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54

2018.09.05

김민경의 미식세계

얼마나 맛있고 기특했으면 ‘갈비’라는 애칭이 붙었나

춘천 닭갈비부터 태백 물닭갈비까지

  • 입력2018-09-04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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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닭갈비의 대명사 철판닭갈비. [사진 제공·김민경]

    춘천 닭갈비의 대명사 철판닭갈비. [사진 제공·김민경]

    ‘갈비’가 들어간 음식은 다양한데 대부분 맛있다. 종류로는 소갈비, 돼지갈비, 양갈비, 닭갈비와 특이한 고갈비가 있다. 부위나 모양으로는 왕갈비, 본갈비, LA갈비, 등갈비로 나뉘고 맛으로는 생갈비, 찜갈비, 양념갈비, 떡갈비, 매운갈비, 젓국갈비 등이 있다. 여기에 지역 이름이 붙은 이동갈비, 수원갈비는 물론, 어디에 굽는지 알려주는 숯불갈비, 연탄갈비, 짚불갈비도 있다. 고등어로 만든 고갈비와 닭갈비를 제외하면 모두 갈비뼈에 붙은 고기와 이로 만든 요리를 일컫는다. 

    닭갈비는 강원 춘천이 유명한데 본래 닭불고기였다. 닭갈비가 춘천에서 시작된 때는 1950~60년대 닭불고깃집이 생기면서라고 알려져 있다. 이후 70년대 초반 춘천시 명동 뒷골목에 ‘대성닭갈비’ ‘뚝배기집’ ‘육림’ ‘우미’라는 4곳의 닭갈비 식당이 생겼고, 80년대 30여 개 식당이 들어서면서 ‘춘천 닭갈비 골목’이 형성됐다. 

    닭갈비는 양이 푸짐한데 가격은 비교적 저렴하고 맛도 좋으며 마지막에 밥까지 볶아 먹을 수 있어 알뜰살뜰한 외식 메뉴로 자리 잡았다. 게다가 연인 같은 남녀가 방문하면 볶음밥으로 뜨거운 하트를 만들어주기까지 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춘천 닭갈비’는 넓은 무쇠 철판에 닭고기와 채소 등을 볶아 먹는 음식이다. 먹기 좋게 한입 크기로 썬 닭고기를 매콤달콤한 양념장에 재워두었다 고구마, 양배추, 대파, 깻잎, 떡 등을 넣고 철판에 볶아 만든다. 고기와 채소를 어느 정도 먹고 나면 김, 송송 썬 김치, 깻잎, 참기름을 넣어 밥을 볶아 먹는다. 철판닭갈비는 집집마다 양념 비법이 다르지만 대체로 맛있다. 

    소금으로 간한 숯불닭갈비. (위) 고추장 양념의 매콤한 숯불닭갈비. [사진 제공·김민경]

    소금으로 간한 숯불닭갈비. (위) 고추장 양념의 매콤한 숯불닭갈비. [사진 제공·김민경]

    반면 숯불닭갈비를 맛있게 하는 집은 드물다. 숯불 닭갈비는 닭 넓적다릿살을 손질해 얇게 펼쳐 양념에 재워두었다 석쇠에 구워 먹는 음식이다. 닭고기를 재우는 양념 종류도 다양하다. 잡냄새를 없앤 닭고기에 소금과 다진 마늘로만 가볍게 양념한 것은 물론, 철판닭갈비에 쓰이는 고추장 양념, 달고 짭조름한 매력이 있는 간장 양념 등이 있다. 철판닭갈비가 다양한 닭고기 부위와 푸짐한 채소를 함께 맛볼 수 있는 반면, 숯불닭갈비는 야들야들하고 풍미 좋은 고기를 오롯이 즐기는 기쁨이 있다. 때마침 춘천시에서 춘천닭갈비막국수축제가 8월 28일부터 9월 2일까지 열린다. 

    강원 태백의 명물 물닭갈비. [사진 제공·김민경]

    강원 태백의 명물 물닭갈비. [사진 제공·김민경]

    태백에 가면 물닭갈비가 있다. 넓고 움푹한 그릇에 재료를 산처럼 쌓아준다. 닭갈비, 우동, 쫄면, 떡, 고구마 등은 예상할 수 있는 닭갈비의 보조 재료다. 특이한 점은 대파, 쑥갓 등과 함께 냉이를 한 움큼 얹어준다는 것이다. 전골처럼 육수를 찰랑찰랑하게 부어주니 ‘물닭갈비’가 틀림없다. 국물이 끓어오르면 가볍게 숨이 죽은 채소부터 건져 먹고 잘 익은 우동, 쫄면, 떡을 맛본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국물이 졸아들면서 닭고기에 간이 제대로 밴다. 걸쭉해진 국물은 칼칼하면서 달착지근한 맛이 일품이며. 닭고기는 야들야들하게 익어 양념이 잘 배어 있다. 마지막으로 밥 한 공기 시켜 김, 실파, 참기름을 넣고 양념국물에 밥을 달달 볶은 다음 넓은 철판에 얇게 펼쳐 일부러 타닥타닥 눌어 먹는다. 밥에서 은은하게 냉이향이 나니 좋다. 



    태백은 한때 석탄 광산이 많았다. 물닭갈비는 입안과 콧구멍, 목구멍까지 온통 석탄가루로 괴로웠을 광부들의 허기와 목마름을 달래준 음식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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