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3

2017.04.12

法으로 본 세상

개별 법률에 규정 말고 아예 일반 법률로 만들어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nswwh@lawcm.com

    입력2017-04-12 09: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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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추가된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이 3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피해자 수천 명이 발생한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계기로 기업의 부도덕한 영업행태를 바로잡고 피해자가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손봐야 한다는 여론의 결과물이다. 2011년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시작으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등 6개의 개별 법률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했는데, ‘제조물 책임법’의 경우 적용 대상이 광범위해 그 의미가 특히 남다르다.

    일반적으로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이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위법행위, 피해자의 피해 발생, 그리고 위법행위와 피해 발생 간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하고, 배상을 주장하는 피해자가 이런 사실을 모두 입증해야 한다. 그리고 배상액은 불법행위가 있었던 상태와 그렇지 않았던 상태를 금전적으로 비교한 차액을 기준으로 하는데, 이 또한 피해자가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는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을 알면서도 그 결함에 대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결과로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은 자가 있는 경우 발생한 손해의 3배를 넘지 아니한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진다”고 돼 있다. 그리고 피해자는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였다는 사실”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인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 초래된 사실” “손해가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되게 했다.

    즉 가해자의 위법행위는 제조업자의 제조물 결함과 그 시정 조치 불이행 사실에 대한 고의에 한정하고, 피해는 제조물 사용자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중대한 손해로 한정하고 있다. 그리고 배상액은 손해액의 3배 이내로 하고 있다. 한편, 소비자가 제조물로 인한 손해 발생 여부만 입증하면 그 손해가 제품의 결함 탓이 아니라는 사실은 기업이 입증토록 규정해 소비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의 실효성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도 적잖다. 집단소송 제도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 배상액 규모도 3배 이내로 하면서 ‘고의성의 정도’ ‘피해 구제 노력’ 등 제반 여러 사정을 감안해 정하도록 해놓아 치열한 법리 다툼을 통해 실제 배상액 규모가 2배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점 등의 이유에서다. 실제 기존 6개의 개별 법률에 의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통해 구제받은 사안이 2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 원리에 의한 경제체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대립하는 경제주체 간 힘의 균형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업의 지배력이 더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노동시장에 노동자의 권리를 추가함으로써 힘의 불균형을 보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상품시장에서도 기업보다 약자의 지위에 있는 개별 소비자의 권리를 보완해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도입된 것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다. 지금 국회에서 논의 중인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법률안만 해도 ‘금융소비자 보호 및 금융상품 판매법 개정안’ ‘환경보건법 개정안’ ‘금융소비자보호법안’ 등 20개가 넘는다.

    이쯤 되면 우리 정부와 국회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사안별로 개별 법률안에 규정하는 방식보다 전체 시장에서 경제주체 간 힘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근본 원인을 찾고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을 일반 법률에 규정하는 방식을 고민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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