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승경의 ON THE STAGE

관객과 외치는 가슴 뭉클한 자유의 함성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

  • 공연칼럼니스트·공연예술학 박사

    lunapiena7@naver.com

    입력2019-07-0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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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PL엔터테인먼트]

    [사진 제공 · PL엔터테인먼트]

    언제부턴가 TV 예능프로그램에 ‘스왜그(Swag)’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이 단어의 어원은 영국의 세계적인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로 올라간다. 거장이 연극 ‘한여름밤의 꿈’에서 ‘건들거리며 만끽하다’는 의미로 스왜거(swagger)라는 단어를 쓴 것이 그 시작. 영문학도나 알 법한 이 단어가 전 세계로 퍼진 것은 힙합 음악의 영향이었다. 1980년대 힙합 음악계에서 스왜그를 ‘멋진 모습’ 정도의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은 ‘2018년 우수크리에이터 발굴 지원 사업’과 ‘2019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산실-올해의 레퍼토리 뮤지컬 부문’에 선정됐다. 그만큼 가능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작품 배경은 스왜그 넘치는 조선시대. 실제 조선시대에는 성리학을 국가이념으로 삼았기에 강렬하게 노래 부르는 것 자체를 경시하고 천시했지만, 뮤지컬 속 ‘조선’은 다르다. 통렬한 ‘시조(時調)’ 읊기를 적극 권장한다. ‘조선시조자랑’이라는 경연대회도 연다. 국가 최대 규모의 행사다. 백성들은 반주 없이 일정한 가락을 붙여 노래하면서 고단하고 서글픈 삶의 시름과 고통을 달래고 풍자하며 이겨낸다.

    시조 속 풍자가 집권 세력의 권력을 위협하자 양반인 송홍국은 흉계를 꾸민다. 현명해지는 백성들의 눈과 귀를 막으려 ‘조선시조자랑’을 무력화하려는 것. 행사를 관장하던 평민 출신 시조대판서 홍자모는 역모를 꾀했다는 누명을 쓰고 실각한다. 이로써 평민은 더는 시조를 즐길 수 없게 됐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양반들은 임금(주민우 분)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부정부패를 일삼으며 백성들의 피와 땀을 착복한다. 그들의 사리사욕으로 경제는 도탄에 빠지고 백성들이 흘리는 한탄의 눈물은 마를 날이 없다. 이에 비밀 사조직 골빈당(骨彬黨·뼛속까지 빛나는 무리)이 권력자들의 악행을 파헤치는 시조를 다시 읊기 시작한다. 골빈당의 맏형 십주와 진, 그리고 삼인방(장재웅·정선기·정아영 분) 등 5명은 억울하게 죽은 홍자모의 아들인 단을 만나 새로운 세상을 다짐한다.




    [사진 제공 · PL엔터테인먼트]

    [사진 제공 · PL엔터테인먼트]

    이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은 참신함이다. 특히 전통시조에 힙합과 랩 요소를 섞은 음악이 매력적이다. 전통시조 하면 교과서에서나 보던 난해한 시조가 떠오른다. 하지만 극 속 시조는 자유로운 형식의 사설시조로 현재의 랩에 가깝다. 조선을 배경으로 한 힙합 뮤지컬인 셈이다. 

    배우들이 선사하는 역동적이고 화려한 안무와 감각적인 조명도 무대를 풍성하게 해 객석을 고조시킨다. 마지막 커튼콜에서는 가슴이 뭉클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객석과 무대 위 배우들이 함께 노래 부르며 막을 내리는 것. 극장을 빠져나와도 여운처럼 중독성 있는 뮤지컬의 가사 “오에오! 오에오!” “새로운 세상!”이 한참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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