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9

2016.05.25

21세기 취업학교

직업혁명과 진로코칭

과거 세대에게 ‘앞으로 나아갈 길’을 묻지 말라

  • 서미영 인크루트 상무(COO) rose@incruit.com

    입력2016-05-23 12: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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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AI(인공지능) 변호사 로스, 뉴욕 로펌 취직하다.’ 한 조간신문 1면 기사 제목이다. 우리 아이들과 청년들이 핵심 세대가 될 세상의 모습이 이미 왔다. 로봇과 고용을 다투고, 잉여시간을 다뤄야 하는 그들에게 우리는 오늘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공부를 잘해야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취업과 결혼도 해 편하게 살 수 있다”고. 사실 직업·채용 전문가 행세를 하는 필자 역시 ‘내 일의 내일’이 두렵다. 특히 과거 경험을 들먹이며 아는 척하는 것이 더욱 그렇다. 신세계의 경쟁력은 우리가 아니라 신세대에게 있을 것이며, 그들은 오히려 이 변화가 익숙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현 대학 서열과 직업사전을 배경으로 진학 및 직업을 코칭하는 것이 맞을까.

    진로의 사전적 의미는 나아갈 진(進), 길 로(路), 즉 ‘앞으로 나아갈 길’을 일컫는다. 한국 사회에서 진로 선택은 대입 전에는 진학 위주로, 대입 후에는 취업 위주로 구분해 진행된다. 점수에 맞춰 어떤 공부가 아닌 대학을 선택하고, 어떤 직업이 아닌 회사를 선택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보편적 스펙 쌓기를 멈추지 못하고, 전공과 무관하게 취업하며, 의미 없는 이·전직을 반복하고, 심지어 채용시장에서 조기 퇴출된다. 인생에 도움되지 않는 경험과 지식이 있겠느냐만, 굳이 불필요한 지식과 경험까지 쌓을 필요도 없겠다. 이제는 그에 따른 불필요한 개인적. 사회적 비용 지출을 고려해야 한다. 아니, 그래서 우리는 행복한지 물어야 한다.



    진학 진로 vs 직업 진로

    진로는 방향이다. 길은 돌아갈 수 있으나 방향은 맞아야 한다. 따라서 잘못된 선택이 되더라도 대학과 직장 역시 방향에 따라 선택해야 회복하기도 쉽다. 따라서 대학보다 전공을 선택해야 하고, 확신이 없으면 진학하지 않거나 기다려도 된다. 또 기업보다 직업을 먼저 선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선택하고 투자한 공부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요즘 말하는 ‘스토리’다.

    이제는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진학과 직업을 통합하는 진로코칭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진행 중인 산업혁명은 추가적인 어려움을 만든다. 현재 직업사전에 실린 직업의 반이 없어지고 새로 채워져야 하기 때문이다. 자아실현과 경제적 독립, 인류 구성원으로서의 비전 등을 세우기가 만만치 않다. 또 이와 연결되는 문제로 진학 진로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가 이슈로 대두된다.



    ‘대학 진학=성공’ 등식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2005년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어선 데 이어 현재는 70%대를 유지 중이다. 2018학년도부터는 고등학교 졸업자 수가 대학 입학 정원을 밑돈다. 이제 대학 졸업장의 가치보다 어디에서 무엇을 공부했느냐가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2014년 입사지원서를 대학별로 차등 평가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런데 상식적인 대학 순위와 다소 차이가 있었다. 공대 평가가 우수한 대학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중치를 반영한 듯 비춰진 것. 대학 졸업자의 평균 취업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58% 수준이다. 진학컨설팅을 할 때 졸업 후 구직 혹은 취업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를 포함하는지 묻고 싶다. 이제 진학코칭에 선행돼야 할 질문이 있다. 왜 대학에 가는지다. 그 이유가 직업 진로까지 연결되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특성화고교와 2년제 대학 진학이 유리하다면 성적과 무관하게 아이에게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 또 대학 서열이 아닌 전공 기준 선택에 대해서도 지지를 보내야 한다.

    “이과를 보내야 하나요?” 이과가 취업에 유리하다고 하니 학부모의 질문이 빗발친다. 정확히 말해 이과 안에서도 공학계열이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높고, 계속적인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문과 대 이과, 이 역시 기성세대 프레임이다. 최근엔 이과든 문과든 기술에 대한 이해와 인문학 소양이 평균적으로 필요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즉 인간에게 필요한 기술을 추구할 수 있거나 직접적인 기술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학 진로는 이과, 문과 구분이 아닌, 개인 역량과 진로 목표를 결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다만 그 방향에 기술혁신을 활용하거나 기술 제공이 포함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직업 수만큼 성공 방식이 존재한다

    “꿈이 뭐니?” “변호사요.” “법대에 가야겠네.” 직업만 바꾸면 우리가 과거 들었고 또 우리 아이에게도 해주는 코칭 방식이다. 블루칼라, 화이트칼라는 말할 것도 없고 전문직까지 일자리 개수를 위협받고 있다. 변호사로 살아남으려면 자격증만으로는 안 되고 고객 유치에 필요한 임기응변과 관계 전략이 남달라야 한다. 지금도 변호사들이 기업체 대리급, 공무원 6급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지만 로봇의 일자리 대체가 본격화되면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그리고 전문 분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학부 전공이 꼭 법대일 필요도 없다. 의료소송 전문가로 진로를 희망한다면 의대 출신이 유리하지 않겠나.

    무엇보다 다양한 직업에 대한 접근이 부족하다. 제한된 직업에서 출혈경쟁을 하지 않게  다양한 인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우리나라 직업사전에는 직업 1만여 개가 소개돼 있는데 선진국의 2만~3만 개에 비하면 직업의 다양성이 떨어진다. 새로운 직업을 창출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한계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기성세대 식의 줄 세우기는 곤란하다. 직업 수만큼 다양한 성공 방식이 존재하며, 각 분야에서 스타 프로페셔널이 활동한다는 사실을 기성세대가 먼저 깨달아야 한다.

    또 유망 직업을 쫓는 것은 유망하지 않다. 다만 자기 분야가 있고, 산업혁명의 이점을 더해 분야의 혁신을 거듭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앞으로 변호사는 로봇 도움을 받아 고객에게 의뢰 즉시 판례를 무료로 제공하고 결과를 예측해주는 대신, 다른 서비스를 차별화할 수 있다. 기존 직업을 유지하든, 신생 직업을 창조하든 중요한 것은 직업(군)을 찍어주는 것이 직업코칭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온전히 그들 힘으로 진로를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직업코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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