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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도원의 맛 선사하다

호주 마거릿 리버의 와이너리 ‘제너두’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9-01-07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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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서부 마거릿 리버에 위치한 제너두 와이너리의 포도밭. [사진 제공 · ㈜코스모엘앤비]

    호주 서부 마거릿 리버에 위치한 제너두 와이너리의 포도밭. [사진 제공 · ㈜코스모엘앤비]

    올리비아 뉴턴존이라는 호주 출신 여가수가 있다. 1970~80년대를 휩쓸던 그는 청순한 외모만큼이나 목소리도 상큼했다. 그가 부른 노래 중 제너두(Xanadu)라는 곡이 있다. 제너두란 우리말로 무릉도원이라는 뜻.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제너두라는 와인이 떠오른다. 제너두의 달콤한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면 아름다운 포도밭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다. 

    제너두는 호주 서부의 와인 생산지 마거릿 리버(Margaret River)에서 나오는 와인이다. 마거릿 리버는 퍼스(Perth)에서 남쪽으로 약 270km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호주 남서부 끝에 위치한 이곳이 와인산지로 개발된 것은 50년 전이다. 온화한 날씨, 시원한 해풍, 자갈과 토사가 섞여 물 빠짐이 좋은 토양 등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에 완벽한 조건을 갖췄다. 덕분에 마거릿 리버의 와인은 호주 전체 와인 생산량의 3%에 불과하지만 프리미엄 와인 시장은 20%나 점유할 정도로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와이너리 제너두는 1977년 아일랜드 출신 존 래건(John Lagan)이 설립했다. 그는 마거릿 리버의 아름다운 자연이야말로 자신이 꿈꾸던 이상향이라는 생각에 와이너리를 제너두라 이름 지었다. 역사는 길지 않지만 제너두 와인은 많은 상을 휩쓸었다. 2014년에는 제너두가 유명 와인평론가 제임스 홀리데이로부터 ‘올해의 와이너리’로 선정됐고, 2015년에는 제너두 샤르도네(Chardonnay)가 최우수 화이트 와인, 최우수 샤르도네 등 여러 상을 받았다. 한 달 전에는 2016년산 제너두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 호주 최고 영예인 지미 왓슨(Jimmy Watson)상을 받았다. 

    제너두의 수석 와인메이커 글렌 구달.

    제너두의 수석 와인메이커 글렌 구달.

    제너두의 성공에는 와인메이커 글렌 구달(Glenn Goodall)의 공로가 크다. 1999년부터 제너두에서 일한 그는 자신이 ‘포도밭 파수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와인은 자연이 만들며 자연을 온전히 담아낼수록 좋은 와인이라는 것이다. 그런 와인을 만들고자 구달은 항공 사진까지 동원해 토양의 성질을 파악했고, 와인을 만들 때는 오크 사용을 최대한 자제해 마거릿 리버 특유의 순수한 과일향이 충분히 살아나도록 했다. 

    제너두 샤르도네 와인. (왼쪽) 제너두 카베르네 소비뇽. [사진 제공 · ㈜코스모엘앤비]

    제너두 샤르도네 와인. (왼쪽) 제너두 카베르네 소비뇽. [사진 제공 · ㈜코스모엘앤비]

    제너두 샤르도네는 배, 자몽, 복숭아 등 과일향이 상큼하고 고소한 견과류향과 은은한 꽃향이 어우러져 복합미가 탁월하다. 화이트 와인이지만 묵직하고 부드러워 닭고기나 오리고기 같은 가금류 요리와 잘 어울린다. 제너두 카베르네 소비뇽은 검은 자두, 딸기, 블랙베리 등 베리향이 농밀하며 계피와 바닐라 같은 향신료향이 고급스럽다. 돼지고기나 쇠고기와 즐기면 강건한 타닌이 한층 더 매력을 발산한다. 



    제너두 한 병을 열고 그 향긋함을 음미하며 작은 소망을 빌어본다. 2019년은 모두가 꿈꾸는 이상향에 조금은 더 가까워지는 한 해가 되기를. 제너두는 레스토랑, 와인숍, ㈜코스모엘앤비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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