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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의 시네+아트

상실에 대한 음악적 에세이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상실에 대한 음악적 에세이

[사진 제공 ·  소니픽처스코리아]

[사진 제공 · 소니픽처스코리아]

루카 구아다니노(47) 감독은 이탈리아 멜로드라마의 계승자다. 루키노 비스콘티(1906~76)의 예술적으로 풍부한 화면,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78)의 성장기 방황이라는 테마는 구아다니노의 멜로드라마에 자주 소환되는 특징이다. 구아다니노 감독을 세계에 알린 ‘아이 엠 러브’(2009)는 비스콘티 멜로드라마에 대한 영화적 오마주(경의의 표현)였다. 신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베르톨루치의 ‘성장영화’를 적극 참조하고 있다. ‘스틸링 뷰티’(1996)의 성적 방황, ‘몽상가들’(2003)의 정치적 불신과 고독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도 강조되는 성장기 10대의 특성이다. 

시대적 배경은 1983년이다. 이탈리아 부패정치가 극에 달했을 때(베티노 크락시의 사회당 연정 시절)다. 한편에선 디스코 댄스음악이 삶의 열정을 자극하던 모순의 시대다. 17세 소년 엘리오(티모시 샬라메 분)는 밀라노 근처의 크레마라는 전원도시에 산다. 이탈리아 특유의 작고 아름다운 곳이다. 

내성적인 엘리오는 유대인으로, 시간 대부분을 혼자 책 읽고 피아노를 치면서 보낸다. 가끔 프랑스 출신 여자친구(에스테르 가렐 분 · 프랑스 영화감독 필리프 가렐의 딸)와 데이트를 즐기기도 한다. 고고학 교수인 부친은 여름 휴가기엔 젊은 학자를 조수로 고용해 연구를 이어가는데, 이번엔 미국인 청년 올리버(아미 해머 분)가 초대됐다. 올리버는 준수한 외모에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갖추고 있다. 

영화 첫 장면은 부친이 연구 중인 고대 그리스 조각들의 사진들로 장식된다. 미소년 또는 건장한 청년의 신체를 조각한 그리스 특유의 유물이 연속적으로 제시되는데, 이는 엘리오와 올리버의 관계에 대한 암시일 테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드라마라기보다 10대 소년 엘리오의 감정에 관한 음악적 에세이에 가깝다. 음악이 명징한 이성보다 모호한 감성에 호소하는 것과 닮아서다. 이것이 구아다니노 영화의 매력인데, 누군가에겐 낯설 수도 있다. 

엘리오는 올리버에게 마음이 끌린 날 피아노를 연주한다. 바흐의 칸타타 ‘시온은 파수꾼의 노래를 듣네’를 처음엔 경건하게, 이어서 낭만적인 리스트풍으로, 마지막에는 열정적이고 난해한 부조니풍으로 편곡해 연주하는데, 영화적 흐름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다. 

올리버를 향한 엘리오의 마음은 10대답게(?) 경건함과 난해함 사이를 헤매고, 이런 감정의 변화를 구아다니노 감독은 섬세하게 그려냈다. 아마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원작자이자 이탈리아계 미국 소설가인 안드레 애치먼(67)이 마르셀 프루스트 전공자인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10대 감성을 표현하는 구아다니노 감독의 ‘형식적’ 미덕이 여기서도 빛난다. 소년 엘리오를 상징하는 전원도시 크레마의 맑고 깨끗한 풍경, 10대들이 펼치는 초원 위 힘찬 배구 시합, 호숫가에서의 흥분된 물놀이, 야외 댄스파티가 엘리오의 ‘불꽃같은’ 여름을 수놓고 있다. 그 열정이 크면 클수록 상실의 아픔도 클 테다. 하지만 구아다니노 감독은 그런 상실의 아픔도 삶의 가장 행복한 순간 가운데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주간동아 2018.04.11 1133호 (p72~72)

  • | 영화평론가 hans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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