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4

2017.09.06

경제

수백억대 수익 올렸다는데 공개 요구엔 미적

슈퍼개미 2명 ‘청년 버핏’ 박철상 씨 거짓 수익 계기로 설전 ,  결국 법정 다툼까지

  • 입력2017-09-05 10: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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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아무도 자신의 수익을 정확히 밝히지 않은 거잖아요.”

    자신을 개미투자자라고 한 김모(33) 씨의 말이다.

    ‘청년 버핏’ 박철상 씨의 400억 원 수익 실적이 거짓임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주요 구실을 했던 ‘슈퍼개미’ 2명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두 주인공은 신준경(45) 스탁포인트 이사와 김태석(47) 가치투자연구소 대표다. 신 이사는 단타매매 전문가로 150억 원가량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31) 씨의 사기행각을 문제 삼은 인물로도 유명하다. 김 대표는 가치투자를 통해 약 250억 원을 벌었다고 알려졌다. 이들은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많은 개인투자자에게 자문을 해주고 있는데 ‘박철상 사건’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설전은 서로 수익을 공개하라는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어느 쪽도 계좌나 수익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청년 버핏’ 저격한 총구로 서로를 겨누나

    ‘박철상 사건’은 신 이사가 8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시작됐다. 신 이사는 페이스북에 ‘박씨가 대형주 위주의 투자로 400억 원가량 수익을 올렸다고 알려졌는데, 오래 주식투자를 해온 사람으로서 대형주 장기투자로 그렇게 높은 수익을 올렸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투자 수익 실적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박씨의 수익금이 사실이라면 박씨가 원하는 단체에 1억 원을 일시금으로 기부하겠다는 조건도 걸었다. 이후 박씨가 계좌 공개를 하지 않고 변명을 이어가자 신 이사는 기부금을 3억 원까지 올렸다.

    박씨는 8월 7일 신 이사를 만났다며 8일 오전 관련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김 대표가 한 발 앞서 움직였다. 7일 박씨와 따로 통화를 했다는 김 대표는 8일 새벽 2시 무렵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네이버 카페 ‘가치투자연구소’에 ‘박씨가 400억 원을 벌었다는 내용은 허위이며, 현재 투자자금은 5억 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김 대표는 글을 통해 ‘박씨가 지금까지 낸 기부금은 총 24억 원이며, 이 중 10억 원은 다른 사람이 기부에 동참하겠다고 보낸 돈을 자신의 이름으로 기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같은 날 오전 예정대로 언론 인터뷰를 통해 “400억 원 수익은 사실이 아니다. (직접) 400억 원에 관해 언급한 적 없다. 하지만 관련 질문을 피하고, 이를 바로잡지 않은 것은 내 불찰”이라고 말했다.

    상황은 이렇게 신 이사의 의혹 제기가 적중한 것으로 끝나나 싶었지만 8월 13일 김 대표가 자신의 카페에 신 이사와 관련된 글을 게재하며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김 대표는 이 글에서 ‘지인을 통해 신 이사와 박씨의 통화 내용을 입수했다. 내용을 들어보니 신 이사가 박씨의 의혹을 이용해 명성을 쌓으려고 이와 같은 일을 벌인 것 같다. 실제로 두 사람은 만나지 않고 전화로만 이야기를 나눴다. 통화 내용을 들어보면 신 이사가 박씨에게 자산이 아니라 기부 목표가 400억 원인 것으로 말을 맞추고 서로 기부하는 곳에 교차 기부하는 형식으로 사건을 일단락 짓자고 야합했다’고 주장했다.

    신 이사는 닷새 뒤인 8월 18일 “말을 맞춘 것은 단순히 보도유예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400억 원 수익이 허위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는 박씨를 ‘철없지만 베풀기 좋아하는 청년’ 정도로 생각했다. 이 때문에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스스로 밝힐 기회를 주고 싶었다. 실제로 두세 차례 통화한 후 통화 녹음파일을 MBC 측에 보도유예를 걸고 보냈다”고 밝혔다. 신 이사는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녹음파일을 전달한 MBC 측 관계자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내용 전문을 공개했다.



    “정의를 위해 폭로전 뛰어들었다”

    신 이사는 “오히려 김 대표가 폭로전에 뛰어든 내막이 의심스럽다. 김 대표는 박씨에 관한 의혹이 한창 불거지던 시점에는 박씨를 옹호하다 모든 것이 밝혀지고 나서야 폭로에 나섰다. 그야말로 박씨의 실체가 드러나 자신의 권위가 실추될 것을 우려해 나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난해 말 가치투자연구소에 박씨의 수익률이 의심스럽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자 ‘합리적 의심은 존중하겠으나 무턱대고 하는 의심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박씨를 옹호하는 듯한 댓글을 달았다. 신 이사가 박씨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던 8월 초에도 박씨의 이력을 의심하는 내용의 글에 ‘이런 식의 왜곡이 문제’라는 댓글을 남겼다.

    김 대표는 8월 21일 “가치투자연구소를 운영하며 주식 관련 정보 외 다른 의혹성 글이 올라오는 것을 경계해왔다. 특히 타인의 수익률을 의심하는 글은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회원들에게) 부탁했다. 카페 개설 목적이 주식 관련 정보를 모아 허심탄회하게 토론해보자는 것인데, 수익률 검증 논란이 나오기 시작하면 올라온 정보를 믿지 못한다. 자연히 토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당시 댓글은 박씨를 옹호한 것이 아니라 카페 운영 원칙을 고수하려는 방편이었다”고 밝혔다.

    또 김 대표는 카페 운영 원칙을 어겨가면서까지 신 이사와 박씨의 문제를 폭로하고 나선 것에 대해 “정의를 위해 이 난장판에 뛰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알고 보니 박씨는 400억 원 수익뿐 아니라 투자 이력 등도 모두 거짓이었다. 이를 통해 명성을 쌓고 기부금을 모은 것 자체가 문제라고 봤다. 신 이사가 의혹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덮으려 하는 것도 당연히 문제 있는 행위라고 생각해 폭로한 것이다. 또 김 대표는 카페 운영 원칙을 어겨가면서까지 신 이사와 박씨의 문제를 폭로하고 나선 것에 대해 “정의를 위해 이 난장판에 뛰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알고 보니 박씨는 400억 원 수익뿐 아니라 투자 이력 등도 모두 거짓이었다. 이를 통해 명성을 쌓고 기부금을 모은 것 자체가 문제라고 봤다. 신 이사가 의혹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덮으려 하는 것도 당연히 문제 있는 행위라고 생각해 폭로한 것"이라 밝혔다.



    수익률 검증 논란으로 까지 번진 싸움

    신 이사는 “과거 주식시장 리딩(투자자문)을 했던 것은 사실이나 지금은 안 하고 있다. 회사(스탁포인트)에 주식 강좌가 있지만 자문이 아니라 투자의 기초와 철학을 설명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신 이사도 자신이 활동하는 카페 ‘함께하는 주식투자’를 통해 김 대표의 수익 관련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가 가치투자를 한다지만 추천한 주식 가운데 상장 폐지된 종목이 많다는 내용이었다. 신 이사는 8월 15일 김 대표가 2013년 3월 추천했던 ‘중국원양자원’이 사실상 상장폐지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당시 김 대표는 카페를 통해 해당 주식을 자신도 50만 주 이상 보유하고 있다며 매입을 강력하게 추천했다. 하지만 ‘중국원양자원’은 2015년 급등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해 거래 정지돼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이에 김 대표는 카페에 자신도 손해를 봤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그러자 신 이사는 글을 통해 ‘김 대표가 회원들을 동원해 자기 손실을 줄인 것 아니냐’며 ‘손실을 봤다면 그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 대표는 45만 주를 엑셀 파일로 공개했다. 신 이사 측은 사실상 100만 주가 넘는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신 이사는 김 대표가 2007년 성도이엔지 주식을 카페 회원에게 추천하는 식으로 매수세를 동원해 자신의 이익을 챙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해당 주식을 선취매한 뒤 카페에 매수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이익을 봤다는 것. 김 대표는 이 같은 지적에 자신도 손해를 보고 성도이엔지를 정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 이사는 “가치투자연구소에 김 대표가 글을 올린 시기에 김 대표가 모집했던 펀드 수익률을 보면 성도이엔지에서 수익이 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 백번 양보해 손실을 봤더라도 문제다. 주식을 장기 보유하며 수익을 낸다는 가치투자 전문가가 추천한 주식에서 손해가 난다는 것은 전문성이 없다는 증거다. 그가 방송이나 언론 보도를 통해 추천한 주식의 절반가량이 반 토막이 나거나 상장폐지된 상태다. 펀드를 모집한 것도 유사수신행위가 아닌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신 이사의 의혹은 모두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당초 우리 카페(가치투자연구소)는 종목을 추천하는 곳이 아니다. 토론해보자고 관련 내용을 카페에 올렸을 뿐이다. 저들은(신 이사 측) 액셀 파일로 정확한 내용을 보여줘도 계좌를 직접 공개한 것이 아니라며 트집을 잡는다. 펀드도 이름만 펀드일 뿐 지인들과 자금을 모아 투자하는 소모임에 불과하다. 아무리 정확히 해명해도 저들은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래서 줄곧 신 이사에게 변호사나 언론인 등 공증인을 세워 서로 수익을 검증해보자고 요청했다. 신 이사가 2013년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한 150억 원가량 수익 실적이 있다면 그에게 사과하고 그가 원하는 곳에 1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신 이사는 자신은 카페를 통해 거의 매달 수익을 공개해왔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신 이사가 매달 수익을 인증했다지만 이는 성적표에서 점수가 잘 나온 과목만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체 수익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검증의 의미가 없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신 이사는 “큰 금액으로 단기 투자를 반복하면 관여율 과대 계좌로 정지 처분을 받아 거래 계좌를 자주 바꿔왔다. 이 때문에 매달 투자 실적을 공개한 것”이라며 “김 대표는 그간 내가 해왔던 계좌 공개가 의미 없다는 주장을 계속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투자 실적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핵심 빠진 논쟁에 투자자들 실망 커져

    두 사람의 논쟁은 법정 다툼으로 격화됐다. 현재 신 이사는 명예훼손 등 혐의로 김 대표를 고소한 상태다. 신 이사는 “이번 재판을 통해 김 대표의 허위와 탐욕을 모두 밝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 역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모든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이 분쟁이 끝나면 카페 운영 등 투자 일선에서 잠시 떠나 한동안 해외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의 갈등은 고소전으로까지 치달았지만 이들에게도 공통된 의견은 있었다. 박씨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 신 이사는 “그동안 박씨의 행각은 기부의 탈을 쓴 일종의 ‘폰지사기’다.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기부금을 모은 내용은 있지만 그 금액 중 얼마를 기부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만일 박씨가 대신 받은 기부금을 기부에만 사용했더라도 이를 통해 이름을 알렸기 때문에 충분히 부당 이득을 취한 것이다. (박씨가) 대구 · 경북지역에서 정치권의 러브콜까지 받은 것으로 안다. 거짓말만 일삼는 사람이 대한민국 정치인이 될 뻔한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양측의 분쟁을 지켜봤던 투자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이름만 대면 투자자를 모을 수 있는 유명 개인투자자였지만 이번 공방에서 양측 모두 명확한 수익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두 사람 간 분쟁으로 인터넷상에 공개된 유명 투자자의 수익률이 얼마나 믿지 못할 내용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박씨의 의혹을 검증하겠다고 나섰지만 결국 두 사람 간 분쟁으로 번져 박씨 사건에 대한 검증만 늦춘 격”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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