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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경의 on the stage

두 마리 개로 바라보는 우리의 현실

연극 ‘그 개’

두 마리 개로 바라보는 우리의 현실

[사진 제공 · 세종문화회관]

[사진 제공 · 세종문화회관]

요즘처럼 연휴가 많은 날에는 유기견보호센터에 유기견이 넘쳐난다. 반면 애견호텔은 예약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호황을 누린다. 기르는 사람에 따라 개는 가족이 되기도 하고, 버려지는 장난감이 되기도 하는 엇갈린 운명을 맞는다. 개는 말 못하는 한낱 ‘미물’이라며 업신여김을 당하기도 하지만, 삼국시대 이전부터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영특하고 신비스러운 ‘영물(靈物)’로 칭송받기도 한다. 그래서 소와 돼지의 먹이는 ‘쇠죽’ ‘돼지죽’으로 부르는 반면, 개의 먹이는 ‘개밥’이라고 하나 보다. 

여기 개 2마리가 있다. 넓디넓은 대저택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11세 반려견 ‘보쓰’(유원준 분)는 홀로 사는 제약회사 장 회장(윤상화 분)의 유일한 벗으로 초특급대우를 받고 있다. 반면 ‘무스탕’(안다정 분)은 유기견으로 틱장애를 앓고 있는 외톨이 여중생 해일(이지혜 분)의 둘도 없는 친구다. 


[사진 제공 · 세종문화회관]

[사진 제공 · 세종문화회관]

해일의 아버지(유성주 분)는 장 회장 운전기사로 경제형편이 그리 넉넉지는 않지만 같은 빌라에 사는 선영(신정원 분)에게 해일의 미술 과외를 맡기는 등 기꺼이 뒷바라지를 한다. 선영의 남편 영수(김훈만 분)는 해일의 틱장애가 세 살배기 아들 별이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칠까 싶어 처음에는 반대하지만 아내의 뜻에 따른다. 그러던 중 이들 부부에게 ‘그 개’ 때문에 비극적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개들도 견주의 사회적 신분에 따라 차별을 받는다. 개가 잘못해도 견주가 강자면 개는 처벌을 면하고, 견주가 약자면 개 역시 고통받고 책임을 져야 하는 형국인 것이다. 


[사진 제공 · 세종문화회관]

[사진 제공 · 세종문화회관]

연극 ‘그 개’에는 김은성 작가 특유의 가슴 쓸어내리는 강력한 어법이 담겨 있다. 그러나 불친절하게 풀어낸 모호한 결말은 ‘보기 없는’ 객관식 문제를 관객에게 안겨준다. 구체적인 이야기 구성에 실핏줄처럼 연결되는 복잡한 인물 설정은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장 회장의 가족사, 엄마와 따로 사는 해일이네 이야기, 장 회장의 인간미 없는 짝사랑 라인까지 따라가다 보면 배는 산으로 간다. 

크고 작은 차이는 있지만, 연극 속 다세대주택 인물들은 바로 내 이야기다. 살다 보면 우리는 이치에 어긋나는 일을 도처에서 맞닥뜨린다. 한 손으로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손가락질하지만, 다른 한 손으로는 어떻게 더불어 살아야 할지 고민한다. 비정한 승자 독식이 범람하는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약자들의 이야기가 너무 광활하다. 분명 찐빵은 먹었는데 ‘앙꼬’의 단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주간동아 2018.10.12 1159호 (p79~79)

  • | 공연칼럼니스트·공연예술학 박사 lunapiena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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