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41

2018.06.06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made in Korea로 일군 팝 역사의 전환

다시 방탄소년단의 ‘LOVE YOURSELF 轉 ‘Tear’ ’

  • 입력2018-06-05 13: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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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1]

    [뉴스1]

    빌보드 차트는 음악시장의 나스닥 같은 존재다. 세계 음악 산업의 흐름을 매주 보여주고, 다양한 기록을 통해 실시간으로 팝의 역사를 정리해나간다. 음반의 시대가 저물고 다운로드를 거쳐 스트리밍으로 음악 산업 주도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기준치를 적용하며 시대와 호흡해왔다. 가장 오래됐을 뿐 아니라, 가장 공정하고 가장 세분화된 차트이기 때문에 빌보드는 여전히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그렇기에 음악가에게 빌보드 정복은 등반가가 꿈꾸는 에베레스트 등정과도 같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에 진출한 2012년, 매주 차트가 발표될 때마다 음악 기자들은 마치 스포츠 기자들처럼 결과를 보도했다. 빌보드가 그토록 관심을 끈 적은 없었다. ‘강남스타일’은 비록 핫100 2위가 한계였지만 충분히 대단한 결과였다. 

    이런 회고가 무색할 만큼 방탄소년단(BTS)의 새 앨범 ‘LOVE YOURSELF 轉 ‘Tear’’(‘轉 Tear’)는 ‘강남스타일’을 능가하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발매 첫 주 빌보드200(앨범차트) 1위와 핫100(싱글차트) 10위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비영어권 언어로 된 음반으로는 팝페라 그룹 일 디보의 ‘Ancora’에 이어 12년 만의 1위라지만, 내면을 뜯어보면 이를 능가한다. 일 디보의 앨범은 ‘아메리칸 아이돌’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사이먼 카월이 제작하고 소니뮤직을 통해 배급됐다. 즉 미국 자본과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음반이다. 

    반면 ‘轉 Tear’는 철저히 한국 자본에 의해 제작됐다. 모든 멤버가 한국인임은 물론이고, 프로듀싱을 포함한 제작 과정 일체가 한국 시스템을 거쳤다. 제품에 비유하자면 ‘Ancora’가 해외 재료를 조합해 미국에서 만든 ‘made in USA’라면 ‘轉 Tear’는 말 그대로 ‘made in Korea’다. 




    방탄소년단 ‘빌보드200’ 1위. [빌보드 캡처]

    방탄소년단 ‘빌보드200’ 1위. [빌보드 캡처]

    이 사실은 단순히 한국 대중음악의 쾌거라는 지점에 머물지 않는다. 영미권에 근거를 둔 레이블과 제작 시스템이 만들어낸 음반들의 각축장이던 빌보드에 균열을 내고, 정상까지 장악한 것이다. 팝 역사가 바뀌고 있고, 그 주인공이 방탄소년단인 것이다. 이는 21세기와 함께 영향력을 상실해온 기존 메이저 레코드사, 방송 등 올드 미디어의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하는 사망진단서와 같다. 하향식인 올드 미디어 대신 탈국경, 탈헤게모니가 핵심 가치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반면 이 앨범의 첫 싱글 ‘Fake Love’는 핫100 10위로 데뷔했다. 50여 개국에서 아이튠즈 차트 1위를 차지한 이 곡이 정상으로 단숨에 진입하지 못한 이유는 빌보드200과 핫100의 집계 기준 차이 때문이다. 앨범차트가 음반 판매량, 다운로드 횟수, 스트리밍 기록의 총합인 반면, 싱글차트는 인터넷 음원 다운로드 횟수와 에어플레이라는 미국 내 라디오 방송 횟수, 온디맨드 음원 다운로드 횟수, 유튜브 조회 수의 집계로 이뤄진다. 요컨대 방송이라는 올드 미디어가 하나의 변수가 된다. 

    방탄소년단 인기의 근거가 아직은 뉴 미디어 기반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건 한계일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아직 본격적인 미국 활동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투어와 방송 활동이 이어질수록 올드 미디어를 통해서도 그들의 영역은 확산될 것이다. 여전히 치고 나갈 부분은 많다. 패러다임 시프트의 첨병으로 그들은 이제 막 들어섰을 뿐이다. 그들에게 보낼 찬사를, 아직은 아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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