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주인공

보일 듯 말 듯 비치는 명품 시계의 메시지

남자를 더 빛나게 만드는 은연한 조연

  • 민은미 주얼리칼럼니스트

    mia.min1230@gmail.com

    입력2019-09-23 09: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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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좌관’ 홈페이지, ‘60일, 지정생존자’ 홈페이지, ‘로맨스는 별책부록’ 홈페이지]

    [‘보좌관’ 홈페이지, ‘60일, 지정생존자’ 홈페이지, ‘로맨스는 별책부록’ 홈페이지]

    JTBC 드라마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에서 배우 이정재는 늦은 밤, 조명으로 빛나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형님도 나도 가슴에 무궁화(의원 배지) 하나씩 딱 달고 저기 딱 들어가서 공명하고 깨끗한 나라, 모두가 잘사는 나라, 그런 세상 만들어봐요. 세상 한번 바꿔보자.” 

    드라마 속 의원실 보좌관 장태준 역의 이정재는끓어오르는 야심을 숨긴, 차가운 이성을 가진 인물이다. 뛰어난 직관과 냉철한 판단력, 승리를 향한 집중력과 상대의 허점을 파고드는 집요함을 겸비했다.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속 박무진(지진희 분)도 기세가 등등하다. 그는 환경부 장관으로 재임하고 있지만, 입각하기 전에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 교수로 정치와는 전혀 무관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대형 테러사건이 발생해 대통령과 각료들이 사망하면서 ‘백면서생’이 의도치 않게 생존 최고 권력인 대통령 권한대행 자리에 올라 어려운 일을 하나씩 해결해간다. 

    tvN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여주인공인 이혼녀 강단이(이나영 분)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한 연하남이 있다. 



    “갈 데가 왜 없어. 내가 여기 있는데…. 내가 있는 데가 누나 집이야. 언제든지 나한테 오면 되잖아”라고 말하는 남자. 이나영이 계약직으로 일하게 된 출판사의 편집장 차은호(이종석 분)다.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 이정재, 지진희, 이종석의 극 중 개성 있는 패션이 그들의 매력을 한층 더해줬다. 이 세 남자의 패션 특징을 디자이너 양현석 씨는 이렇게 분석했다.

    디자이너가 본 세 남자의 패션

    이정재 옷을 입는다는 것은 자신을 남에게 드러내는 일이다. 이정재는 엘리트 경찰을 그만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다. 보좌관은 격식을 갖춰야 하고, 일도 열심히 해야 하므로 보통은 한 벌의 슈트 스타일이 정석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격식과 활동성을 겸비한 ‘세퍼레이션 스타일’이 두드러진다. 세퍼레이션 착장(着裝)은 재킷과 바지를 다르게 입는 스타일을 뜻한다. 보통 비즈니스 캐주얼 스타일에 많이 활용된다. 세퍼레이션 착장의 핵심은 재킷과 팬츠의 조화다. 이정재는 짙은 네이비 컬러에 짙은 회색 팬츠를 많이 활용했다. 화이트 컬러에 몸판은 줄무늬 패턴이나 블루 색상인 클레릭(옷깃과 소매 끝만 흰색인 셔츠) 셔츠, 단색 넥타이로 스타일을 완성했다. 이정재와는 반대로 기성 정치인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김갑수(송희섭 의원 역)가 포인트를 주려고 컬러나 패턴이 들어간 넥타이를 착용한 것과 대비된다. 

    지진희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이라 슈트가 주를 이뤘지만, 화려하지 않고 컬러도 네이비나 다크네이비로 국한돼 있었다. 아무래도 역할이 그렇다 보니 클래식하면서도 절제된 스타일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 화려한 패턴, 밝은 색상이 들어간 슈트는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보통 슈트를 입어도 셔츠 컬러를 여러 가지로 하거나 줄무늬 패턴이 들어간 셔츠를 매칭하는데, 지진희는 화이트셔츠 차림에 넥타이도 최대한 절제했다. 

    이종석 학창 시절부터 잘나가던 스타 작가이자 편집장으로 나오는 만큼, 패션도 캐주얼이 주를 이뤘다. 겨울이 배경이라 체크 패턴이 들어간 오버코트, 터틀넥 니트와 데님바지, 라운드넥 니트 등이 자주 등장했다. 슈트보다 코트나 재킷을 멋스럽게 소화해냈다. 어떻게 보면 가장 난도가 높은 착장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소재와 컬러까지 모두 신경 써야 완성되기 때문이다. 특히 재킷과 데님, 터틀넥 니트의 조합은 잘못 입으면 촌스러울 수 있지만 넓은 라펠과 데님이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보통 셔츠로 V존을 완성하는 스타일과는 다르게 터틀넥으로 포인트를 줘 캐릭터를 살렸다. 

    세 남자가 모두 극 중 인물의 개성을 살린 의상을 입고 나온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세 남자의 서로 다른 패션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주인공을 닮은 듯한,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시계를 착용했다는 점이다. 시계는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소매 사이로 슬쩍슬쩍 보일 때 은연한 존재감을 돋보이게 만든다.

    이정재의 시계, 예거 르쿨트르

    이정재의 시계 ‘리베르소 클래식 라지 듀오페이스 스몰 세컨즈’(위)와 예거 르쿨트르 부티크 전경. [‘보좌관’ 홈페이지, 예거 르쿨트르 홈페이지]

    이정재의 시계 ‘리베르소 클래식 라지 듀오페이스 스몰 세컨즈’(위)와 예거 르쿨트르 부티크 전경. [‘보좌관’ 홈페이지, 예거 르쿨트르 홈페이지]

    이정재의 시계는 스위스 예거 르쿨트르의 ‘리베르소 클래식 라지 듀오페이스 스몰 세컨즈’ 모델이다. 예거 르쿨트르는 스위스 앙트완 르쿨트르가 1833년 창립한 브랜드다. 이 시계는 실용적이면서도 클래식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울린다. 6시 방향에 초를 알려주는 스몰 세컨즈를 원형으로 배치해 리베르소 컬렉션의 핵심이자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아르데코 스타일’을 구현했다. 1920년대 예술 양식인 아르데코에서 모티프를 얻은 스타일로 기하학적 패턴이나 라인 구성이 특징이다. 

    실제로 앞면 다이얼은 아라비아 숫자와 바통 핸즈, 기찻길 모양의 미니트랙으로 리베르소의 특징을 나타냈다. 뒷면 다이얼은 다른 시간을 나타내는 세컨드 타임존과 낮밤 인디케이터 기능으로 여행지의 오전과 오후 시간대를 확인할 수 있다. 양면을 모두 착용할 수 있으니 마치 2개의 시계를 구입한 것과도 같다.
     
    이 시계는 극 중에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야망을 가진 보좌관 이정재의 안정감과 클래식함을 표현하는 동시에 실용성까지 살려 캐릭터를 더 빛나게 만들었다. TPO(Time, Place, Occasion)에 따라 2개의 다이얼로 자유롭게 연출이 가능하며, 핑크골드 소재의 가죽 스트랩이다. 가격은 2640만 원으로 알려져 있다.

    지진희의 시계, 태그호이어

    ‘모나코 크로노그래프’(오른쪽)를 착용한 ‘60일, 지정생존자’의 지진희와 태그호이어 부티크의 내부 전경. [‘모나코 크로노그래프’(오른쪽)를 착용한 ‘60일, 지정생존자’의 지진희와 태그호이어 부티크의 내부 전경., 태그호이어 홈페이지]

    ‘모나코 크로노그래프’(오른쪽)를 착용한 ‘60일, 지정생존자’의 지진희와 태그호이어 부티크의 내부 전경. [‘모나코 크로노그래프’(오른쪽)를 착용한 ‘60일, 지정생존자’의 지진희와 태그호이어 부티크의 내부 전경., 태그호이어 홈페이지]

    지진희의 시계는 태그호이어의 ‘모나코 크로노그래프’. 태그호이어는 1860년 스위스 상티미에에서 창립했다. 이름인 태그(TAG·Techniques d’Avant-Garde·혁신적 기술)에서도 드러나듯 ‘혁신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브랜드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낸 것이 지진희가 착용한 제품이다. ‘모나코 크로노그래프’는 1969년 탄생한, 세계 최초의 사각형 방수시계인 모나코 컬렉션의 초기 모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고 한다. 시계 다이얼은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로 장착돼 있다. 백케이스 또한 칼리버 12 무브먼트(동력장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스켈레톤으로 돼 있다. 스틸 소재로 3시와 9시 방향 크로노그래프와 클래식한 악어가죽 줄까지 모나코 라인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디자인을 담아냈다. 큰 사이즈의 다이얼, 검은색 악어가죽 밴드가 드라마 속 지진희의 슈트나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무게감과도 조화를 이룬다. 가격은 669만 원이다.

    이종석의 시계, 오메가

    이종석의 시계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150M’과 오메가 부티크 외부 전경(왼쪽부터). [오메가 홈페이지, ‘로맨스는 별책부록’ 홈페이지]

    이종석의 시계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150M’과 오메가 부티크 외부 전경(왼쪽부터). [오메가 홈페이지, ‘로맨스는 별책부록’ 홈페이지]

    이종석이 착용한 시계는 오메가 제품이다. 오메가는 1848년부터 현재까지 시계 역사의 기술과 디자인 발전에서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정밀도와 성능, 모방할 수 없는 섬세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최고 시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정확성이 생명인 국제스포츠대회, 올림픽의 공식 타임키퍼이기도 하다. 

    이종석은 원형 다이얼로 된 ‘씨마스터 다이버 300M’과 ‘드 빌 프레스티지’ 컬렉션의 다양한 모델을 TPO별로 착용했다. 이정재, 지진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시계다.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150M 오메가 코-액시얼 마스터 크로노미터 41MM’은 이종석이 라운드넥의 니트와 함께 착용한 블루 컬러의 시계로, 캐주얼과 어울리는 스포티하면서도 모던한 스타일이다.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는 오랜 해양 탐험의 전통을 기념하는 제품으로 직경 41mm의 케이스는 18K 골드 소재다. 태양광 패턴의 블루 다이얼은 최고급 보트의 나무 데크를 연상케 한다. 가격은 2080만 원. 

    이들 세계적인 명품 시계는 세 남자 말고도 유명한 영화들에 이미 등장했다. 지진희가 찬 모나코는 전설적 배우이자 태그호이어 홍보대사인 스티브 매퀸이 영화 ‘르망’에서 착용했던 시계다. 이종석이 착용한 씨마스터 컬렉션은 오메가의 가장 대표적인 라인으로, ‘007 시리즈’ 제임스 본드 시계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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