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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영화도 대세는 ‘빠미니즘’?

아미르 칸 주연 영화 ‘당갈’

인도 영화도 대세는 ‘빠미니즘’?

[사진 제공·미로스페이스]

[사진 제공·미로스페이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긴 했나 보다. 최근 남성을 대상으로 하거나 남성이 저자로 나선 페미니즘 서적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빠미니스트’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여성에게 녹록지 않은 세상에 맞서, 내 딸을 위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아빠들을 지칭한다. 

4월 25일 개봉한 인도 영화 ‘당갈’의 주인공 마하비르 싱 포갓(아미르 칸 분) 역시 빠미니스트처럼 보일 수 있다. 은퇴한 전직 레슬링 선수인 그는 못다 한 금메달의 꿈을 아들을 통해 이루길 바랐지만 내리 딸만 넷이 태어나자 낙담한다. 그러나 그는 큰딸 기타(파티마 사나 셰이크 분  ·  아역은 자이라 와심 분)와 둘째 딸 바비타(산야 말호트라 분  ·  아역은 수하니 바트나가르 분)가 또래 남자아이들을 때려눕히는 모습에서 잠재력을 발견한다. 주변의 만류와 조롱에도 그는 두 딸을 레슬링 선수로 키우기 시작한다(이하 스포일러 포함). 

이 영화는 2010년 영연방경기대회에서 인도 여성 레슬링 선수로선 최초로 금메달과 은메달을 딴 기타 포갓, 바비타 포갓 자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기타는 2010년 이후 29개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땄고, 2012년에는 인도 여성 최초로 올림픽 출전권도 획득했다. 

영화 제목인 ‘당갈’은 레슬링을 뜻하는 힌디어다. 인도에서는 씨름처럼 모래판에서 하는 전통 레슬링 경기가 인기다. 그러나 성차별이 심한 나라라 딸을 모래판으로 내모는 아버지는 흔치 않다. 영화에서 아내가 레슬링을 하면 결혼하기 힘들다고 하자, 그는 “내 딸이 남자를 선택하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포갓 자매의 성공은 인도에서 소녀 수천 명이 레슬링을 하는 계기가 됐다. 

‘당갈’의 개봉은 호기롭게도(?)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와 겹친다. 홍보사는 입소문 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이 영화는 인도를 비롯해 아시아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당갈’은 2016년 인도 영화 사상 최다 관객(3600만 명)을 끌어모았고, 중국에서도 1억 달러(약 1078억 원) 수익을 넘어선 최초의 제3세계 영화가 됐다. 

영화의 만듦새가 국적을 초월할 만큼 대중적인 힘을 지녔다. ‘발리우드’ 영화의 장점을 고루 갖춰 2시간 40분이 넘는 상영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의지 충만한 아버지 때문에 머리까지 짧게 깎은 두 딸이 혹독한 훈련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인도 특유의 흥겨운 음악과 유머를 섞어 보여준다. 레슬링 경기의 박진감도 잘 살렸다. 영화 ‘세 얼간이’로 친숙한 아미르 칸은 20대부터 50대까지를 연기했고, 기타와 바비타 역을 맡은 배우들은 실제 레슬링 선수처럼 실감 나는 연기를 펼쳤다. 

하지만 ‘당갈’을 여성주의 영화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 영화는 딸의 성취를 내세운 듯하지만 사실 아버지의 성취를 그렸다. 영화 중 · 후반 국가대표가 된 기타는 코치로부터 “과거의 것을 버리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 결과 기타는 국제경기에서 참패해 슬럼프를 겪는다. 결국 아버지의 지시를 다시 받아들이면서 명성을 회복한다. 심지어 기타는 코치가 아닌, 관객석에 있는 아버지의 지시를 따른 덕에 승리한다. 영화가 아시아에서 특히 흥행한 데는 전통적 가치와 훌륭한 가부장에 대한 향수가 반영된 게 아닌가 하는생각도 든다. 

‘빠미니스트’와 ‘딸바보 아빠’는 구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험한 세상에 ‘내 딸은 내가 지킨다’는 아버지의 가치관이 어설프게 페미니즘과 포개져 가족 이기주의에서 멈춰버리는 것은 아닐까. 진짜 빠미니스트라면 딸에게 아버지의 이야기가 아닌, 딸 자신의 이야기를 쓰게 하는 게 맞다.




주간동아 2018.05.02 1136호 (p74~74)

  • | 채널A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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