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9

2017.08.02

커버스토리

부르릉~ 청동기부터 현대까지 시간여행

‘지붕 없는 박물관’ 강화도, 버스로 역사탐방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7-07-31 14: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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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도를 가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없다. 역사교과서를 펴면 청동기 무덤인 고인돌은 물론 고려시대 삼별초의 항쟁, 조선 말기 열강과 전투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이 강화도를 무대로 펼쳐졌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큰 섬인 강화도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부를 정도로 수많은 역사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하루 일정으로 강화도를 방문해 역사탐방을 하려면 어떤 코스가 좋을까.

    최근 인천관광공사에서는 이에 대한 모범 답안을 발표했다. 인천관광공사는 투어버스를 타고 강화도를 둘러보는 ‘강화도테마투어’를 7월 15일부터 운영 중이다. 이 투어엔 문화관광해설사가 동행한다. 사전 예약만 하면 일반 8000원, 초등학생 이하 6000원에 강화도의 주요 역사·문화 테마투어를 즐길 수 있다.



    한옥과 서양식 인테리어의 만남, 강화성당

    강화도테마투어 관광객은 인천지하철 2호선 검암역이나 강화여객자동차터미널에서 투어버스에 오른다. 버스가 처음으로 멈추는 곳은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이다. 외관만 보면 전혀 성당처럼 보이지 않는다. 일단 한옥이다. 복층인 기와집은 거대한 정자를 닮았다. 성당 입구에 놓인 종도 특이하다. 불교 사찰의 범종과 비슷하다. 하지만 성당 내부는 서양식 구조다. 기둥 바깥쪽으로 회랑이 나 있고 그 가운데 제단이 놓여 있다. 2층 유리창에서 떨어진 햇빛이 제단과 회랑을 핀조명처럼 비췄다. 이는 서구 교회의 전통 건축양식인 바실리카 양식의 영향을 받은 것.

    성당에서 내려오면 오른편에 용흥궁이 있다, 용흥궁은 강화도령으로 불리던 조선 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 19세까지 살던 곳이다. 궁이라는 호칭이 무색하게 한옥 가정집과 다름없이  소박한 모습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왕위에 올라 세도정치에 휘말렸던 철종의 외로운 삶을 이 궁이 그대로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눈에 보일 만큼 가깝건만, 강화평화전망대

    투어버스가 두 번째로 멈춘 곳은 강화평화전망대. 바다 건너 황해도 개풍군에서 직선거리로 2.3km 지점에 세운 이 전망대에서는 육안으로 북녘 땅이 보인다. 고성능 망원경을 이용하면 더욱 선명하게 북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망원경으로 보이는 곳은 선전용 위장마을이지만, 북한 주민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다. 전망대 2층에는 강화도 전쟁사와 남북분단 과정을 설명해놓은 전시관이 마련돼 있다.



    시간이 멈춘 섬, 교동도

    교동대교를 건너 도착한 교동도는 소박한 농촌마을의 모습이었다. 섬 초입의 교동벌판에서는 벼가 자라고 있었다. 논에 물을 대는 고구저수지를 지나면 교동도의 명물인 대룡시장에 도착한다. 이곳은 KBS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 2일’에 소개되며 관광명소로 인기를 끌어 지금은 섬의 번화가가 됐다. 6·25전쟁 당시 황해도 연백군에서 교동도로 피난 온 주민들이 연백시장을 본떠 만든 골목 시장이다. 마치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세트장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 든다. 오래된 간판을 단 작은 가게들이 좁은 시장골목을 메우고 있다. 시장은 비록 작지만 핫도그나 잔 막걸리, 꽈배기 등 다양한 간식거리를 맛볼 수 있다.

    핫도그를 물고 시장을 돌다 보면 머리 바로 위에서 새소리가 들린다.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제비의 울음소리다. 제비들은 시장 곳곳 작은 가게의 처마에 둥지를 틀고 있다. 교동도를 일주할 수 있도록 자전거와 스마트워치를 대여해주는 ‘교동 제비집’과 옛날 교복을 입고 추억의 흑백사진을 찍을 수 있는 ‘교동 스튜디오’가 시장 인근에 있다.



    세계문화유산, 강화지석묘

    강화도는 고인돌이 150개 이상 발견된 세계적인 고인돌 밀집지역이다. 하점면 강화지석묘가 특히 유명하다. 청동기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강화지석묘는 거대한 탁자처럼 생긴 북방식 고인돌이다. 높이 2.6m, 너비 5.2m의 규모를 자랑한다. 다른 고인돌에 비해 보존 상태도 좋아 2000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강화지석묘 맞은편에는 강화역사박물관과 강화자연사박물관이 있다. 강화역사박물관에는 청동기, 고려, 조선시대 강화도를 둘러싼 역사적 사건과 관련 유물들을 전시해놓았다. 강화자연사박물관에도 각종 동물박제와 곤충표본 등 볼거리가 마련돼 있다.



    몸 바쳐 열강 침략 막은, 광성보

    투어의 마지막은 신미양요 격전지인 광성보다. 광성보는 강화도와 김포 사이 강화해협을 지키는 요새로, 1871년 조선군이 미군 함대의 침략에 대항해 싸운 곳이다. 당시 현대식 무기로 무장한 미군 함대와 1200여 명의 병사를 상대로 조선군 500여 명은 화승총 등 구식 무기로 맞섰다. 결과는 전투라 부르기 어려울 정도의 학살이었다. 당시 미군 측 피해는 3명 전사, 10명 부상 정도에 그쳤지만 조선군 전사자는 243명, 익사자는 100명이었다. 일방적 승리였으나 미군은 조선군의 결사항전에 질려 한반도 개항을 포기하고 돌아갔다.

    슬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지만 광성보는 치열한 전투가 일어난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광성보 왼편의 광성돈대에는 당시 전투에 사용된 대포들이 전시돼 있다. 나무들이 우거진 오른편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신미양요에서 전사한 이들을 기리는 쌍충비와 이들의 무덤인 신미순의총이 보인다.

    왼쪽에는 바다, 오른쪽에는 나무가 우거진 길을 계속 걸어가다 보면 손돌목돈대와 용두돈대가 나온다. 손돌목돈대는 용두돈대로 가는 길에 있는 돈대로, 구릉 정상부에 설치됐다. 광성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돈대라 광성보 전체가 내려다보인다. 용두돈대는 용머리처럼 돌출된 암반 위에 세워진 돈대다. 출입로를 빼면 돈대 전체가 바다에 둘러싸여 있어 마치 바다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하다.

    강화도테마투어는 주말 오전 10시 출발해 오후 6시 반에 끝난다. 인터넷 홈페이지(www.travelicn.or.kr)나 전화(032-722-4000)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8월 12일까지 강화도테마투어에 참여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게재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소정의 기념품을 증정하는 행사도 진행 중이다. 인천관광공사는 강화도테마투어뿐 아니라, 8월부터는 강화 특산품 등을 주제로 한 ‘강화웰니스투어’도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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