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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주인공

7월의 보석 루비, 반전 장면에 더 빛나

사랑과 정열의 상징

7월의 보석 루비, 반전 장면에 더 빛나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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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허전해.” 

빨간색 이브닝 드레스를 차려입은 여자를 보며 남자가 말한다. 

“글쎄요. 이 드레스에는 더 이상 어울릴 만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여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작은 상자 하나를 내민다. 상자에는 하트 모양의 붉은색 루비가 세팅된 목걸이가 들어 있다. 남자는 에드워드(리처드 기어 분), 여자는 비비안(줄리아 로버츠 분). 1990년 개봉한 영화 ‘귀여운 여인’의 한 장면이다. 깜짝 놀라는 비비안에게 에드워드가 빨간 드레스에 어울리는 붉은색 루비 목걸이를 손수 걸어주고, 둘은 에드워드의 전용 제트기를 탄 뒤 오페라극장으로 향한다.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볼 만한 장면이 아닐까. 

이 영화는 전형적인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다. 부유한 사업가 에드워드가 우연히 콜걸 비비안의 도움을 받고 순진무구함에 매력을 느껴 사랑에 빠지는 그런….




‘귀여운 여인’의 하이라이트

[영화 ‘귀여운 여인’ 화면 캡처]

[영화 ‘귀여운 여인’ 화면 캡처]

이 영화를 더욱 로맨틱하게 만든 보석이 7월의 탄생석 루비다. 루비 목걸이의 등장은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에드워드가 자신의 친구에게 비비안이 매춘부임을 밝히자 친구는 비비안의 약점을 이용해 희롱하고, 비비안은 이 일로 에드워드와 다투게 된다. 에드워드와 비비안의 ‘화해’를 위한 매개로 등장하는 소품이 바로 루비 목걸이다. 

비비안이 에드워드가 보여준 목걸이를 만지려는 순간, 에드워드가 보석 상자 뚜껑을 닫으면서 장난을 치자 놀란 비비안이 환하게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됐다. 비비안의 환한 웃음 덕에 루비 목걸이에 더 큰 관심이 쏠렸다. 이 장면을 연출한 게리 마셜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목걸이 신(scene)에 대해 “촬영 당시 피곤해하던 줄리아 로버츠를 깨우려고 리처드 기어와 함께 그녀가 보석 상자에 손대면 뚜껑을 닫기로 했다”고 후일담을 소개했다. 각본에 없던 장면이라는 얘기다. 마셜 감독은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로버츠의 환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 웃음은 순수하고 매력적이었고, 장난처럼 연출된 이 장면이 영화의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고 회고했다. 

당시 23세였던 줄리아 로버츠(1967년생)는 이 영화의 성공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두 번째 올랐고, 두 번째 골든글로브상도 수상했다. 젊은 배우로서 보기 드물게 입지를 굳힌 셈이다. 그때 리처드 기어(1949년생)는 41세였다.


보석의 왕이자 7월의 탄생석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에드워드와 비비안의 ‘화해’를 위한 매개로 등장하는 소품이 바로 루비 목걸이다. [영화 ‘귀여운 여인’ 화면 캡처]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에드워드와 비비안의 ‘화해’를 위한 매개로 등장하는 소품이 바로 루비 목걸이다. [영화 ‘귀여운 여인’ 화면 캡처]

영화 속 루비 목걸이는 모조품을 가져다 소품으로 쓴 것이 아니라 진품이었다. 프랑스 주얼리디자이너 프레드 사무엘(Fred Samuel)이 만들었다. 그는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이다. 전 세계에 부티크를 보유하고 있고, 국내 백화점과 면세점에서도 그의 FRED 부티크를 찾을 수 있다. 그가 디자인한 루비 목걸이는 18K 화이트골드 소재에 총 23개의 루비가 세팅돼 있다. 각각의 루비에는 다이아몬드가 루비를 둘러싼 모습으로 돼 있으며, 루비와 루비를 잇는 이음 부분은 다이아몬드로 세팅돼 실제로는 ‘루비+다이아몬드’ 목걸이다. 

극중에선 25만 달러(약 3억 원)라고 설정돼 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고가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루비 목걸이 장면을 촬영할 때는 루비 목걸이를 경호하기 위한 가드가 입회했을 정도라고 한다. 

루비는 7월의 탄생석으로 흔히 ‘보석의 왕’으로 불린다. 루비(Ruby)라는 이름은 빨간색을 의미하는 라틴어 루베르(Ruber)에서 유래했다. 동양권에선 이를 홍옥(紅玉)이라고 불렀다. 경도가 9로,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단단하며 산출량이 적어 희소성까지 갖췄다. 미얀마, 스리랑카, 모잠비크, 태국 등이 루비의 주요 산지다. 스리랑카에는 왕비를 위해 왕이 궁전을 세울 때 기둥에 루비를 박아 밤에도 궁전이 어둡지 않게 했다는 전설도 있다. 루비는 빨간색 보석의 대명사로 통하지만 순수한 원석(강옥)은 무색으로 투명하다. 다만 광물 내 소량 포함된 발색소 크롬(Cr)에 의해 빨간색을 띠게 된다. 강옥 중 빨간색을 띠면 루비, 파란색을 띠면 사파이어다. 

14세기 전까지는 루비보다 사파이어가 더 사랑받았지만 14세기를 기준으로 지위가 역전됐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빨간색이 연상케 하는 것은 불(火)과 피(血)다. 루비가 뜨겁고 정열적인 것, 강력한 힘, 권위를 상징하다 보니 많은 유럽 궁중화가가 그린 영국 왕실의 헨리 8세, 엘리자베스 1세, 제임스 1세 등의 초상화에 루비가 등장하게 됐다. 이렇게 왕관이나 왕의 복식을 치장하던 보석으로 쓰이면서 결국 ‘보석의 왕’이라는 지위를 얻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뿐 아니라 강력한 힘의 상징으로도 자주 등장한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과 ‘왕좌의 게임’

인피니티 스톤을 떠올리게 하는 주얼리를 착용한 브리 라슨(왼쪽)과 스칼릿 조핸슨. [구글 이미지]

인피니티 스톤을 떠올리게 하는 주얼리를 착용한 브리 라슨(왼쪽)과 스칼릿 조핸슨. [구글 이미지]

4월 한국에서 개봉돼 외화 흥행 1위에 오른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서 루비는 다시 한 번 강력한 파워의 상징으로 등장했다. 영화에는 무한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전지전능한 6개의 돌이 나오는데, 각각 시공간 이동 능력, 영혼 지배 능력, 강력한 파괴 능력 등을 지니고 있다. 이 돌(‘인피니티 스톤’)을 악당 타노스로부터 되찾아 지구와 우주를 구한다는 것이 영화의 스토리다. 


6개의 돌, 즉 인피니티 스톤을 장착한 ‘인피니티 건틀릿(Infinity Gauntlet)이라고 부르는 타노스의 장갑. 리얼리티 스톤은 ‘현실 조작’이라는 강력한 힘을 가진 스톤이다. 이 리얼리티 
스톤이 루비를 연상케 하는 빨간색이다. [픽사베이 이미지 사이트]

6개의 돌, 즉 인피니티 스톤을 장착한 ‘인피니티 건틀릿(Infinity Gauntlet)이라고 부르는 타노스의 장갑. 리얼리티 스톤은 ‘현실 조작’이라는 강력한 힘을 가진 스톤이다. 이 리얼리티 스톤이 루비를 연상케 하는 빨간색이다. [픽사베이 이미지 사이트]

그런데 영화에 등장하는 ‘스톤’은 그 자체가 보석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보석은 영어로 ‘젬(gem)’ ‘젬스톤(gemstone)’ 혹은 ‘스톤(stone)’이다. 영화 속 6개의 돌은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 보라색, 초록색, 황색으로 이뤄져 있다. 6개의 돌 중 강력한 현실 조작 능력을 가진 ‘리얼리티 스톤’은 꼭 루비를 연상케 하는 빨간색이었다. 


‘왕좌의 게임’에서 붉은 머리, 붉은 눈을 가진 아름다운 멜리산드레는 루비 초커를 하고 나온다. [위키피디아]

‘왕좌의 게임’에서 붉은 머리, 붉은 눈을 가진 아름다운 멜리산드레는 루비 초커를 하고 나온다. [위키피디아]

미국 HBO의 판타지 TV 시리즈 ‘왕좌의 게임’에도 루비 목걸이가 등장한다. 조지 R.R. 마틴의 원작 ‘얼음과 불의 노래’를 바탕으로 만든 ‘왕좌의 게임’은 2011년 시즌1을 방영한 이후 올해 시즌8까지 이어진 HBO의 최고 히트작 가운데 하나다.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독특한 캐릭터인 멜리산드레(캐리스 밴 허슨 분)는 왕이 될 인물을 선택해 섬기는 여사제로 예지 능력을 지녔다. 그는 붉은 머리에 언제나 붉은 옷을 입는 레드우먼이다. 그의 캐릭터에 화룡점정을 찍은 것이 바로 루비 초커(목에 딱 붙게 착용하는 목걸이)다. 젊고 아름다운 그는 루비 초커를 빼자 수백 살은 돼 보이는 백발 노인으로 변했다. 백발 노인이 루비 초커로 인해 젊음이라는 힘을 얻는다는 설정이었다. 

악당들이 희귀한 보석을 훔쳐 레이저 캐넌의 발원체로 쓴다는 영화나 만화도 종종 볼 수 있다. 실제로 루비는 레이저의 발원체로 사용된다. 인류가 최초로 레이저를 발견했을 때 이용한 것이 바로 합성 루비의 결정(結晶)이었다. 7월의 탄생석 루비는 사랑뿐 아니라 힘의 상징이다.






주간동아 2019.07.19 1198호 (p58~60)

  • 민은미 주얼리칼럼니스트 mia.min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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