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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미식세계

아재부터 걸그룹까지 몽땅 사로잡은 곱창구이

찬바람 불어오면 절로 그리워지는 맛

아재부터 걸그룹까지 몽땅 사로잡은 곱창구이

올해 더위가 시작될 즈음 ‘곱창 바람’이 함께 불었다. 깔끔하고 세련된 곳에서 살 안 찌는 음식만 골라 먹을 것 같은 한 걸그룹의 멤버가 몸소 ‘곱창 흡입’을 보여준 것이 계기였다. 혼자 먹는 곱창, 즉 ‘혼곱’을 즐기며 오로지 앞에 놓인 음식에만 집중해 맛좋게 먹는 모습을 보니 ‘나도 한입 먹고 싶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육고기를 즐기지 않고 곱창 같은 내장은 입에도 대지 않는 엄마도 지나가는 말로 “쟈는 뭘 저렇게 맛있게 먹노?”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곱창을 좋아하는 이들의 식욕과 곱창이 궁금하던 사람들의 호기심이 얼마나 자극받았을까 싶다.


예능프로그램 하나에 몸값 올라간 곱창

다양한 부위를 맛보는 모둠 곱창구이. 곱창집의 애피타이저 생간과 처녑(오른쪽).

다양한 부위를 맛보는 모둠 곱창구이. 곱창집의 애피타이저 생간과 처녑(오른쪽).

나는 내장 부위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아끼며 다니는 곱창집 목록과 집 주변에 언제든 갈 수 있는 단골집을 늘 마련해둔다. 하지만 곱창 바람이 거세게 불다 보니 먹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른 채 그 바람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찬바람이 살살 불면서 곱창 바람이 조금 밀려나나 싶어 최근 단골집에 들렀지만 상황은 비슷했다. 곱창이 부족해 다른 부속 고기와 섞어 파는 ‘모둠’ 메뉴만 가능하단다. 모둠 하면 대개 소창, 대창, 양, 벌집양, 처녑, 막창, 간, 허파 등을 골고루 함께 구워 먹는 것이다. 다양한 부위가 섞여 있어 각각의 씹는 맛과 풍미를 즐길 수 있지만 고소한 곱이 꽉 찬 곱창부터 골라 먹게 된다. 게다가 앞으로도 계속 귀하다니 욕심 많은 손이 더 분주해진다. 

우리가 곱창집에서 먹는 소의 내장은 작은창자인 소창, 큰창자인 대창, 그리고 위장 부위가 대부분이다. 내장은 손질이 까다롭고 신선할 때 먹어야 하는 재료다. 사실 뜨거운 불판에 올라 우리 앞에 놓이는 내장 부위는 고된 정화의 과정을 거친다. 소창과 대창은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깨끗이 씻은 다음 잡내가 나지 않게 삶는다. 삶은 곱창은 뜨거울 때 일일이 기름기를 떼어내야 한다. 기다란 창자 겉에 흰 기름기가 길게 달려 있는데 가위로 하나하나 잘라낸다. 그래야 구워 먹을 때 기름이 덜 나오고, 입안에서도 쫄깃한 곱창과 고소한 곱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창자를 씻는 노하우도 집집마다 다르다. 소주, 소금, 밀가루 등으로 주물러 씻고, 삶을 때도 소주를 비롯해 된장과 각종 향신료, 말린 허브, 때로는 분유를 넣어 냄새를 없애고 부드럽게 만든다. 이런 손질 과정에서 곱창의 곱이 빠지지 않게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소의 위장은 4개로 구분된다. 양, 벌집양, 처녑, 막창이다. 내장을 즐겨 먹는 사람이라면 다들 군침부터 삼키는 부위다. 도톰한 양은 꼬들꼬들해 씹는 맛이 아주 좋다. 게다가 위 전체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양도 많이 나온다. 구이, 전골 등 무엇을 주문해도 ‘양’만큼은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 양 중에서도 유난히 근육조직이 몰려 있는 부위를 ‘양깃머리’라고 한다. 이 부위는 따로 구워 파는 메뉴가 있을 정도로 기름진 고소함과 아삭거리는 씹는 맛이 독특해 마니아 부류가 따로 있다. 

벌집양과 처녑은 양보다 부드러운데 구수한 맛이 난다. 정말 벌집처럼 생긴 벌집양은 구워 먹기보다 전골이나 해장국에 많이 넣어 먹는다. 처녑은 싱싱한 간과 함께 곱창집이나 육회집의 웰컴 푸드 역할을 톡톡히 하는 부위다. 잘 손질한 처녑은 맛이 깨끗하고 톡톡 씹히는 식감이 좋다. 배릿하고도 고소한 맛으로 즐기는 간과 함께 먹으면 궁합이 아주 좋다. 소의 마지막 위장이라고 해 막창으로 불리는 홍창(색이 연한 분홍이다)은 비교할 재료가 없을 정도로 독특한 풍미와 쫄깃한 맛이 특징이다. 주로 구워먹는다. 대구 일대에서는 된장과 비슷한 묽은 장에 부추,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 넣어 만든 양념에 소막창구이를 찍어 먹는데, 이게 별미다.


부산물 적고, 손질 까다로워 비쌀 수밖에

얼큰하게 먹는 곱창전골(왼쪽). 깨끗하게 손질해 구운 양깃머리구이.

얼큰하게 먹는 곱창전골(왼쪽). 깨끗하게 손질해 구운 양깃머리구이.

양, 처녑, 벌집양 역시 털 같은 돌기나 커다란 홈이 있어 손질이 쉽지 않다. 다양한 이물질이 끼기에 좋은 구조라 원심분리기 같은 세척기에 넣어 탈탈 털어 씻는다. 이때 차가운 물로 씻으면 양의 색이 검은색 그대로 남아 있고, 뜨거운 물로 씻으면 검은색이 빠져 뽀얀 살코기처럼 된다. 각각 흑양, 깐양(백양)이라고 부른다. 깨끗이 씻은 위장 부위도 초벌로 삶아 일일이 기름기를 잘라내야 한다. 넓은 면적에 골고루 끼어 있는 기름기를 자르는 일 역시 쉽지 않다. 깔끔하게 다듬은 커다란 고기는 다루기 쉽게, 조리하기 편하게 다양한 크기로 자른다. 

이외에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소 부산물은 여러 가지다. 간, 신장, 심장, 허파, 울대, 힘줄, 애기보 등이 있는데 주연보다 전골이나 해장국에 들어가는 조연을 맡는다. 하지만 요리에 사용하기 위해 손질하고 가공하는 과정은 주연급 못지않게 힘이 든다. 

소 한 마리를 도축하면 우리가 흔히 먹는 고기, 고기 외에 먹을 수 있는 부산물, 그리고 사람이 먹을 수 없는 부위와 지방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고기는 안심, 등심, 갈비, 우둔 같은 정육이며 부산물은 앞에서 설명한 내장과 우설, 우족, 꼬리 등이 포함된다. 정육에 비해 부산물의 가격이 훨씬 낮지만 우리가 먹는 소곱창의 가격은 결코 싸지 않다. 내장을 다루는 노고를 생각하면 지불할 만하다고 여겨진다. 

서울지하철 7호선 논현역 근처의 먹자골목에 있는 ‘함지곱창’은 곱창 바람이 불기 전에도 문전성시를 이루던 집이다. 미아사거리 먹자골목에도 숨은 곱창 강자가 있는데 바로 ‘삼성곱창’이다. 그 주변에 개성 넘치는 곱창집이 여럿 있지만 이만큼 고소하고 쫄깃한 곱창 그대로의 맛을 잘 살려 구워주는 집은 없다. 마지막으로 ‘성북동소곱창’은 꼼꼼히 손질한 대창과 소창을 깔끔하게 플레이팅해 내놓는 몇 안 되는 곱창집이다. 양념으로 범벅한 채소 대신 양파, 대파, 버섯 등을 큼직하게 썰어 함께 굽기 때문에 곱창의 제맛을 즐기기 좋다.




주간동아 2018.10.19 1160호 (p74~75)

  •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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