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2

2017.08.23

특집 | 케이뷰티의 지각변동

라이징 마켓, 중동으로 출격!

젊은 층 한류 영향으로 한국 화장품 선호 … 고가의 기능성 제품으로 승부해야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7-08-21 15: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한국 화장품업체들이 10여 년 동안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중국시장을 벗어나 중동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한국 화장품 매출이 큰 타격을 입자 정치에 영향을 덜 받으면서 성장 잠재력은 높은 시장으로 중동이 부각된 것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올해 초 내놓은 ‘2016 화장품산업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화장품시장 규모는 미국이 1197억 달러(약 135조9912억 원)로 가장 크며 아시아 1170억 달러, 유럽 942억 달러, 중동·아프리카 208억 달러 순이다. 중동·아프리카는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9%로 적은 편이다. 하지만 영국 산업분석 전문기관 유로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 중동 화장품시장 규모는 2015년 약 180억 달러(약 20조5200억 원)에서 2020년 약 360억 달러(약 41조400억 원)로 연평균 15%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여성 사회참여율 높아져 화장품에 관심

    중동 화장품시장이 성장한 데는 사회 분위기의 변화가 일조했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여성의 화장품 사용이 금기시돼왔는데 몇 년 새 여성이 사회에 많이 진출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일반화돼 뷰티 정보를 쉽게 접하면서 화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2015년 핵 개발 중단을 선언한 이란은 미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대(對)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기로 합의한 이후 세계 각국이 주목하는 시장으로 떠올랐고, 화장품업계에서도 신흥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중동에 가장 먼저 진출한 브랜드는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로 2007년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에 1호 매장을 오픈했다. 미샤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등 중동 4개국에 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김홍태 미샤 홍보팀 과장은 “2014년에는 터키에도 진출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다. 중동은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면서 한국 업체들이 공략하기 어려운 곳이다. 미샤는 제품을 판매하고 싶다는 바이어와 함께 현지화 전략을 써 출시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토니모리는 2년 전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표 상업도시 제다에 있는 최대 쇼핑몰 알안달루스 몰에 1호점을 오픈했고, 현재까지 중동 내 5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9월에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산하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sephora)’의 중동 전역 매장에 숍인숍으로 입점했다. 토니모리 홍보담당 브릿지컴퍼니의 김태경 매니저는 “수출 초반에는 아무래도 아시아권과 소비자 선호도나 시장 상황이 달라 진입 장벽을 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입술 모양 용기, 복숭아 모양 용기 등 독특한 디자인으로 마케팅을 벌여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밝혔다.

    한방샴푸 원조인 ‘댕기머리’를 생산하는 두리화장품도 지난해 이란에 진출했다. 지난해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동을 방문하면서 한국 기업이 대거 참여한 경제사절단에 두리화장품도 함께한 것. 두리화장품은 이란에서 현지 바이어들에게 적극 홍보한 결과 탈모방지 제품 등을 유통할 수 있었다. 이근 두리화장품 마케팅팀 대리는 “비(非)아시아권에서 한방샴푸를 설명하는 것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자연주의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해 마케팅을 진행했다. 인삼이나 홍삼은 중동에도 알려진 재료라 제품을 알리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하반기 두바이에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그동안 중동에 진출하고자 아모레퍼시픽은 아부다비, 테헤란, 이스탄불 등 중동 주요 도시에 전문가를 파견해왔는데, 조사 끝에 지난해 5월 중동 내 확산 효과가 가장 높다고 판단되는 두바이에 거점을 마련하기로 하고 독립법인을 설립했다. 석현주 아모레퍼시픽 홍보팀 대리는 “색조제품이 다양한 ‘에뛰드하우스’ 브랜드의 매장 오픈을 준비 중이다. 중동 화장품시장은 기초제품보다 색조제품 선호도가 굉장히 높아 도전해볼 만하다는 판단 하에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20대에게 인기 높은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에 대해서는 “중동에도 케이팝(K-pop)이 꽤 알려져 한국 문화에 거부감이 적고, 한국 제품에도 개방적인 편이다. 20대 여성이 매일 사용할 수 있는 색조제품이라는 점을 내세워 중동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수출규모 3년간 15% 이상 상승

    한국의 대중동 화장품 수출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7월 내놓은 ‘중동 주요국 화장품 시장 동향과 우리 기업 진출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13만5000달러(약 1억5390만 원) 정도에서 지난해 3582만 달러(약 408억3480만 원)가량으로 8년 동안 265배 이상 증가했다. 대중동 수출 증가율은 2014년 19.2%, 2015년 15.7%, 지난해 17.5%로 꾸준히 15%를 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중동시장은 선진국에서 생산하는 화장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KOTR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의 화장품 수입 규모는 61억 달러(약 6조9300억 원)로 그 가운데 프랑스산이 약 20%를 차지했다. 한국은 23위로 시장점유율이 낮은 상태다. 한국 화장품업체의 중동시장 진출이 쉽지 않은 이유는 국가별로 화장품 수입 관련 기관에 제품을 사전등록하고 판매 허가를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국가에서 사전등록 시 현지 라이선스를 요구하기 때문에 파트너사를 선정하고 진행해야 하는 제약이 따른다.

    또 이란과 이집트의 경우 ‘할랄인증’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들 외 국가에서 할랄인증은 권고사항일 뿐이지만 이슬람 국가 특성상 이를 준수하는 것이 판매에도 영향을 미친다.

    각종 제약에도 중동은 한국 화장품업체가 문을 두드려볼 만한 매력적인 시장이다. 손성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기획조사팀 연구원은 “중동시장 규모가 제법 큰데 글로벌 브랜드들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지 않고 있다. 오일머니로 돈이 많은 소비자는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구매하는 경향이 짙다. 고가의 기능성 화장품을 앞세워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