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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네이드가 프랑스 파리를 살렸다

레모네이드가 프랑스 파리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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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레모네이드가 프랑스 파리를 살렸다
음식과 전쟁
톰 닐론 지음/ 신유진 옮김/ 루아크/ 228쪽/ 2만4000원


유럽 중세시대 주방 모습과 H.P. 소스를 광고하는 1920년대 소책자, 1910년 무렵 미국 잡지에 실린 코코아 광고(왼쪽부터).

유럽 중세시대 주방 모습과 H.P. 소스를 광고하는 1920년대 소책자, 1910년 무렵 미국 잡지에 실린 코코아 광고(왼쪽부터).

1668년 프랑스에서 10년간 잠잠하던 페스트(흑사병)가 다시 창궐했다. 노르망디, 아미앵을 거쳐 센강 하류 루앙까지 퍼졌다. 이는 곧 수도 파리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고였다. 

하지만 파리는 기적처럼 별 탈이 없었다. 당시 사람들은 쥐벼룩이 페스트를 옮긴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파리는 아무 방역 대책도 세우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도대체 파리에선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당시 파리에선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새로운 청량음료 레모네이드가 대인기였다. 거리마다 레모네이드를 파는 행상이 넘쳐났다. 레모네이드를 만들고 남은 레몬 껍질과 찌꺼기는 당연히 하수구와 쓰레기장에 버려졌다. 비밀은 바로 여기 있었다. 

레몬 껍질에는 리모넨이라는 천연 구충제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페스트의 전염 경로는 쥐벼룩 → 시궁쥐 → 사람. 그 매개 구실을 하는 시궁쥐는 당연히 쓰레기장에 살았는데, 여기에 버려진 레몬 껍질이 쥐벼룩을 녹다운시킨 것이다. 

제목은 마치 전쟁과 관련된 음식을 다룬 것처럼 보이지만 그보다 훨씬 다양한 음식과 식재료 얘기가 들어 있다. 원제도 ‘Food Fights and Culture Wars’(2016)인데 이 가운데 음식과 전쟁만 남겨 놓은 셈이다. 

음식 관련 고문서 수집가였던 저자는 이들 문서에 담겨 있었으나 잘 알려지지 않은 음식사 에피소드를 걸쭉한 입담을 풀듯 소개했다. 

십자군이 가져온 아시아잉어가 중세 유럽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 된 과정, 미국 독립전쟁에서 보스턴 차뿐 아니라 초콜릿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던 뒷얘기, 루이 14세가 퍼뜨린 저녁 만찬이 나중에 혁명 세력들의 산실 노릇을 했다는 것 등 이색적인 에피소드들이 종횡무진 시공간을 누빈다. 

심지어 식인 풍습을 다루면서 영국 대문호 찰스 디킨스까지 연결하는 대담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책의 압권은 희귀 서적과 포스터 등에서 발췌한 120여 장의 그림과 일러스트, 사진이다. 

책 내용이 과학적으로 얼마나 엄밀한가를 따지면서 심각하게 볼 필요는 없다. 한눈에 그 시대의 음식 문화와 풍습을 보여주는 그림을 즐기고 ‘아, 이런 일도 있었어?(혹은 있을 수 있었겠구나)’라고 생각하며 보면 좋은 책이다.


크리스퍼가 온다
레모네이드가 프랑스 파리를 살렸다
제니퍼 다우드나 · 새뮤얼 스턴버그 지음/ 김보은 옮김/ 프시케의숲/ 372쪽/ 2만2000원


겸상적혈구병은 단 하나의 DNA 돌연변이가 일으키는 병이다. 적혈구의 산소 운반 능력이 떨어져 빈혈은 물론이고 만성피로, 폐·심장·신장 기능장애, 뇌출혈 등을 일으킨다. 치료법은 따로 없고 주기적으로 수혈을 받는 게 고작이다. 물론 유전자 조작(혹은 편집)으로 17번째 염기 자리에 있는 돌연변이 A를 정상인 T로 돌려놓으면 된다. 아직 그 기술을 찾지 못했을 뿐이다. 

제니퍼 다우드나(54)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수 연구팀은 2015년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에 이런 문구를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우리는 유전자 표적화와 유전자 편집에 큰 잠재력을 가진, RNA로 프로그래밍한 캐스9이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생명공학의 혁명이라 부르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를 세상에 선보이는 순간이었다. 

원래 크리스퍼 가위는 세균(세포) 안에 들어온 바이러스를 세균의 면역체계가 어떻게 방어하는지를 연구하다 발견됐다. 바이러스는 세균 속에 자신의 DNA를 퍼뜨리려 한다. 그 바이러스 DNA를 크리스퍼 RNA와 단백질의 일종인 캐스9이 합작해 싹둑 잘라버린다. 다우드나 교수 연구팀은 여기서 착안해 ‘크리스퍼-캐스9’ 가위가 바이러스 DNA뿐 아니라 모든 DNA 절단에 활용될 수 있다는 걸 밝혀냈다. 

이 발견이 혁명적이었던 건 크리스퍼 가위가 이전 유전자 편집 기술에 비해 엄청나게 빠르고 간편하면서 비용도 적게 든다는 점 때문이다. 무엇보다 연구진이 원하는 대로 정확한 유전자 편집이 가능했다. 따라서 유전자 편집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확률이 매우 낮아졌다. 

이 때문에 크리스퍼 가위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1만여 개의 희귀질병은 물론이고 에이즈(AIDS·후천면역결핍증), 암 등을 치료하고 대물림되지 않도록 하는 길을 열어놓았다. 또 동물을 이용해 인간의 장기를 만들어 이식할 수 있고 수확량이 많은 곡식, 건강하고 살집이 많은 가축 등으로 개량해 식량난도 피할 수 있다. 심지어 매머드 같은 멸종동물의 복원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이런 무한한 가능성 때문에 크리스퍼 가위는 윤리적 문제를 낳고 있다. 저자는 1부에 크리스퍼 가위 개발 과정을 싣고, 2부에선 크리스퍼 가위가 불러온 사회적 · 윤리적 문제를 다룬다. 어찌 보면 결론은 뻔할 수 있다. 애초부터 선한 기술, 악한 기술이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그 기술을 쓰느냐는 것이다. 벌써 ‘유전자 변형(GM) 인간’이란 논란을 불러온 크리스퍼 가위로 인류가 또 다른 도전에 맞닥뜨리게 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뉴스와 콩글리시
레모네이드가 프랑스 파리를 살렸다
김우룡 지음/ 행복에너지/ 360쪽/ 2만 원


원룸, 러브콜, SNS, 실버타운…. 우리에게 무척 익숙한 이들 단어는 모두 콩글리시다. 책에는 콩글리시 단어 60여 개가 실려 있다. 기사 문장에서 대부분 사례를 골라 여러 영어 원문을 소개하면서 정식 영어 표현도 알려준다. 우리 식 원룸은 영어권에선 스튜디오(studio)라고 부른다. 러브콜의 원뜻은 ‘구애의 소리’여서 오해받기 딱 좋다. SNS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s)의 앞글자를 딴 정식 영어로 알기 십상이지만, 실제 영어권에선 ‘소셜미디어(social media)’라고 쓴다. 실버타운은 직역하면 은광촌 정도 된다. 영어 실력과 상식을 동시에 늘릴 수 있는 책.




주간동아 2018.04.11 1133호 (p74~75)

  • |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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