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6

..

부동산

본보기집으로 가족 나들이 가요~

클래식 공연, 미술 전시…달라진 주택 전시 문화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7-09-19 12:38:29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무주택자에게 청약은 합리적인 가격에 새집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또 당첨 가능성은 낮지만 집이 있는 사람에게도 청약은 헌 집을 팔고 새집으로 갈아탈 수 있는, 혹은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가 8·2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이후에도 본보기집은 여전히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9월 1일 8·2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첫 재건축 아파트 일반분양이 있었다. 서울지하철 3·7·9호선 고속버스터미널역과 인접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센트럴자이’는 총 142가구를 일반분양했다. 주변 시세보다 3.3㎡당 500만 원가량 저렴한 분양가 덕에 본보기집을 오픈하고 사흘 동안 2만5000여 명이 찾았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결국 평균 168 대 1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고, 5가구가 공급된 전용면적 59㎡ C타입은 2550명이 신청해 510 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최고 경쟁률은 7월 서울 영등포구에 공급된 ‘신길센트럴자이’의 56 대 1인데, 그에 비해서도 10배가량 높아진 셈이다.

    ‘로또 청약’으로 불리며 높은 인기를 자랑한 신반포센트럴자이는 9월 2~3일 주말엔 본보기집 입장에만 2시간 이상 걸렸다. 토요일이던 2일 기자는 취재 겸 청약 상담차 아이들을 데리고 남편과 본보기집으로 향했다. 늦은 오후에 가서인지 입장 대기 줄은 끝을 찾기 힘들 정도로 인도를 까맣게 점령하고 있었다.



    2시간 대기, 공연 보며 기다려

    진행 요원들은 유아 동반 방문객은 곧장 건물 안으로 들어가도록 배려했다. 두 살배기 둘째 덕에 고생 없이 본보기집에 입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택 전시실 내부로 들어가려면 입장 대기표를 받고 한 번 더 기다려야 했다. 대기 홀에는 긴 벤치가 여러 개 있었고, 맨 앞에 자리 잡고 앉자 마침 코앞에서 5인조 재즈밴드 ‘굿펠리스’의 공연이 시작됐다. 여성 보컬이 나와 노래를 부르자 아이들이 앞으로 뛰어나가 춤을 췄다. 그러자 다른 가족의 아이들도 슬금슬금 앞으로 나와 함께 어울렸다. 지루한 대기 시간이 아이들 놀이 시간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내부로 들어가자 상담창구 대기 줄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대기표를 뽑았지만 앞에 70명가량이 더 있었다. 아파트 구조와 인테리어를 모두 둘러보고 나와도 순번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상담창구 바로 옆에 본보기집에서 마련한 카페테리아가 있어 지루해하는 아이들을 주스로 달래며 기다릴 수 있었다.

    건설사 측은 이 같은 이벤트에 대해 방문객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준비한 것이라고 밝혔다. 임종승 GS건설 분양소장은 “신반포센트럴자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 내방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기본적으로 1~2시간씩 대기해야 하는데 방문객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기다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재즈밴드 공연을 마련했다. 방문객의 반응도 좋았다”고 밝혔다.

    최근 본보기집은 과거 주택 전시만 하던 때와 완전히 달라졌다. 밴드나 클래식 공연은 물론이고 미술품 및 체험 전시, 아이들을 위한 놀이기구 설치 등 가족단위 고객을 배려하고 있다.

    9월 8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래미안갤러리’에 오픈한 ‘래미안강남포레스트’ 본보기집도 남다른 서비스를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본보기집 오픈 첫날부터 사흘 동안 1만5000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곳 역시 주말인 9월 9~10일 1층부터 방문객으로 가득 찼다. 5층 주택 전시실로 들어가기까지 긴 대기 시간을 지루해할 방문객을 위해 1층 아트홀에서는 클래식 공연이 펼쳐졌다. 서서 기다리다 지친 사람은 아트홀에 앉아 공연을 보다 용건이 있으면 나가는 등 자유롭게 들락날락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트홀 바로 맞은편에는 꽃과 나무를 주제로 한 회화 작품과 특이한 조형물, 노는 아이들을 형상화한 소조 작품 등 각종 미술품이 전시돼 있었다. 작품 중간 중간에 놓인 땅콩 소파에 가족단위 방문객이 나란히 앉아 작품을 보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미술 작품들 바로 옆에 자리한 카페테리아에서는 방문객을 대상으로 커피와 녹차, 모히토를 제공했다. 5층 주택 전시실 앞쪽에는 ‘숲속 곤충 체험존’이 마련됐는데, 관련 전문가가 장수풍뎅이 등 곤충에 대해 설명하고 아이들이 관찰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한승완 삼성물산 분양2사무소 소장은 “래미안강남포레스트가 ‘숲세권’을 강조한 아파트라 숲을 느낄 수 있는 관련 이벤트를 준비한 것”이라며 “아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아 체험존을 마련했고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아파트 콘셉트에 따라 이벤트도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 힐링을 강조한다면 아로마 제품이나 안마기 등을 가져다 놓는다”고 설명했다.



    어린이 놀이터, 네일아트 등 서비스 다양

    지역민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을 마련한 본보기집도 있다. 6월 경기 안산시 사동에 분양한 ‘그랑시티자이2차아파트’는 본보기집 오픈 기간 외부에 어린이용 바이킹, 기차, 에어바운스 등 놀이기구를 설치해 아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방문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또 인형뽑기 기계와 농구대 등도 가져다 놓아 긴 대기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했고, 다양한 먹을거리도 제공했다. 본보기집 내부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키즈블록방을 운영했으며, 여성 방문객을 위해 네일아트 무료 체험도 진행했다. 방문객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본보기집 방문 사진과 함께 ‘모델하우스 가서 제일 신난 건 우리 아들’ ‘모델하우스를 점령한 따님’ 등 후기를 올렸다.

    이성우 GS건설 홍보팀 과장은 “수도권 대단지 본보기집은 서울에 자리한 본보기집에 비해 공간적 여유가 있어 다양한 이벤트가 가능하다”며 “멀리서 오는 가족단위 방문객이 긴 대기 시간을 다채롭게 보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7월 강남구 압구정동 대림건설 본보기집 갤러리에 오픈한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고급 주상복합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꾸며졌다. 1층에는 고가의 대형 오디오가 있고, 그래픽 미술 체험존도 마련했다. 또 가상현실(VR) 기술을 이용해 앞으로 지어질 아파트의 내부를 3D(3차원)로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이 밖에 수도권이나 지방 본보기집의 경우 먼 거리에서 찾아오는 방문객을 위해 이동식 간식차와 카페를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9월 초 오픈한 경남 ‘통영 삼정그린코아더베스트’ 본보기집에서는 방문객에게 떡볶이와 어묵을 제공했고, 추첨을 통해 주방용품, 에코백 등을 증정하는 코너도 마련했다.

    삼성물산, GS건설,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는 서울 시내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를 홍보하고자 강남구, 송파구 등에 상설 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특히 삼성물산은 2012년 6월 송파구 문정동에 아트센터를 연상케 하는 본보기집 래미안갤러리를 오픈해 화제가 됐다. 면적 1만8531㎡, 지상 5층 규모의 상설 주택 문화 전시관인 래미안갤러리는 미국 MIT 건축학과 학과장인 세계적인 건축가 나데르 테라니가 설계했다. 누에고치 혹은 우주선을 떠올리게 하는 외관이 인상적이다. 테라니는 우리나라의 산세를 모티프로 미래 지향적인 모습을 구현했다고 한다.

    1층에 카페테리아와 미술 전시 공간, 아트홀이 자리해 단순히 주택 전시를 구경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1층 전시공간에 들어갈 작품은 매년 연말 국내외 작가들을 모집해 2~3개월씩 전시하고 있다. 이곳 아트홀에서는 사내 행사뿐 아니라 해외 건축학과 학생들이 국내를 방문할 때 전시관을 둘러보고 관련 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외부 행사도 열린다. 이곳 총 책임자인 한승완 소장은 “단순히 본보기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최신 주거 트렌드를 보여주고, 다양한 예술 분야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본보기집의 성격이 달라진 것은 최근 2~3년 새 일어난 현상이다. 2014년 하반기부터 정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전국적으로 연 2만 가구씩 분양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주택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매수를 망설이던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고 수요자들이 본보기집을 잘 찾지 않았다.   


    2~3년 새 이벤트 활성화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수요자를 본보기집으로 끌어들일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건설사별로 분양하는 아파트의 콘셉트나 본보기집의 여건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커피나 주스, 샌드위치, 떡볶이, 빙과류 등 간단한 식음료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이뤄졌다. 또 백화점 경품행사처럼 방문객에게 행운권 추첨을 통해 경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지난해부터 주택 경기가 살아나면서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늘었고 본보기집을 찾는 이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자연히 대기 시간도 길어져 하루 반나절을 본보기집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각 건설사는 오래 머물러야 하는 방문객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성우 과장은 “본보기집 이벤트는 분양소장이 직접 기획하는데, 분양하는 아파트의 핵심 가치를 주제로 잡고 과거 반응이 좋았던 서비스를 토대로 방문객의 편의를 고려해 준비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홍보 전문가들은 이러한 서비스가 청약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모객에는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진단한다. 권일 더피알커뮤니케이션 부동산인포팀 팀장은 “고객은 대부분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수집할 수 있어 굳이 본보기집을 방문하지 않는다. 그래서 각 건설사는 이들을 본보기집으로 이끌어내 오랫동안 머무르게 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10년 전부터 캐리커처를 그려준다든지 하는 작은 이벤트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 방식이 전문적이고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NS 홍보 효과와 연관성도 지적했다. 권 팀장은 “경기 안산 ‘그랑시티자이2차아파트’처럼 먼 곳에서 분양할 경우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가 망설여지는데, 먼저 갔던 사람들이 ‘놀이시설이 설치됐다’며 SNS에 올리면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라며 “건설사 분양홍보 마케팅 비용은 한정돼 있어 그 범위에서 어떤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지 건설사가 판단해 움직인다. 지금 트렌드는 상당 부분 효과를 봐온 과거 방식들을 발전시켜 자리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