국 음악계의 관심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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