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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여전히 숨을 멎게 하는 불멸의 예술

라디오헤드 ‘OK Computer’ 20주년 기념 앨범

여전히 숨을 멎게 하는 불멸의 예술

여전히 숨을 멎게 하는 불멸의 예술

라디오헤드의 앨범 ‘OK Computer’(아래)와 영국 록의 전설 라디오헤드. 왼쪽부터 콜린 그린우드(베이스), 조니 그린우드(기타), 톰 요크(보컬), 필 셀웨이(드럼), 에드 오브라이언(기타).[사진 제공·강앤뮤직]

1990년대 이후 영국 음악사를 대표하는 스타일은 브릿팝이다. 미국 팝이 차트를 점령하던 80년대 언더그라운드에서 발현한 이 흐름은 비틀스, 롤링스톤스, 더 후 등 영국 록의 전통을 충실히 계승하면서 록과 팝의 경계를 흐릿하게 했다.

더 스미스, 스톤 로지스를 거쳐 1990년대 초반 스웨이드, 블러, 오아시스 등으로 폭발한 브릿팝 시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밴드가 있다. 라디오헤드다. 하지만 그들은 브릿팝으로 묶이지 않는다. 그 이유를, 나는 라디오헤드의 독자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던 데뷔 앨범 ‘Pablo Honey’는 마케팅에 의해 얼터너티브 록으로 묶인 적이 있다. 하지만 동시대에 그들과 비슷한 음악을 한 밴드가 있다고 보긴 힘들다. 한 가지 분명한 게 있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라디오헤드는 온전히 라디오헤드만의 음악을 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름 자체로 고유명사이자 하나의 스타일을 뜻하는 형용사다. 그 분기점이 된 게 바로 1997년 발매한 3집 앨범 ‘OK Computer’다.

‘삼국지’에서 짧은 시기에 천하의 인재가 쏟아져 나왔듯, 음악사에서도 명반이 일거에 쏟아져 나오는 때가 있다. 1997년 영국이 그랬다. 그해 말 영국 음악저널 ‘NME’에서 뽑은 올해의 앨범을 돌아보면 지금 생각해도 기가 막힌다. 스피리추얼라이즈드의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 버브의 ‘Urban Hymns’, 모과이의 ‘Young Team’ 등 한 시대를 규정하고 이후 흐름을 제시한 명반이 하루가 멀다 하고 튀어나왔다. 당시 ‘NME’ 필자들은 이 리스트를 보며 뿌듯해했을 테다.

하지만 지금 다시 본다면 후회할 것이다. ‘OK Computer’를 1위가 아닌 2위로 뽑은 것을 말이다. 이 앨범이 이후 록에 미친 파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다른 밴드가 지상에서 뛰어놀고 있을 때 라디오헤드는 마약 기운을 빌리지 않고 우주로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한 발은 땅에 굳건히 딛고 있었다. 통상적인 록에 존재하는 모든 요소를 풀어헤치고 그것을 다시 조합했다.

이 음울함과 몽롱함, 그리고 찬연한 아름다움은 콜드플레이, 뮤즈, 스타세일러 등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새로운 세기 즈음 나온 밴드에게는 대부분 ‘라디오헤드적’이라는 수식어가 붙곤 했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 누구도 ‘OK Computer’처럼 전복적 앨범을 만들지 못했다. 세기말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던 시기, 라디오헤드만큼 세기말을 완벽하게 음악적으로 구현한 밴드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한 시대의 발사대와도 같았던, 그리고 이제까지 한 치도 생명력을 잃은 적 없는 이 앨범의 20주년 기념 음반이 발매됐다. 전체 곡이 리마스터링을 거쳐 좀 더 세세하고 생생한 소리를 얻게 된 것도 반갑지만, 기존 12곡에 미발표곡 등을 더해 총 25곡을 담고 있는 건 더욱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오리지널 앨범에 담기지 않았던 곡들은 라디오헤드의 재능이 폭발한 시절의 흔적을 고스란히 아로새긴다. 20년 전 발표했어도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았을 곡들을 이토록 잔뜩 쟁여뒀다는 사실이 새삼 라디오헤드의 역량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20년은 현재와 과거의 명백한 구분선이다. 추억의 대상이 되고, 그 힘으로 미화된다. ‘OK Computer’는 이 명제의 예외다. 이 앨범이 머무는 공간에는 추억 따위가 비빌 언덕이 없다. 지금 들어도 여전히 숨 막히는 아름다움으로 점철된, 불멸의 예술이 더욱 확장된 모습으로 다가왔다.



입력 2017-07-11 10:43:42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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