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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미식세계

봄 바다의 기운으로 펄떡이는 ‘봄 멸치’

흔하지만 귀한 생선

봄 바다의 기운으로 펄떡이는 ‘봄 멸치’

봄 멸치 무침회.

봄 멸치 무침회.

우리 식탁에 빠질 수 없는 생선이라면 무엇이 있을까. 바로 멸치다. 마른 멸치는 온갖 국물의 바탕 재료가 되고, 크기에 따라 다양한 반찬과 간식으로도 먹을 수 있다. 이토록 흔한 생선이지만 정작 ‘싱싱한 멸치’는 쉽게 맛보기 힘들다. 생멸치는 봄가을에 풍성한데 맛으로 치자면 봄이 월등하다. 3월 남쪽 바다에선 멸치잡이가 한창이며 5월까지 싱싱한 멸치 맛을 볼 수 있다. 

봄 멸치는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했을 정도로 맛 좋은 생선으로 꼽힌다. 멸치(蔑致), 멸어(滅魚), 수어(水魚)라고도 부르는데, 멸치와 멸어는 ‘물 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는다’는 뜻이고 수어는 ‘물고기의 대명사’라서 붙은 이름이다. 

멸치는 젓갈로 담그는 게 보통이지만 봄 멸치는 살이 많고 달아 횟감으로 그만이다. 머리, 내장, 뼈를 제거해 살만 남은 멸치를 미역, 김치, 마늘, 고추 등과 함께 초장에 콕 찍어 먹는다. 미나리, 쑥갓, 돌나물 같은 봄 채소와 고추장, 고춧가루, 식초 등 양념을 넣고 칼칼하게 버무려 무침회로 먹기도 하는데 뜨거운 밥에 곁들이면 맛있다. 신선한 멸치의 부드러운 살코기는 고소하고 담백한 향이 은은하게 난다. 생멸치에 소금을 뿌려 석쇠에 굽거나 통째로 튀기기도 하고, 얼큰하게 매운탕을 끓여 먹기도 한다. 경남 기장, 통영, 남해 등에 가면 다양한 멸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여럿 있다.


마늘, 레몬즙, 허브와 곁들여 먹는 안초비(왼쪽). 안초비는 소금에 숙성시킨 멸치를 허브 오일에 담가 만든다.

마늘, 레몬즙, 허브와 곁들여 먹는 안초비(왼쪽). 안초비는 소금에 숙성시킨 멸치를 허브 오일에 담가 만든다.

내가 봄 멸치를 기다리는 이유는 ‘안초비(anchovy)’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안초비는 ‘멸치’라는 뜻이지만, ‘서양식 멸치 절임’을 부르는 말로 통한다. 안초비를 만들려면 먼저 싱싱하고 통통한 멸치의 머리, 내장, 등뼈를 발라낸다. 횟감으로 손질한 멸치를 온라인으로 주문해도 된다. 이렇게 다듬은 멸치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간수 뺀 천일염에 절인다. 이때 살집 사이 사이까지 골고루 소금을 뿌리고 멸치를 소금으로 뒤덮는다는 느낌으로 절여야 간이 골고루 배고 숙성도 잘 된다. 냉장실에 30일 이상 두면 소금이 모두 녹고, 멸치는 수분이 빠져 쪼글쪼글 단단해진다. 숙성된 멸치는 막걸리, 소주, 식초 가운데 한 가지로 주무르며 헹군다. 육질의 탄력이 살아나고 잡냄새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때 멸치 맛을 보면 짠맛이 세지만 쫄깃한 감칠맛이 난다. 

잘 씻은 멸치의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다음 오일에 넣어 저장한다. 그 전에 식초에 2시간 정도 담가 육질에 탄력과 맛을 더하기도 한다. 오일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에 해바라기씨유, 포도씨유, 카놀라유 같은 식물성 기름을 반 정도 섞어 사용한다. 올리브 오일만 넣으면 냉장 보관을 할 때 딱딱하게 굳기 때문이다. 오일 저장 시 로즈메리, 월계수 잎, 타임, 마른 고추, 마늘 등을 넣어 은은하게 향과 맛을 입혀도 좋다. 무엇보다 오일로 멸치를 완전히 덮어 공기가 통하지 못하게 해야 오래 두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열흘가량 냉장실에서 다시 숙성시키면 맛좋은 안초비가 된다. 

안초비는 레몬즙을 짜 넣고 통째로 빵이나 크래커에 올려 먹는다. 다진 양파와 함께 파스타 소스를 만들면 풍미 가득한 요리가 완성된다. 안초비와 오일, 마늘, 올리브를 섞어 곱게 갈아 페이스트로 만들어 브루스케타 스프레드로 활용하거나 파스타에 버무려 먹기도 한다. 흰밥에 짭조름한 젓갈을 곁들여 먹듯, 안초비도 그렇게 쓸모 있는 저장 식품이다.




입력 2018-03-27 11:36:55

  •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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