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8

2017.10.04

인터뷰 |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

“국민통합포럼, 양당제 복귀 막고자 노력”

국민의당, 바른정당 의원 26명 모여 정책 공조는 물론 선거구제 개편까지 논의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7-10-0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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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안 표결을 하루 앞둔 9월 20일. 국회에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소속 의원 24명이 ‘국민통합포럼’(포럼)을 결성했다. 40석의 국민의당과 20석의 바른정당은 ‘통합’과 ‘자강’을 놓고 각각 당내에서 노선 투쟁이 한창이다. 차이라면 국민의당은 8월 말 안철수 대표를 선출한 이후 당내 갈등이 잠복한 반면, 바른정당은 이혜훈 대표의 사퇴를 계기로 당내 갈등이 더욱 커진 상황이라는 점이다. 11월 전당대회 개최에 가까스로 합의했지만 누가 당대표에 오르느냐에 따라 언제든 ‘통합’과 ‘자강’을 둘러싼 바른정당의 갈등은 재현될 여지가 크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정치 상황 속에서 출범한 포럼은 또 다른 제3 정당 출현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바른정당이 새 지도부 선출 이후 원심력이 커져 만약 ‘헤쳐 모여’ 국면으로 흐를 경우 포럼이 자유한국당 복귀를 원치 않는 이들을 담아낼 새 그릇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 포럼 결성을 주도한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사진)을 9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났다.

    ▼포럼 결성에 대해 안철수 대표와 상의했나.

    “상의까지는 아니고, 국민통합을 위한 포럼을 만들 예정이니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현역의원이 아니라서 (포럼에) 참여 못 하나.

    “포럼이 의원 중심으로 운영되기는 하지만 원외 인사에게도 문호가 열려 있다. (안철수) 대표가 언제 한 번 (포럼에) 참석한다고 했다.”



    양당의 공통분모

    포럼 결성 취지가 뭔가.
    “국민이 원하는 정치는 국민통합이다. 이를 위해 양당 의원들이 힘을 모아 공통분모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우선 양당이 공동으로 입법을 추진할 수 있는 법안에 대해 의견을 모아나갈 예정이다.”

    이 의원은 ‘양당의 공통분모’ ‘양당이 공동으로 추진할 법안’이라고 언급했다. 9월 27일 현재 포럼에는 국민의당 의원 17명, 바른정당 의원 9명이 참여하고 있다. 각각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원내 제3당 국민의당과 원내 제4당 바른정당이 포럼 결성을 계기로 이른바 ‘양당’이라는 제3 정당, 제3 원내교섭단체가 돼가는 것처럼 비쳤다.



    포럼이 제3 원내교섭단체 구실을 하게 되는 건가.
    “양당 의원이 모두 모인 것이 아니기에 (양당의) 공식 의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양당의 공통된 흐름, 공감대를 넓히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9월 20일 첫 모임 때 24명으로 출범한 포럼은 국민의당 이태규, 최명길 의원이 합류하면서 참여 의원 수가 26명으로 늘었다.

    포럼이 정책 공조 수준에 머물지, 아니면 정치 지형을 바꾸는 정계 개편의 촉매제가 될 지 주목하는 이가 많다.
    “이제 막 포럼이 출범한 상황이다. 정치적 목표를 설정하고 포럼을 만든 것도 아니다. 포럼에 참여한 의원들은 양당제 폐해에 대한 문제의식과 양당제로 복귀해서는 안 된다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다. 증오와 분노를 자양분 삼아 양극단이 교대로 권력을 획득해서는 한국 정치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 아닌가.”

    이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전후해 ‘이게 나라냐’고 외친 국민의 요구는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라는 것이었다”며 “특정인이 가고 다른 특정인이 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시스템은 바뀌지 않았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대한민국이다.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국정운영 시스템을 개혁하는…. 더불어민주당(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필두로 개혁공동정부를 내세웠다. 민주당도 통합정부를 이야기하지 않았나. 그런데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대와 달리 대립 구도가 심화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반대편에 있는 자유한국당 세력이 강화돼 다시 양극단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북핵 문제도 (정치가) 양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중도와 중도보수를 대표하는 중도개혁 세력이 중심을 잡지 않으면 또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크다.”

    이 의원은 “당장 성과를 내려 하기보다 포럼을 통해 우선 양당 의원들 사이에 입법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앞으로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치 흐름을 바꾸는 구실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고 해 여운을 남겼다.

    어떤 법안에 대해 공조할 예정인가.
    “먼저 공통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회와 경제 부문부터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방송법’ ‘상법’ 등 방송과 재벌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법안은 지금은 여당이 된 민주당도 올해 초 개혁입법이라며 추진을 약속했던 것들이다. 사회와 경제 분야에서 양당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어떤 점이 같나.
    “민간의 자율성, 시장의 자율성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시스템을 깔아주고 도와주는 일을 해야 한다. 시장이 실패했을 때 이를 보완하는 구실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 경제가 발전하고 시장이 성장한다. 양당은 이 같은 점에서 생각이 같다. 그런데 현재 여당은 국가의 역할을 지나치게 중시하고 있다. 국공립보육시설 확대, 공무원 증원 등 국가가 직접 개입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시장이 위축된다. 정부와 국가가 나서서 뭔가 역할을 하겠다는 방식은 박근혜 정부가 시도했던 것이기도 하다.”

    이 의원은 국가 중심,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결정의 사례로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꼽았다.

    “사회적 합의가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반발을 무릅쓰고 대선 공약이란 명분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밀어붙여 사회적 갈등을 더 키웠다. 최저임금 상승이 오히려 일자리를 줄여 경제 활력을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런 부분을 (포럼에서) 우선 논의할 계획이다.”

    이 의원은 “국민통합포럼에서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원회처럼 구체적 법안 내용까지 심의하는 것은 아니다. 큰 틀에서 개혁입법을 어떤 방향에서, 무엇부터 추진할지 토론하고 의견을 모아나가면 그것이 곧 양당이 합의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9월 27일 현재 국회 의석 수는 민주당 121석, 자유한국당 107석, 국민의당 40석, 바른정당 20석, 정의당 6석, 새민중정당 2석, 대한애국당 1석, 무소속 2석으로 구성돼 있다.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표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현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각종 입법을 추진하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여소야대와 국민통합포럼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공조하면 161석으로 무난히 과반이 되지만, 그럴 경우 국민의당이 ‘민주당 2중대냐’는 소리를 듣게 될 공산이 크다. 국민의당이 사안에 따라 여당에 대해 공조와 견제를 하겠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에 비해 20석의 바른정당은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없다. 민주당과 손잡아도, 자유한국당과 손잡아도 과반 의석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소속 의원이 딱 20명이어서 한 명만 이탈해도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이 정책 공조를 앞세워 포럼을 출범한 데는 다수결 원리가 통용되는 국회에서 소수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강력한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기반을 마련하려는 뜻도 담겨 있다.

    선거구제 개편이나 개헌에도 한목소리를 내나.
    “선거법이나 개헌 문제는 조찬모임에서 논의하기에는 너무 큰 주제다. 추석 연휴가 지나고 따로 날을 잡아 양당이 정책 세미나를 갖도록 제안할 생각이다.”

    포럼은 9월 26일 2차 모임에서 ‘규제프리존법’ ‘방송법’ ‘상법’ 등에 양당이 초당적 협력을 하기로 의견을 모으는 한편, 10월 10일 오전 10시에는 포럼과 양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 바른정책연구소가 ‘선거구제 논의’를 위한 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개최키로 했다.

    포럼에서 바른정당 측 공동대표인 정운천 의원은 “국민통합포럼의 선거구제 세미나에서는 국회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물론,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광역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기초의원 정당 공천 배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럼이 입법 등 정책 공조에서 ‘선거’ 공조를 향해 한 걸음 더 내딛고 있는 셈이다.

    대선 직전 민주당에서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결과적으로 여당 의원의 길을 버리고 야당을 선택한 셈이 됐는데, 아쉬움은 없나.
    “양극단을 배제하고 중도 세력을 키워 국민통합의 길을 가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에 선택한 것이다. 내가 걸어온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국민의당이 (창당) 정신은 좋은데, 구체적으로 실현할 준비가 잘 안 돼 있다. 결기도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고…. 국민의당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런 점에서 국민통합포럼은 국민이 원하는 새 정치로 나아가기 위한 시도다.”

    민주당 내부에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았을까.
    “내부 노력만으로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당을 떠나 외부에서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민주당이 정치 발전을 이루는 세력이 될지, 아니면 해내지 못하고 도태될지 알 수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회의적이다.”

    민주당이 안고 있는 문제가 뭐라고 보나.
    “국민이 요구하는 통합정치와 거리가 있다. 편 가르기 식 이분법적 정치를 지양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부족하다.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지지기반을 설득해 양보를 얻어내야 한다. 자기편만 신경 써서는 상대편을 끌어들일 수 없는 것 아닌가.”

    이 의원은 “‘안철수 현상’에 깔려 있던 국민적 요구는 국민통합이고, 이를 이루려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대개혁을 추진해야 하는데 아직 현실화하지 못했다”며 “국민이 원하는 새 정치, 안철수 현상에 나타난 국민적 요구를 실현하는 데 제구실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북핵 문제 키를 쥐고 있는 미국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넉 달이 지났다. 잘한 것은 뭐고, 잘 못한 점은 뭐라고 보나.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에게 정서적으로 위안을 주는 소통행보를 했다. 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 줬다. 또 그동안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이념 논란에 휩싸여 받아왔는데, 민주주의와 정의 문제로 접근해 매듭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은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것은 외교 분야에서 갈지자 행보로 냉탕과 온탕을 오간 점이다. 기민하게 주변 정세를 살피고, 무엇보다 북핵 문제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하는데 불행히도 그런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부는 한미공조가 물샐 틈 없다며 ‘찰떡 공조’를 강조하고 있다.
    “주장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미 많은 국민이 ‘코리아 패싱’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열강의 각축 속에서 ‘코리아 패싱’이 생겼을 때 불행해졌다. 공허하게 ‘운전자론’을 주장할 게 아니라, 북핵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의 의사결정에 우리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냉정하고 영리하게 대응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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